디음(Dumu)2(픽션)

운하 공사

by 이 범

도전
천니사바는 김우르난셰와 몇몇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운하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다.
"여자가 무슨 운하를 파! 시간 낭비다!"
김엔릴쿠두르는 아예 방해 공작을 펼쳤다. 밤에 몰래 공사 도구를 숨기고, 일꾼들에게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들었어? 니사바의 계획대로 하면 강이 범람해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대!"
하지만 천니사바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직접 땅을 파고, 측량하고, 설계를 수정했다. 디음이 가르쳐준 지식을 총동원했다.
어느 날 밤, 천니사바는 탈진해서 쓰러졌다. 디음이 나타나 그녀를 깨웠다.
"일어나라, 니사바."
"선생님... 저는... 너무 힘들어요. 사람들은 저를 믿지 않고, 시간은 부족하고..."
"포기하고 싶으냐?"
"아니요." 천니사바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너무 벅차요."
"너는 혼자가 아니다." 디음이 주변을 가리켰다. "보거라."
천니사바가 주위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김우르난셰, 그녀를 지지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받은 평범한 백성들...
"우리가 도와주겠네." 한 농부가 말했다. "우리는 니사바 양을 믿는다네."
천니사바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5장: 성공과 질투
마침내 운하가 완성되었다. 물이 운하를 따라 흐르기 시작했고, 말라있던 땅이 다시 촉촉해졌다.
"성공이다!" 사람들이 환호했다.
왕은 천니사바를 칭찬했다. "너는 우리 왕국을 구했다. 원하는 보상을 말하라."
"저는..." 천니사바가 말했다. "여자들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왕은 놀랐다. "그것이 네가 원하는 것이냐? 금이나 땅이 아니라?"
"예. 지식은 모든 보물보다 값집니다. 그리고 지식은 나눌수록 늘어납니다."
왕은 천니사바의 청을 들어주었다. 최초의 여자 학교가 세워졌다.
하지만 김엔릴쿠두르는 분노에 차있었다. 그는 여자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느 날 밤, 그는 디음의 신전에 몰래 들어가 지혜의 수정을 훔쳤다.
"이 힘으로 내가 최고가 되는 거야!" 김엔릴쿠두르가 외쳤다.
하지만 지혜의 수정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자만 다룰 수 있었다. 수정은 김엔릴쿠두르의 욕망에 반응하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김엔릴쿠두르가 비명을 질렀다. 수정에서 쏟아지는 지식이 그의 정신을 압도했다. 너무 많은 정보가 한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디음이 달려왔다. 그는 수정을 김엔릴쿠두르에게서 떼어냈다.
"어리석은 자여!" 디음이 말했다. "지식은 강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엔릴쿠두르는 정신을 잃었다. 그가 깨어났을 때, 그는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조차.


디음의 고민
김엔릴쿠두르의 사건 이후, 디음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천니사바를 불러 말했다.
"니사바, 나는 실수를 한 것 같다."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
"지식을 인간들에게 주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이었을까? 엔릴쿠두르처럼 지식을 잘못 사용하는 자들이 있다면..."
"하지만 선생님." 천니사바가 말했다. "지식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이죠."
"그렇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올바르게 만들 수 있겠느냐?"
"가르침을 통해서요." 천니사바가 미소 지었다. "선생님이 저에게 그러셨듯이.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혜도 함께 가르치는 거예요."
디음은 깊이 생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렇다. 나는 새로운 학교를 세우겠다. 지식과 지혜를 함께 가르치는 학교를."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천니사바가 외쳤다.
디음과 천니사바는 함께 "지혜의 집(Edubba)"을 세웠다. 거기서는 단순한 지식뿐만 아니라, 윤리, 도덕, 책임감도 가르쳤다.
"지식을 배우는 자는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디음이 학생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배운 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그것은 너희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도 너희가 져야 한다."


새로운 위협
몇 년 후, 이웃 도시국가 라가시(Lagash)에서 새로운 왕이 등극했다. 그의 이름은 박루갈안네문두(Lugal-Anne-Mundu)였다. 그는 야심이 크고 잔인한 왕이었다.
박루갈안네문두는 디음의 소문을 들었다. "지혜의 수정이라... 그것을 얻으면 세상을 정복할 수 있겠군."
그는 군대를 이끌고 수메르를 침공했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땅이 아니라 지혜의 수정이었다.
"디음을 내놓아라!" 박루갈안네문두가 외쳤다. "그리고 그 신비한 수정도!"
디음은 스스로 나타났다. "네가 원하는 것이 나라면, 여기 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라."
"수정을 내놓으면 고려해주지." 박루갈안네문두가 비웃었다.
디음은 고민했다. 수정을 주면 박루갈안네문두는 엄청난 힘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주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바로 그때, 천니사바가 나섰다.
"잠깐만요!" 천니사바가 외쳤다. "제가 도전장을 내겠습니다!"
"뭐?" 박루갈안네문두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자가?"
"예. 저와 지혜 대결을 하세요. 제가 이기면, 군대를 물리세요. 당신이 이기면, 수정을 드리겠습니다."
박루갈안네문두는 웃었다. "재미있군! 좋다, 받아들이지!"


지혜의 대결
대결의 규칙은 간단했다. 서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고, 먼저 대답하지 못하는 쪽이 지는 것이었다.
박루갈안네문두가 먼저 물었다. "가장 빠른 것은 무엇인가?"
천니사바가 대답했다. "생각입니다. 생각은 순식간에 세상 끝까지 갈 수 있으니까요."
"흥! 쉬운 질문이었군. 두 번째. 가장 강한 것은 무엇인가?"
"진실입니다. 진실은 어떤 거짓도 이길 수 있으니까요."
박루갈안네문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지막 질문이다.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천니사바는 잠시 생각했다. "지혜입니다. 지혜가 있으면 모든 것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좋다." 박루갈안네문두가 인정했다. "이제 네 차례다."
천니사바가 물었다. "왕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힘이다!" 박루갈안네문두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틀렸습니다." 천니사바가 고개를 저었다. "백성의 신뢰입니다. 힘으로는 복종을 얻을 수 있지만, 신뢰로는 충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박루갈안네문두는 말문이 막혔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전쟁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입니까?"
"강한 군대를 가지는 것이다!"
"틀렸습니다.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긴 전쟁도 많은 것을 잃게 하니까요."
박루갈안네문두는 점점 초조해졌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천니사바가 진지하게 물었다. "당신은 왜 지혜의 수정을 원합니까?"
"그것은... 힘을 얻기 위해서다!"
"틀렸습니다." 천니사바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지혜의 수정은 힘을 주지 않습니다. 지혜를 줍니다. 그리고 지혜는 힘을 원하지 않습니다."
박루갈안네문두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에필로그: 유산
30년 후
늙은 디음은 천니사바와 함께 지혜의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남자도, 여자도, 귀족도, 평민도 함께.
"니사바." 디음이 말했다. "나는 곧 떠나야 한다."
"알고 있어요, 선생님." 천니사바는 이미 중년이 되어 있었다. "아눈나키들이 지구를 떠난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렇다. 우리의 임무는 끝났다. 이제 인간들은 스스로 나아갈 수 있다."
"선생님." 천니사바가 물었다. "지혜의 수정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디음은 수정을 천니사바에게 건넸다. "네게 맡긴다."
"저요?" 천니사바는 놀랐다. "하지만 저는 인간일 뿐인데요..."
"그래서 더 적합하다." 디음이 미소 지었다. "인간은 인간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나 같은 외부인이 아니라."
천니사바는 수정을 받았다. 그것은 따뜻했다.
"하지만 조심하거라." 디음이 경고했다. "이 수정은 여전히 강력하다. 잘못된 손에 들어가면..."
"알고 있어요. 제가 잘 지키겠습니다."
디음은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바라봤다. "저 아이들이 미래다. 그들이 배운 지혜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빛과 함께 디음은 사라졌다.
천니사바는 하늘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녀는 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새로운 학생들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는 지혜를 배울 것이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그것이 진정한 지혜다."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지혜의 유산은 계속되었다.
[완]
주요 등장인물:
디음 (Dumu) - 아눈나키, 지식의 수호자
천니사바 (Nisaba) - 첫 여성 학자, 디음의 제자
김우르난셰 (Ur-Nanshe) - 현명한 대제사장
김엔릴쿠두르 (Enlil-kudur) - 질투심 많은 학생
박루갈안네문두 (Lugal-Anne-Mundu) - 라가시의 야심찬 왕
메시지: 진정한 지혜는 지식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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