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65)

마음을 꺼낸 밤

by 이 범

"마음을 꺼낸 밤"

“소연 님, 오늘… 제 이야기를 읽어도 될까요?”
워크숍 마지막 순서였던 청년은
조심스럽게 노트를 꺼냈다.
그의 손끝은 떨리고 있었고,
그 떨림엔 오래 묻어둔 감정이 담겨 있었다.

> “나는 오래도록
>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하지만 이 공간이
> 내 마음을 꺼내도 괜찮다고 말해줬다.”

책방은 조용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그 안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숨을 죽이고 들었고,
소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그 풍경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빛엔 조용한 감동과
책방이 품어가는 진심에 대한 경외가 담겨 있었다.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 “마음을 꺼낸 밤은
> 말보다 먼저 사람을 이어준다.”

저녁이 되어 워크숍이 마무리된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오늘은 책방이
누군가의 마음을 꺼내준 자리였어요.
그게 참… 고마웠어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그 마음들이 이어져서
책방이 더 깊어지고 있어.
그리고 그 중심엔…
늘 너와 내가 있어.”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마음을 꺼낸 밤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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