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66)

글이 남긴 흔적

by 이 범

"글이 남긴 흔적"

“소연 님, 이 글…
문집에 실어도 될까요?”
청년은 조심스럽게 노트를 내밀었다.
그 안엔 지난 워크숍에서 낭독했던
그날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소연은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글은…
책방이 품고 있는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어요.
문집에 실리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을 거예요.”

며칠 뒤, 문집이 인쇄되었고
책방 한켠에 조심스럽게 놓였다.
손님들은 그 글을 읽으며
조용히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오래도록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공간이 내 마음을 꺼내도 괜찮다고 말해줬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그 풍경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빛엔 조용한 감동과
책방이 품어가는 진심에 대한 경외가 담겨 있었다.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글이 남긴 흔적은 공간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저녁이 되어 손님이 모두 돌아간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책방이 이제는
사람들의 글을 품고
그 글로 다시 살아나는 자리 같아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그 흐름을 지켜보면서
책방을 조금 더 넓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현악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글이 남긴 흔적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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