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70)

첫 문장이 놓인 자리

by 이 범

"첫 문장이 놓인 자리"

“소연 님, 새 공간에 첫 손님이 오셨어요.”
청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문집을 보고 찾아오셨대요.
이곳에서 글을 써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소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마음이면 충분해요.
책방은 그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새 공간의 공기를 느꼈다.
낯설지만 따뜻한 기운,
그리고 그 안에 채워질 이야기들이
조용히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날, 책방은 평소보다 더 고요했다.
창가에 앉은 손님은
노트를 펼쳐 첫 문장을 써 내려갔고,
그 문장엔 이 공간을 향한 설렘과 다짐이 담겨 있었다.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첫 문장이 놓인 자리는 마음이 다시 시작되는 곳이다.”

저녁이 되어 손님이 돌아간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책방이 다시 시작됐어요.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
그리고… 같은 마음.”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우리가 지켜온 온기를 잊지 않는다면
이곳도 곧 익숙해질 거야.
그리고 그 중심엔…
늘 너와 내가 있어.”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새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첫 문장이 놓인 자리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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