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김(픽션)예라의 아내

코드와 사랑의 알고리즘

by 이 범


두 천재의 만남
1998년 가을, MIT 컴퓨터공학과
"이 코드 누가 짰어?"
조교가 화면을 보며 놀라워했다.
"사라 김이요. 신입생인데..."
"신입생이 이걸?"
화면에는 완벽한 알고리즘이 펼쳐져 있었다.
간결하고, 효율적이고, 아름다웠다.
"사라 김 좀 불러줘."
"저를 찾으셨나요?"
사라 김(열여덟 살)이 들어왔다.
안경, 후드티, 스니커즈. 전형적인 공대생 스타일.
"이 코드 네가 짰어?"
"네."
"혼자?"
"네."
"며칠 걸렸어?"
"두 시간이요."
조교는 할 말을 잃었다.
대학원생들도 사흘은 걸리는 과제였다.
"너... 천재구나."
사라는 무표정했다.
"아니에요. 그냥 논리적으로 풀었을 뿐이에요."
"논리적으로?"
"네. 문제를 분해하고, 패턴을 찾고, 최적화하면 답이 나와요."
조교는 미소 지었다.
"너 대학원 스킵하고 박사 과정 바로 들어가는 거 어때?"
"고려해볼게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 나갔다.
감정 표현 없이. 사무적으로.
컴퓨터처럼.
1999년 봄, 알고리즘 경진대회
"다음 참가자, 예라 조크탄, 서울대학교."
예라(스물다섯 살)가 무대에 올랐다.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 최적화 알고리즘을..."
예라는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의 손가락이 춤을 췄다.
심오 분 후.
"완료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놀랐다.
"벌써?"
"네."
코드를 검토했다.
"완벽해... 효율성 구십팔 퍼센트..."
박수가 터졌다.
"다음 참가자, 사라 김, MIT."
사라가 무대에 올랐다.
같은 문제.
그녀도 키보드를 두드렸다.
하지만 더 빨랐다.
오 분 후.
"완료."
"뭐라고?"
코드를 확인했다.
심사위원들의 눈이 커졌다.
"효율성... 구십구점구 퍼센트..."
"이게 가능해?"
청중이 웅성거렸다.
예라는 사라를 봤다.
'저 사람... 누구지?'
시상식 후
"사라 김 씨?"
예라가 다가왔다.
"네?"
"예라 조크탄이에요. 이등 한 사람."
"아. 네. 코드 괜찮았어요."
"고마워요. 당신 코드는... 놀라웠어요."
"그냥 최적화했을 뿐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사라는 잠시 생각했다.
"패턴 인식이요. 문제를 보면 패턴이 보여요. 그럼 답도 보이고."
예라의 눈이 빛났다.
"나도 그래요!"
"그래요?"
"네. 시간 패턴을 연구하는데, 모든 게 반복이더라고요."
사라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다.
"시간 패턴? 흥미롭네요."
"커피 마실래요? 이야기하고 싶어요."
"좋아요. 하지만 저는 차 마셔요. 카페인 민감해서."
"저도요!"
둘은 웃었다.
처음으로.
카페에서
"그러니까 당신은 시간을 알고리즘화하려는 거예요?"
"네. 모든 시간은 패턴이 있어요. 그걸 예측할 수 있다면..."
"효율성이 극대화되겠네요."
"정확해요!"
사라는 노트북을 꺼냈다.
"제가 코드 짜봐도 돼요? 당신 아이디어 기반으로."
"물론이죠!"
두 시간 동안 그들은 코딩했다.
말은 별로 없었다.
키보드 소리만 가득했다.
하지만 완벽한 협업이었다.
"됐어요!" 사라가 외쳤다.
"정말요?"
"네. 시간 최적화 알고리즘 베타 버전."
"우와..."
예라는 화면을 봤다.
아름다웠다.
"사라 씨, 당신... 천재예요."
"당신도요."
"우리... 같이 연구할래요?"
사라는 잠시 망설였다.
"장거리예요. 저는 MIT, 당신은 서울대."
"온라인으로 하면 돼요. 깃허브, 이메일..."
"효율적이네요."
"그럼?"
"좋아요."
악수.
그렇게 파트너십이 시작되었다.
2년 후, 2001년
"예라, 이 코드 봤어?"
"봤어. 사라, 너 정말..."
둘은 이제 편하게 대화했다.
이 년 동안 매일 온라인으로 협업했다.
깃허브 커밋 수: 이천삼백사십칠 개.
이메일: 오천여 통.
화상 통화: 수백 시간.
"사라."
"응?"
"나... 고백할 게 있어."
화면 너머로 예라가 긴장한 얼굴.
사라는 알고리즘을 멈췄다.
"뭔데?"
"나... 너 좋아해."
침묵.
삼 초.
"논리적 근거는?"
예라는 당황했다.
"뭐?"
"왜 날 좋아하는데? 데이터는?"
"데이터?"
"응. 사랑은 감정이지만, 감정도 데이터로 설명 가능해."
예라는 생각했다.
"음... 우리가 함께 일할 때 내 생산성이 삼십칠 퍼센트 증가해."
"계속."
"너랑 대화할 때 내 심박수가 평균 십 퍼센트 올라가."
"흥미롭네."
"그리고... 너 생각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삼 시간."
사라는 계산했다.
"그럼 내 생각이 너의 일일 시간의 십이점오 퍼센트네."
"맞아."
"통계적으로 유의미해."
"그럼?"
"나도 너 좋아해."
"정말?"
"응. 내 데이터도 비슷해. 너랑 일할 때 효율성 사십이 퍼센트 증가."
"나보다 높네?"
"응. 그리고 심박수는 평균 열다섯 퍼센트 증가."
"나보다 많이 뛰네."
"그리고 너 생각하는 시간은... 하루 다섯 시간."
예라가 웃었다.
"이십 퍼센트네. 나보다 많이 좋아하는구나."
"데이터가 그렇게 말해."
"사라."
"응?"
"사귈래?"
"조건이 있어."
"뭔데?"
"장거리 연애는 비효율적이야. 같은 곳에 있어야 해."
"그럼 내가 MIT로 갈게. 박사 과정."
"진짜?"
"응.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사라는 미소 지었다.
화면 너머로.
"좋아. 그럼 사귀자."


코드로 쌓은 사랑
2002년, MIT 캠퍼스
예라가 MIT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사라!"
캠퍼스에서 처음 만났다.
온라인이 아닌, 실제로.
"예라."
둘은 잠시 서로를 봤다.
어색했다.
"악수할까?" 예라가 손을 내밀었다.
"응."
악수.
"손이 따뜻하네." 예라가 말했다.
"너도."
"우리... 뭐 할까?"
"연구실 갈까?"
"좋아."
둘은 연구실로 갔다.
그리고 나란히 앉아 코딩했다.
그게 그들의 첫 데이트였다.
2003년
"사라, 이거 봐."
"뭔데?"
"시간 알고리즘 개선판. 효율성 구십구점구구 퍼센트."
"우와... 어떻게?"
"네 코드에서 영감 받았어."
사라는 화면을 봤다.
"아름다워..."
"그치?"
"예라."
"응?"
"나... 프러포즈 받을 준비됐어."
예라는 놀랐다.
"갑자기?"
"갑자기 아니야. 계산했어."
"계산?"
"응. 우리가 함께한 시간, 협업 성과, 감정 데이터... 모든 지표가 긍정적이야."
"그래서?"
"결혼하면 생산성이 더 올라갈 거야."
예라는 웃었다.
"그게 이유야?"
"아니. 주된 이유는... 너랑 평생 코딩하고 싶어서."
예라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사라... 그게 가장 낭만적인 프러포즈야."
"정말?"
"응. 나도 너랑 평생 코딩하고 싶어."
"그럼 결혼하자."
"반지는?"
사라는 주머니에서 뭔가 꺼냈다.
USB.
"이게 뭐야?"
"우리가 지난 오 년간 짠 모든 코드가 들어있어."
"그리고 내가 새로 짠 코드도."
"무슨 코드?"
"사랑 알고리즘."
예라는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코드가 실행되었다.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while(true) {
love(사라, 예라);
if(married == false) {
propose();
}
forever();
}
"무한 루프네."
"응. 영원히."
예라는 울었다.
"이거... 가장 아름다운 코드야."
"그럼 답은?"
"예스. 무한 루프 실행."
2004년, 결혼식
결혼식장은 MIT 컴퓨터공학과 강당이었다.
하객들은 모두 공대생들.
"신랑 신부 입장!"
둘은 손을 잡고 들어왔다.
신부는 흰색 원피스. 하지만 스니커즈.
신랑은 정장. 하지만 티셔츠 안에 코딩 셔츠.
"서약하시겠습니까?"
"네."
"네."
"키스하셔도 됩니다."
둘은 키스했다.
첫 키스였다.
사귄 지 삼 년 만에.
"늦게 한 거 아냐?" 친구가 속삭였다.
"효율적으로 한 거야. 결혼 전까지는 불필요한 스킨십 최소화." 다른 친구가 대답했다.
다들 웃었다.
2005년, 첫 아들 탄생
"아들입니다!"
예라가 아기를 안았다.
"이름 뭐로 할까?"
"알렉스."
"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전화 발명가."
"좋네. 알렉스 조크탄."
사라는 노트북을 꺼냈다.
"뭐 해?" 예라가 물었다.
"육아 알고리즘 짜는 중."
"지금?"
"응. 수유 시간, 기저귀 교체 주기, 수면 패턴... 다 최적화해야지."
예라는 웃었다.
"역시 사라다워."
2008년, 딸 탄생
"딸입니다!"
"이름은?"
"에이다."
"에이다 러브레이스?"
"응. 최초의 프로그래머."
"완벽해. 에이다 조크탄."
이번에도 사라는 노트북을 꺼냈다.
"또 알고리즘?"
"응. 두 아이 육아는 일차원 문제가 아니라 이차원이야.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알았어, 알았어."
예라는 아내를 안았다.
"고마워. 두 아이 낳아줘서."
"당연하지. 우리 유전자 조합은 통계적으로 우수해."
"낭만적이네."
"사실이잖아."



인간미의 발견
2015년, 위기의 시작
"엄마, 나 학교에서 친구 없어."
알렉스(열 살)가 말했다.
"왜?" 사라가 물었다.
"애들이 나보고 이상하대. 로봇 같대."
사라는 당황했다.
"로봇? 넌 인간인데."
"알아. 하지만... 난 감정 표현을 못 해."
"감정은 비효율적이야."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응."
알렉스는 방으로 들어갔다.
예라가 아내를 봤다.
"사라... 우리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뭐가?"
"아이들한테 너무 논리만 가르친 거 같아."
"논리가 뭐가 나빠?"
"나쁜 게 아니라... 부족해."
"부족해?"
"응. 인간은 논리만으로 살 수 없어."
사라는 이해하지 못했다.
2016년, 에이다의 그림
"엄마, 이거 봐!"
에이다(여덟 살)가 그림을 보여줬다.
가족 그림이었다.
아빠, 엄마, 오빠, 에이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컴퓨터 화면만 보고 있었다.
"잘 그렸네." 사라가 무심히 말했다.
"엄마... 우리 가족 이상해?"
"왜?"
"친구들 엄마 아빠는 같이 놀아주는데... 우리 엄마 아빠는 맨날 컴퓨터만 봐."
사라는 멈췄다.
"우리... 컴퓨터만 봤나?"
"응."
그날 밤, 사라는 예라와 대화했다.
"우리... 부모로서 실패한 건가?"
"왜 그렇게 생각해?"
"아이들이... 외로워해."
"우린 최선을 다했어. 육아 알고리즘대로..."
"알고리즘이 문제야."
"뭐?"
"인간은 알고리즘이 아니야. 특히 아이들은."
예라는 아내를 봤다.
결혼 십이 년 만에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불안. 혼란. 죄책감.
"사라... 우리 변해야 할 것 같아."
"어떻게?"
"모르겠어. 하지만... 더 인간적이어야 할 것 같아."
2017년, 변화의 시도
"알렉스, 에이다, 주말에 놀러 갈까?"
사라가 제안했다.
아이들이 놀랐다.
"놀러? 엄마가?"
"응. 가족 나들이."
"컴퓨터 안 가져가?"
"...가져갈게. 하지만 안 켤게."
"정말?"
"응."
주말, 그들은 공원에 갔다.
하지만 어색했다.
"자... 뭐 하지?"
"그네 탈까?" 에이다가 제안했다.
"그네?"
"응!"
사라는 딸과 함께 그네를 탔다.
처음이었다.
"엄마, 재밌어?"
"...응. 재밌네."
정말 재밌었다.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재미.
2018년, 알렉스의 사춘기
"엄마, 나 짝사랑하는 애 있어."
"짝사랑? 데이터는?"
"엄마! 사랑은 데이터가 아니야!"
알렉스가 소리쳤다.
"...미안. 엄마가 잘못 말했어."
"엄마는 몰라. 감정이 뭔지."
"알렉스..."
"엄마는 로봇이야!"
쾅!
문이 닫혔다.
사라는 멍하니 서 있었다.
예라가 다가왔다.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사라?"
"나... 정말 로봇인가?"
"아니야."
"하지만 알렉스 말이 맞아. 나는 감정을 몰라."
예라는 아내를 안았다.
"천천히 배우면 돼."
"어떻게?"
"나도 배우는 중이야. 우리 같이."
2019년, 심리 상담
"김 박사님, 조크탄 박사님."
심리상담사가 말했다.
"두 분 모두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에 있으신 것 같아요."
"자폐?"
"네. 아주 경미하지만. 그래서 감정 인식과 표현이 어려우신 거예요."
"치료가 가능해요?"
"치료보다는... 학습이 필요해요.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법."
"알고리즘처럼?"
"비슷해요. 패턴을 배우는 거죠."
사라와 예라는 서로를 봤다.
"우리... 할 수 있을까?" 사라가 물었다.
"할 수 있어." 예라가 대답했다.
"같이."
2020년, 감정 학습
"오늘은 '행복'을 배워봅시다."
상담사가 말했다.
"행복할 때 어떤 느낌이죠?"
"음..." 사라가 생각했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감정으로요. 몸의 느낌으로."
"...따뜻한 느낌?"
"좋아요! 계속하세요."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
"완벽해요!"
예라도 시도했다.
"웃음이 나와요. 자동으로."
"훌륭해요!"
석 달 후.
"많이 나아지셨어요." 상담사가 말했다.
"이제 아이들한테도 써볼까요?"


완벽하지 않은 사랑
2021년, 알렉스와의 화해
"알렉스."
사라가 아들 방에 들어갔다.
"뭐."
"미안해."
"...뭐가?"
"네가 로봇 같다고 했을 때... 엄마가 상처받았다고 화냈잖아."
"..."
"하지만 넌 틀리지 않았어. 엄마는... 감정 표현이 서툴러."
알렉스가 엄마를 봤다.
"하지만 노력하고 있어. 너희를 더 이해하려고."
"정말?"
"응. 봐."
사라는 노트를 꺼냈다.
"감정 일기"라고 적혀 있었다.
"오늘 알렉스가 웃었을 때: 기뻤다. 가슴이 따뜻했다."
"에이다가 그림 보여줬을 때: 자랑스러웠다. 눈물이 날 뻔했다."
알렉스는 놀랐다.
"엄마가... 이런 거 써?"
"응. 매일. 감정 배우려고."
"엄마..."
알렉스가 엄마를 안았다.
생전 처음.
사라는 굳었다.
하지만 천천히 아들을 안았다.
"따뜻하다..." 사라가 속삭였다.
"엄마도."
2024년, 에이다의 진로
"엄마, 나 예술가 될래."
"예술가?"
"응. 컴퓨터 아트."
사라는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비효율적"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좋아.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정말?"
"응. 예술도 중요해. 감정을 표현하는 거니까."
"엄마... 많이 변했다."
"그래?"
"응. 예전엔 논리만 얘기했는데."
"엄마도 배웠어. 너희한테."
"뭘?"
"인간은 논리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
에이다가 엄마를 안았다.
"고마워, 엄마."
"나야말로."
2026년, 욕단 회장 별세
장례식장.
예라가 울고 있었다.
사라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감정 일기에서 배운 걸 써보자.'
그녀는 남편을 안았다.
"힘들지?"
"응..."
"울어도 돼. 나한테."
예라는 아내 품에서 울었다.
사라는 그를 안고 있었다.
완벽하지 않았다.
어색했다.
하지만 진심이었다.
"고마워, 사라."
"응. 나 여기 있어."
2027년, 제라 시스템즈 성공
"축하합니다! 제라 시스템즈, 상장 성공!"
사라(최고기술책임자)와 예라(최고경영자)가 무대에 섰다.
"이 성공의 비결은?" 기자가 물었다.
예라가 대답했다.
"제 아내입니다."
"부인이요?"
"네. 사라는 제 기술 파트너이자 인생 파트너입니다."
사라가 이었다.
"저희는... 완벽하지 않아요."
"네?"
"감정 표현이 서툴고, 사회성이 부족하고..."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아요." 예라가 말했다.
"서로를 이해하니까. 서로의 언어로 대화하니까."
"코드로?" 기자가 웃으며 물었다.
"네. 코드로도, 이제는 감정으로도."
박수가 터졌다.
2028년, 알렉스의 MIT 입학
"엄마, 아빠, 나 MIT 붙었어!"
"축하해!"
"그런데..."
"응?"
"나는 컴퓨터공학 안 할 거야."
사라와 예라는 놀랐다.
"그럼?"
"심리학. 인간 감정 연구."
"왜?"
"엄마 아빠 보면서 배웠어.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나처럼 감정 표현 어려운 사람들 돕고 싶어."
사라는 눈물을 흘렸다.
"엄마?" 알렉스가 놀랐다.
"미안... 엄마 요즘 눈물 많아졌어."
"괜찮아, 엄마. 좋은 거야."
"알렉스..."
"응?"
"자랑스러워. 정말."
2030년, 에이다의 전시회
"에이다 조크탄 개인전: 감정의 알고리즘"
갤러리에 사람들이 몰렸다.
작품들은 독특했다.
컴퓨터 코드로 만든 예술.
"이 작품은?" 누군가 물었다.
"'엄마의 사랑'이에요."
화면에 코드가 흘렀다.
function motherLove() {
while(learning) {
try {
understand(emotions);
express(love);
} catch(error) {
tryAgain();
neverGiveUp();
}
}
}
"아름답네요..."
사라가 딸에게 다가갔다.
"에이다야."
"응, 엄마?"
"이거... 엄마 얘기야?"
"응."
"고마워..."
"아니야, 엄마. 엄마가 노력하는 거 봤어. 매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노력하는 게 사랑이야."
사라는 딸을 안았다.
"너희가 날 가르쳐줬어. 인간이 되는 법을."
2035년, 은퇴 기념
"오늘 우리는 사라 김 박사와 예라 조크탄 박사의 은퇴를 축하합니다."
사라(예순한 살)와 예라(예순일곱 살)가 무대에 섰다.
"삼십 년간 기술 업계를 이끌어오셨는데, 소감 한말씀."
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로봇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청중이 웃었다.
"농담 아니에요. 정말 감정을 몰랐어요."
"하지만 제 남편과 아이들이 가르쳐줬어요."
"사랑은 알고리즘이 아니라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노력하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
예라가 이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시간을 계산하고 최적화하는 데만 집중했죠."
"하지만 가장 소중한 시간은... 계산할 수 없는 시간이었어요."
"아이들과 웃는 시간. 아내와 걷는 시간. 그냥... 함께 있는 시간."
박수가 터졌다.
2036년, 손주의 탄생
"할머니! 저 아기 낳았어요!"
알렉스가 전화했다.
"축하해! 남자? 여자?"
"남자예요. 이름은... 앨런."
"앨런 튜링?"
"네! 할머니처럼."
사라는 병원으로 갔다.
손주를 처음 안았다.
"안녕, 앨런..."
작은 손이 그녀의 손가락을 잡았다.
"따뜻하다..."
예라가 옆에서 말했다.
"우리도 한때 저랬겠지?"
"응. 작고 연약했겠지."
"그리고 누군가 우리를 안아줬겠지."
"그렇게 우리가 자랐고."
"그리고 이제 우리가 안아주고."
사라는 눈물을 흘렸다.
"예라."
"응?"
"나... 행복해."
"나도."
"평생 고마웠어. 나같은 사람 사랑해줘서."
"나도 고마워. 나같은 사람 이해해줘서."
둘은 손을 잡았다.
주름진 손.
하지만 여전히 따뜻한.
에필로그: 불완전한 완벽
2040년, 금혼식
"결혼 오십 주년을 축하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였다.
"축사 부탁드립니다."
알렉스가 일어섰다.
"저희 부모님은... 특이하세요."
사람들이 웃었다.
"다른 부모님들처럼 감정 표현을 잘하시지 않아요."
"사랑한다는 말도 잘 안 하세요."
"하지만..."
"저희는 알아요. 부모님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감정 일기 쓰시고, 상담 받으시고, 매일 배우려고 하신 거."
"그게 진짜 사랑이에요."
에이다가 이었다.
"부모님은 완벽하지 않으세요."
"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워요."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계속 성장하시니까."
박수.
사라가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모두."
"저는... 평생 숫자와 코드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숫자로 잴 수 없다는 걸 배웠어요."
"사랑. 가족. 행복."
"이것들은 알고리즘이 없어요."
"그냥... 느끼는 거예요."
예라가 아내의 손을 잡았다.
"사라, 고마워."
"뭐가?"
"나를 인간으로 만들어줘서."
"너도. 나도."
둘은 키스했다.
오십 년 전처럼.
서투르지만 진심인.

월, 화, 수,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