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317)

한도회의 역습

by 이 범

한도회의 역습
1945년 3월, 한도회는 대담한 작전을 계획했다.
산속 동굴에서 이산갑이 간부들을 모았다.
"동지 여러분, 우리가 계속 숨어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반격해야 합니다. 일본놈들에게 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김만석이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법성포 조창 작전 이후, 일본놈들이 군수물자를 읍내 헌병대 창고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걸 또 불태우시려고?"
"아니오. 빼돌릴 겁니다."
"뭐라고요?"
"불태우면 증거가 남습니다. 하지만 빼돌리면... 일본놈들끼리 의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산갑은 지도를 펼쳤다.
"다나카 상인이 준 헌병대 창고 배치도입니다. 뒷문의 자물쇠가 약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비가..."
"야간에 교대 시간이 있습니다. 5분간 빈틈이 생깁니다."
이계민이 나섰다.
"아버지, 제가 가겠습니다."
"안 된다!"
"저와 산돌 아제가 가장 빠릅니다. 젊으니까요."
산돌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령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희가 가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이산갑은 고민했다. 아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도회원으로서, 이계민도 자기 몫을 해야 했다.
"...알겠다. 하지만 절대 무리하지 마라. 위험하면 바로 포기하고 도망쳐라."
"네, 아버지!"
사흘 후 밤, 이계민과 산돌은 헌병대 창고로 잠입했다.
"아제, 조심하세요."
"도령님도요."
두 청년은 어둠을 틈타 창고 뒷문으로 다가갔다.
산돌이 자물쇠를 살펴봤다.
"생각보다 약하네요. 부술 수 있겠습니다."
"소리 나지 않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산돌은 쇠지레를 조심스럽게 자물쇠에 끼웠다. 그리고 천천히 힘을 줬다.
"딱!"
작은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부서졌다.
"됐습니다!"
두 사람은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군복, 군화, 통조림, 쌀이 가득했다.
"이걸 다 어떻게 옮겨요?"
"최대한 많이. 빨리!"
두 사람은 보따리에 물건을 담기 시작했다. 군복, 통조림, 쌀...
"아제, 이 정도면 됐어요. 가요!"
그들이 나오려는 순간, 발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헌병이었다.
"들켰어요! 뛰어요, 아제!"
이계민과 산돌은 보따리를 메고 달렸다.
"도둑이다! 잡아!"
헌병들이 뒤쫓아왔다.
하지만 두 청년은 빨랐다. 골목을 누비며 헌병들을 따돌렸다.
"이쪽이야!"
"저쪽으로 갔다!"
산돌은 영광 읍내의 골목을 손바닥처럼 알고 있었다. 그는 이계민을 이끌고 헌병들을 교묘하게 피했다.
"도령님, 여기로요!"
좁은 골목, 담장을 넘고, 개천을 건너고...
"아제, 저 담장 넘어요!"
"제가 먼저 넘어서 도령님 받겠습니다!"
산돌이 담장을 훌쩍 넘었다. 이산갑 집에서 자라며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단련된 몸이었다.
"도령님, 보따리부터 던지세요!"
이계민이 보따리를 던졌다. 산돌이 받았다.
"이제 뛰어내리세요!"
이계민이 뛰어내렸다. 산돌이 받쳐주었다.
한 시간 후, 두 사람은 헌병들을 완전히 따돌렸다.
"휴... 살았어요..."
"잘하셨습니다, 도령님."
"아제 덕분이에요."
두 사람은 보따리를 메고 산으로 돌아갔다.
이산갑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사히 돌아왔구나!"
"네, 아버지. 물자 가져왔습니다."
"산돌이도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나리."
한도회 회원들이 환호했다.
"이 군복으로 우리도 입을 수 있겠네!"
"통조림은 비상식량으로!"
"쌀은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한도회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 날, 헌병대는 발칵 뒤집혔다.
"창고가 털렸다!"
"도둑놈들이 군수물자를 훔쳐갔어!"
일본인 읍장이 분노했다.
"누가 훔쳐갔어!"
"모르겠습니다. 밤에 몰래..."
"조선 독립군이야! 틀림없어!"
하지만 증거가 없었다. 지문도, 발자국도, 목격자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더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한도회는 훔친 일본군 군복을 이용해서 가짜 일본군으로 위장했다.
이계민과 산돌, 그리고 젊은 한도회원 다섯 명이 일본군 복장을 하고 읍내로 들어갔다.
산돌은 일본말을 조금 할 수 있었다. 이산갑 집에서 자라며 배웠다.
"우리는 광주에서 온 일본군이다. 공출 실태를 점검하러 왔다."
산돌이 뻣뻣한 일본말로 말했다.
읍사무소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아, 네! 어서 오십시오!"
"공출 기록을 보여줘."
"네, 여기 있습니다!"
이계민은 서류를 받아 봤다. 다음 달 공출 계획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이 서류 복사 좀 해줘."
"네!"
이렇게 한도회는 일본의 계획을 미리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나온 후, 읍사무소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광주에서 왔다는 군인들... 조선말 억양이 좀 이상하지 않았어?"
"그래? 나는 잘 모르겠던데..."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한도회는 정보를 손에 넣었다.
밤에 산속에서 이산갑이 웃으며 말했다.
"잘했다, 계민아. 산돌이도."
"감사합니다, 아버지."
산돌도 웃었다.
"일본놈들 속이는 게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조심해야 해. 들키면 큰일이야."
"알고 있습니다."
한도회의 활동은 계속됐다.
정보 수집, 물자 빼돌리기, 마을 사람들 보호...
그들은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영광 곳곳에서 한도회의 전설이 퍼져나갔다.
"한도회가 또 일본놈들 골탕 먹였대!"
"정신대 명단을 미리 알아내서 아이들을 구했대!"
"징용도 막았대!"
"한도회 만세!"
사람들은 속삭이며 희망을 품었다.
광복이 곧 온다는 희망을.
그리고 그때까지, 한도회가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을.
이계민과 산돌은 밤마다 산을 오르내리며 한도회의 연락책을 맡았다.
주인집 도련님과 하인 출신 청년.
하지만 그들은 동지였다.
"아제, 피곤하시죠? 제가 좀 들게요."
"괜찮습니다, 도령님. 이런 건 제가 익숙합니다."
"우리 한도회 동지잖아요. 같이 들어요."
두 청년은 함께 짐을 나눠 들었다.
어둠 속에서, 그들의 발걸음은 광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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