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318)

제국의 최후 발악

by 이 범

광복을 향한 마지막 싸움
1945년 4월, 봄바람이 백암산을 스쳤다.
하지만 산속 동굴에 숨은 남자들에게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산갑은 동굴 입구에 앉아 아래 마을을 내려다봤다.
"나리, 차가운 바람이 붑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산돌이 담요를 가져왔다.
"고맙네, 산돌아. 너도 앉아라."
"네, 나리."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
"산돌아, 우리가 여기 온 지 벌써 두 달이 넘었구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무사합니다. 헌병들이 한 명도 못 잡았습니다."
"네 덕분이야. 네가 산길을 잘 알아서 우리가 살았어."
"아닙니다. 한도회 모두가 함께한 일입니다."
그때 이계민이 달려왔다.
"아버지! 아제! 큰일났어요!"
"무슨 일이냐?"
"마을에서 전갈이 왔어요. 어머니가... 어머니가..."
이계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부인이 어떻게 됐어!"
이산갑이 벌떡 일어났다.
"또 끌려가서 고문당했대요. 이번에는... 더 심하게..."
이산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내가 내려가야 해!"
"안 됩니다, 나리! 함정일 수 있습니다!"
산돌이 말렸다.
"하지만 부인이!"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이계민이 나섰다.
"아니다, 너도 위험해."
"아버지, 저는 괜찮아요. 제가 빠르니까 들켜도 도망칠 수 있어요."
"산돌 아제도 같이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도령님."
두 청년은 밤을 기다려 산을 내려갔다.
마을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아제, 뭔가 이상해요."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조심하십시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이산갑의 집으로 다가갔다.
집 앞에는 헌병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수상했다.
"제가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산돌이 담장을 넘었다. 그리고 조용히 집안을 살폈다.
잠시 후 산돌이 손짓했다.
"안전합니다!"
이계민도 담장을 넘었다.
방 안에 강지윤이 누워 있었다.
"어머니!"
이계민이 달려갔다.
강지윤은 등에 피가 묻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계민아... 왔구나..."
"어머니, 제가 왔어요. 괜찮으세요?"
"괜찮다... 이 정도는..."
하지만 강지윤의 얼굴은 창백했다.
막심네가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도련님, 마님이... 마님이 오늘 하루 종일 고문당하셨어요..."
"뭐라고요?"
"일본놈들이 나리가 어디 있는지 자백하라고... 하지만 마님께서 끝까지..."
이계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산돌 아제, 어머니를 산으로 모셔가야 해요."
"하지만 도령님, 마님의 상태가..."
"여기 있으면 또 끌려가요. 산에 계셔야 안전해요."
산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머니, 제가 업을게요."
"안 돼, 계민아. 너까지 위험하면..."
"괜찮아요, 어머니. 산돌 아제도 계시잖아요."
이계민은 어머니를 조심스럽게 업었다.
"막심네, 어머니 약 챙겨주세요."
"네, 도련님."
막심네가 다나카가 준 약을 보자기에 쌌다.
세 사람은 조용히 집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그 순간.
"거기 서!"
헌병들이 나타났다.
"역시 함정이었어!"
"뛰어요!"
산돌과 이계민은 달렸다. 이계민은 어머니를 업은 채였다.
"저쪽이야! 잡아!"
헌병들이 뒤쫓아왔다.
"도령님, 제가 마님을 업겠습니다!"
산돌이 강지윤을 넘겨받았다.
"아제!"
"도령님은 헌병들을 막으십시오!"
이계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을 주웠다.
"이놈들아!"
이계민이 돌을 던졌다. 헌병 한 명이 맞아 쓰러졌다.
"이 새끼!"
헌병들이 총을 겨눴다.
"빵! 빵!"
총성이 울렸다.
"도령님!"
"괜찮아요! 빨리 가요!"
이계민은 골목을 누비며 헌병들을 따돌렸다. 열일곱 살이었지만, 그는 이제 한도회의 전사였다.
산돌은 강지윤을 업고 산으로 향했다. 하인으로 자라며 단련된 다리는 빨랐다.
한 시간 후, 세 사람은 동굴에 도착했다.
"부인!"
이산갑이 달려왔다.
"여보... 미안하오... 내가 무능해서..."
"아니에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강지윤이 힘없이 말했다.
"어서 눕히게!"
한도회 회원들이 강지윤을 조심스럽게 눕혔다.
김만석이 상처를 살폈다.
"심합니다. 당장 치료해야 합니다."
"의원을 불러와야 하는데..."
"안 됩니다. 의원이 산에 오면 들킵니다."
그때 한 노인이 나섰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최 영감!"
최진사였다. 그는 젊었을 때 한의학을 공부했었다.
"약초가 필요합니다. 산돌이, 이것들을 구해올 수 있겠나?"
최진사가 종이에 약초 이름을 적었다.
"구해오겠습니다."
산돌이 종이를 받아들고 밤 산으로 나갔다.
이계민도 따라나섰다.
"아제, 저도 도울게요."
"고맙습니다, 도령님."
두 청년은 횃불을 들고 산을 누볐다.
"여기 당귀가 있어요!"
"저기 시호도 보입니다!"
약초를 하나하나 캐며, 이계민이 물었다.
"아제, 우리가 이기고 있는 거 맞죠?"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본놈들이 저렇게 발악하는 걸 보면... 그들이 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산돌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도령님. 짐승은 죽기 직전에 가장 사납습니다. 일본놈들이 저렇게 발악하는 건... 끝이 가까워서 그렇습니다."
"그럼 곧 광복이 오겠네요."
"그렇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됩니다."
두 사람은 약초를 캐서 동굴로 돌아왔다.
최진사가 약을 달였다.
"이걸 드시면 통증이 가라앉을 겁니다."
강지윤이 약을 마셨다.
"고맙습니다, 최 영감님..."
"천만에요, 마님. 마님께서 한도회를 위해 얼마나 고생하셨는데요."
그날 밤, 이산갑은 아내 옆에 앉아 밤을 새웠다.
"여보... 미안하오..."
"뭐가 미안해요..."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서..."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한도회를 이끌고... 마을을 지키고..."
강지윤이 남편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이길 거예요... 곧... 광복이 올 거예요..."
"그렇소. 조금만 더 버티면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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