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과의 병행
9월이 됐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다.
"계민아, 학교 가야지."
강지윤이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 의용경찰단 일이 너무 바빠요."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너는 아직 고등학생이야."
"..."
"의용경찰단도 중요하지만, 네 미래도 생각해야 해."
이계민은 고민했다.
일제시대에 중학교를 다니다가 멈췄었다. 이제 고등학교를 다녀야 했다.
"알겠습니다, 어머니. 학교 다니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하지만 낮에는 학교, 밤에는 의용경찰단... 쉽지 않았다.
첫 등교일.
이계민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다.
"야, 이계민이다!"
"의용경찰단 단장!"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이계민은 당황했다. 벌써 소문이 난 것이다.
"너 진짜 단장 맞아?"
한 학생이 물었다.
"응... 맞아..."
"와, 대단하다! 나도 의용경찰 하고 싶은데!"
"나도!"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조용!"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여러분, 오늘부터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국어, 수학, 역사...
오랜만에 듣는 수업이었다. 이계민은 집중했다.
하지만 졸음이 왔다. 어젯밤 순찰을 서느라 잠을 못 잤기 때문이다.
"이계민!"
"네, 네!"
선생님이 깨웠다.
"자지 말고 집중해!"
"죄송합니다..."
학생들이 웃었다.
점심시간.
이계민은 도시락을 먹으며 생각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학교와 의용경찰단을 둘 다 잘해야 하는데...'
그때 산돌이 학교로 찾아왔다.
"형님!"
"아제? 왜 왔어요?"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일본인 재산 관리 문제로..."
"지금요?"
"네, 빨리 와야 합니다."
이계민은 난감했다. 오후 수업이 남아있었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갈게요."
"죄송합니다."
이계민은 교무실로 갔다.
"선생님, 급한 일이 생겨서 조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의용경찰단 일이냐?"
"네..."
선생님은 한숨을 쉬었다.
"계민아, 너는 학생이야. 공부가 우선이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용경찰단도 중요하지. 하지만 균형을 맞춰야 해."
"노력하겠습니다."
"알았어. 오늘은 가봐. 하지만 앞으로는 조퇴를 최소화해라."
"감사합니다!"
이계민은 산돌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갔다.
일본인이 버리고 간 큰 상점 앞에 사람들이 모여 다투고 있었다.
"이 가게는 내가 관리하겠어!"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신청했어!"
"다들 비켜! 이건 우리 조합에서 맡을 거야!"
난장판이었다.
"다들 조용히 하세요!"
이계민이 소리쳤다.
"의용경찰단장입니다! 질서를 지켜주세요!"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일본인 재산은 함부로 가져갈 수 없습니다. 정부가 수립되면 정식으로 처리될 겁니다."
"그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데!"
"그동안 이 가게는 어떻게 하고!"
"의용경찰단이 임시로 관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공동 운영?"
"네, 이익을 모두가 나눠 갖는 겁니다. 자세한 건 회의를 열어 결정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수긍했다.
사건은 일단락됐다.
학교로 돌아갈 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다.
'오늘 수업은 다 놓쳤네...'
이계민은 한숨을 쉬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계민아, 학교는 어땠니?"
"...괜찮았어요."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밤 9시.
의용경찰단 순찰 시간이었다.
"오늘은 제가 대신 돌겠습니다. 조카님은 공부하세요."
산돌이 말했다.
"아니에요, 아제. 제가 단장인데 빠질 수 없어요."
"하지만 학생이잖습니까."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이계민은 완장을 차고 순찰을 나갔다.
밤 12시까지 순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숙제를 해야 했다. 하지만 너무 피곤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야지...'
이계민은 그대로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늦잠을 잤다.
"계민아! 학교 늦겠어!"
"네!"
황급히 준비해서 학교로 뛰어갔다.
숙제는 못 했다.
"이계민, 숙제는?"
"죄송합니다... 못 했습니다..."
선생님이 한숨을 쉬었다.
"계민아, 이래서야 안 돼. 학생의 본분을 잊으면 안 돼."
"죄송합니다..."
이계민은 고개를 숙였다.
점점 힘들어졌다.
낮에는 졸고, 숙제는 밀리고, 성적은 떨어지고...
한 달이 지났다.
중간고사 성적이 나왔다. 꼴찌였다.
"계민아..."
어머니 강지윤이 성적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 죄송해요..."
"이래서야 안 되겠구나. 의용경찰단을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니냐?"
"안 돼요! 저는 단장이에요!"
"하지만 공부를..."
"둘 다 할 수 있어요! 제가 더 노력하면 돼요!"
강지윤은 아들을 봤다. 눈밑에 다크서클이 짙었다.
"...알았어. 하지만 약속해라. 건강 해치지 마라."
"네, 어머니."
이계민은 결심했다.
'둘 다 잘해야 해. 방법을 찾아야 해.'
그날부터 이계민은 시간을 쪼개기 시작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두 시간 공부.
학교 수업 집중.
점심시간에도 공부.
방과 후 의용경찰단 업무.
저녁에 순찰.
밤 11시부터 1시까지 공부.
하루 4시간 수면.
힘들었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할 수 있어.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