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민준 이야기
2027년 3월 16일, 새벽 3시.
선우민준은 평창 산속 '새벽터'에서 잠들어 있었다. 형 태준과의 만남 이후,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그곳에 남았다. 차 안이 아닌, 바위 옆 소나무 아래에 간이 침낭을 펼치고 누웠다.
밤하늘에는 별이 쏟아졌다. 도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민준은 피곤했다. 지난 1년간 미래전략본부를 이끌며 쉴 틈이 없었다. 정직하게, 바르게 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쉬운 길을 포기하고 어려운 길을 택하는 것은 매일의 투쟁이었다.
'정말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그 의문이 그를 짓눌렀다. AI 윤리 가이드라인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친환경 에너지 투자는 초기 비용이 막대했다. 이사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민준 본부장은 이상주의자야. 비즈니스를 모르는 거지."
"형이 회장이 된 게 다행이야. 동생이 회장이었으면 회사 망했을 거야."
그런 소리들이 들려왔다.
민준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느님... 제가 옳은 길을 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제가 그저 순진한 것뿐입니까?"
피로가 몰려왔다. 그의 의식이 희미해졌다.
그리고 그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민준은 거대한 빌딩 앞에 서 있었다.
아니, 빌딩이 아니었다. 그것은 계단이었다. 땅에서 시작해 하늘 끝까지 뻗어 있는 무한한 계단.
계단은 빛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투명하면서도 단단했다. 그 계단 위를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민준은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을 관찰했다.
어떤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 서류 가방, 금고, 왕관. 그들은 힘겹게 계단을 오르다가 중간에 주저앉았다. 짐이 너무 무거웠다.
어떤 사람들은 빈손이었다. 그들은 가볍게, 거의 뛰다시피 계단을 올랐다. 그들의 얼굴에는 평화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내려오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올라가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 보였다. 그들은 내려오면서 올라가는 사람들을 격려했다.
"조금만 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짐을 내려놓으세요. 그것 없이도 괜찮아요!"
민준은 계단 아래를 내려다봤다. 거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떤 이들은 계단을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첫 계단을 오르려다 포기하고 있었다.
"민준아."
익숙한 목소리였다. 민준은 돌아봤다.
계단 중간쯤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빛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올라오너라."
민준은 주저하다가 첫 계단에 발을 디뎠다. 놀랍게도 계단은 단단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다.
10개, 20개, 50개.
숨이 차기 시작했다.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100개, 200개.
다리가 후들거렸다. '포기하고 싶다.'
"민준아, 네가 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아라."
민준은 자신의 등을 봤다. 언제부터인가 그도 짐을 지고 있었다. 투명한 가방이었지만, 무게는 실제였다.
가방을 열어보니 그 안에 온갖 것들이 들어 있었다.
'맏아들이 아니라는 열등감'
'형을 배신했다는 죄책감'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
민준은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 내려놓았다. 가방이 가벼워질수록 그의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그는 다시 계단을 올랐다. 300개, 500개, 1000개.
마침내 그는 그 존재 앞에 도달했다.
"잘 왔다, 민준아."
빛이 조금 옅어지며 얼굴이 드러났다. 놀랍게도 그것은 아버지 일성 회장의 얼굴이었다. 아니, 아버지 같기도 하고,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더 오래되고 지혜로운 누군가 같기도 했다.
"나는 네 아버지의 하느님, 네 할아버지의 하느님이다. 선우 가문을 지켜온 손길이다."
민준은 무릎을 꿇었다.
"민준아, 내가 너에게 약속한다."
그 존재가 민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첫째, 나는 너와 함께 있겠다. 네가 어디로 가든, 무엇을 하든, 나는 네 곁에 있을 것이다."
계단 위에서 빛줄기 하나가 내려와 민준을 감쌌다.
"둘째, 나는 너를 지키겠다. 네가 올바른 길을 갈 때, 나는 네 방패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너를 비난할 때, 진실이 너를 변호할 것이다."
빛이 더 밝아졌다.
"셋째, 나는 너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겠다. 네가 지금은 외롭고 두렵지만, 언젠가 너는 네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 너는 더 이상 도망치는 사람이 아니라, 당당히 서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민준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존재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나는 내가 약속한 것을 다 이룰 때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 네가 포기하고 싶을 때도, 네가 외로울 때도, 나는 네 곁에 있을 것이다."
"왜... 왜 저를 도우십니까?" 민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는 형을 배신했습니다.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민준아." 그 존재가 미소 지었다. "자격은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격은 다시 일어서는 용기에서 온다. 너는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섰다. 너는 잘못했지만, 바로잡으려 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계단 위에서 더 많은 빛줄기들이 내려왔다. 그것들은 계단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을 비췄다.
"저 빛은 무엇입니까?"
"도움의 손길들이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민준아.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지켜보고, 응원하고, 도우려 한다. 네 팀원들, 네 형, 그리고 네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까지."
민준은 계단 아래를 내려다봤다. 이제 그의 시야가 달라져 있었다. 땅 위의 사람들이 보였다. 선우그룹의 직원들, 그들의 가족들, 선우그룹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 선우그룹의 투자로 혜택을 받는 사회적 기업들.
"저 사람들..."
"네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네가 올바르게 일할 때, 저들이 혜택을 받는다. 네가 정직할 때, 저들이 신뢰를 얻는다. 네가 혁신할 때, 저들의 삶이 나아진다."
민준은 전율했다. 그것은 부담이 아니었다. 그것은... 소명이었다.
"가거라, 민준아." 그 존재가 말했다. "내가 준 비전을 가지고 세상으로 돌아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외롭지 않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민준은 벌떡 일어났다.
새벽 6시. 동이 트고 있었다. 하늘은 오렌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여전히 새벽터의 바위 옆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공기가, 빛이,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졌다.
"진정... 하느님께서 이곳에 계셨구나."
민준은 떨리는 손으로 바위를 만졌다. 어젯밤 자신이 베개 삼아 누웠던 그 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돌이 아니었다.
"이곳은... 하늘의 문이다."
그는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평범한 산속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거룩했다. 하느님이 자신에게 말씀하신 곳이었다.
민준은 가방에서 생수병을 꺼냈다. 그리고 바위 꼭대기에 물을 부었다. 기름은 없었지만, 이것이 자신이 드릴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곳의 이름을 '하늘문'이라 하겠습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메모를 작성했다.
"2027년 3월 16일, 새벽.
이곳 평창 새벽터에서 나 선우민준은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하신다고 약속하셨다.
나를 지키시고, 나를 인도하시고, 나를 집으로 데려가신다고 하셨다.
그러므로 나는 여기 서원한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면서 내가 가는 길에서 나를 지켜주신다면,
나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마련해 주신다면,
내가 무사히 내 자리로 돌아가게 해주신다면,
나는 다음을 약속한다:
주님을 나의 하느님으로 섬기겠다
이 바위를 하느님의 집으로 삼겠다
내가 받는 모든 것의 10분의 1을 하느님께, 즉 사회에 돌려드리겠다
나는 정직하게 일하겠다
나는 겸손하게 배우겠다
나는 사람들을 섬기겠다"
메모를 저장하고, 민준은 바위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외롭지 않습니다. 당신이 함께하신다면, 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일어나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걸음걸이는 어제와 달랐다. 더 가볍고, 더 당당했다.
차에 오르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봤다. 저 바위, 저 소나무들, 저 하늘.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임재를 증거하고 있었다.
"다시 오겠습니다. 정기적으로. 이곳은 이제 나의 영적 본거지입니다."
서울로 향하는 길, 민준의 마음은 충만했다. 그에게는 이제 사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명을 감당할 힘도 약속받았다.
월요일 아침, 선우그룹 본사.
민준은 38층 미래전략본부로 출근했다. 팀원들이 그를 맞이했다.
"본부장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
"응, 아주 좋았어." 민준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본부장님, 뭔가 달라 보이세요. 무슨 좋은 일 있으셨어요?"
민준은 웃었다. "있었지. 아주 큰 일이."
그날 오전, 긴급 팀 미팅이 소집됐다.
"여러분, 우리 본부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겠습니다."
민준은 화면에 프레젠테이션을 띄웠다.
"우리의 사명: 기술로 사람을 섬기고, 혁신으로 사회를 변화시킨다.
우리의 원칙: 정직, 겸손, 섬김.
우리의 약속: 우리가 창출하는 모든 가치의 10%를 사회에 환원한다."
팀원들이 웅성거렸다.
"10%요? 그건 너무 많지 않습니까?"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것은 최소입니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본부장님, 이사회가 반대하면 어떡합니까?"
"설득하겠습니다. 그리고 증명하겠습니다. 이것이 옳은 길일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길이라는 것을."
젊은 팀원 하나가 손을 들었다. "본부장님, 정말 가능할까요? 우리 같은 작은 본부가 대기업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요?"
민준은 팀원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여러분, 저는 이번 주말에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갈 때,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우리를 돕습니다. 고객들이, 사회가, 그리고..." 그는 잠시 멈췄다. "더 큰 힘이 우리와 함께합니다."
"더 큰 힘이요?"
"네. 정의, 진리, 사랑. 그런 영원한 가치들 말입니다. 우리가 그 가치들을 따를 때, 우리는 절대 외롭지 않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팀원들의 눈에 빛이 들어왔다.
"좋습니다!" 한 팀원이 외쳤다. "해봅시다!"
"저도 동의합니다!" 다른 팀원이 일어섰다.
하나둘, 모든 팀원들이 일어섰다.
민준은 감동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우리 함께 역사를 만듭시다."
그날 오후, 민준은 형 태준을 찾아갔다.
"형님, 시간 있으세요?"
"그래, 들어와."
민준은 새로운 계획서를 제출했다. "선우그룹 사회공헌 10% 이니셔티브"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태준은 서류를 읽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민준아, 이건... 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거야?"
"예, 형님."
"그럼 주주들은? 배당은?"
"충분히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회사 가치를 더 높일 것입니다. 신뢰는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태준은 한참을 생각했다.
"민준아, 너 정말 변했구나. 예전 같으면 이런 제안 못 했을 거야."
"예, 형님. 저는 이번 주말에... 계시를 받았습니다."
"계시?"
민준은 새벽터에서의 경험을 들려줬다. 하늘의 계단, 하느님의 약속, 자신의 서원.
태준은 진지하게 들었다.
"민준아, 나는 네가 종교적 체험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민준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태준이 계속했다. "나는 네가 진정한 소명을 발견했다고 믿어. 그것이 하느님에게서 왔든, 네 내면에서 왔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네가 이제 확신이 있다는 거야."
"형님..."
"좋아. 해보자." 태준이 서류에 서명했다. "다음 이사회에서 제안하자. 내가 지지하마."
민준은 형의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형님."
"민준아." 태준이 동생의 눈을 똑바로 봤다. "나도 네 여정에 동참하고 싶어. 나도 평창에 가보고 싶어. 네가 본 것을 보고 싶어."
"언제든지요, 형님. 함께 가요."
3개월 후.
선우그룹 이사회는 "10% 이니셔티브"를 승인했다. 만장일치는 아니었지만,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었다.
뉴스가 나갔다.
"선우그룹, 획기적 사회공헌 발표... 연 3000억 원 환원 예정"
"재벌의 새로운 모델? 선우그룹의 실험"
"선우민준 부회장, '기업은 사회의 것' 강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긍정적 여론이 90%를 넘었다. 선우그룹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장기적 비전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민준은 교만하지 않았다. 매주 금요일 저녁, 그는 평창 새벽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무릎 꿇고 감사했다.
"하느님, 제가 가는 길에서 저를 지켜주셨습니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셨습니다. 이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그는 바위 옆에 작은 헌금함을 설치했다. "새벽터 장학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그곳을 찾는 등산객들이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민준 자신도 매달 자신의 급여의 10%를 그곳에 넣었다.
1년 후, 그 기금으로 강원도 산간 지역 학생 50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5년 후.
새벽터는 유명해졌다. "기적이 일어나는 장소"로 알려졌다. 사업가들이, 학생들이, 방황하는 청년들이 그곳을 찾았다.
민준은 그곳에 작은 쉼터를 지었다. "하늘문 쉼터"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무료로 묵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쉼터 입구에 돌판이 세워졌다.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이곳은 하늘의 문입니다.
2027년 3월 16일, 한 청년이 이곳에서 하늘의 계시를 받았습니다.
그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사명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당신도 이곳에서 당신의 하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당신도 이곳에서 당신의 사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신도 이곳에서 새로운 약속을 할 수 있습니다.
환영합니다.
선우민준"
그리고 그 아래, 더 작은 글씨로:
"'하느님께서 저와 함께 계시면서 제가 가는 이 길에서 저를 지켜 주시고, 저에게 먹을 양식과 입을 옷을 마련해 주시며, 제가 무사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신다면, 주님께서는 저의 하느님이 되시고, 제가 기념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은 하느님의 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께서 주시는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창세기 28:20-22, 선우민준의 서원"
10년 후.
민준은 선우그룹 부회장이 되었다. 형 태준은 여전히 회장이었고, 두 사람은 완벽한 팀워크를 이루었다.
선우그룹은 아시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선정됐다. 단순히 규모나 수익 때문이 아니었다. 윤리 경영, 사회공헌, 혁신 문화 때문이었다.
그리고 "10% 이니셔티브"는 이제 한국 재계의 표준이 되었다. 30개 대기업이 선우그룹을 따라 유사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어느 겨울날, 민준은 다시 새벽터를 찾았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팀원들, 그리고 선우그룹 임원 20명이 함께였다.
"여러분, 이곳이 모든 것이 시작된 곳입니다."
민준은 바위를 어루만졌다.
"10년 전, 저는 이곳에서 꿈을 꾸었습니다. 하늘의 계단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약속을 받았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네가 어디로 가든 너를 지키겠다. 너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겠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약속이 이루어졌습니다. 하느님은 저를 지키셨습니다. 사람들이 비난할 때도, 제가 외로울 때도, 제가 포기하고 싶을 때도, 보이지 않는 손길이 저를 붙들었습니다."
임원들이 숙연해졌다.
"그리고 저도 약속을 지켰습니다. 모든 것의 10%를 사회에 돌려드렸습니다. 아니, 10% 이상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는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민준은 주머니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그 안에는 수표가 들어 있었다.
"이것은 제 올해 보너스입니다. 5억 원. 저는 이것의 절반을 이곳 '하늘문 재단'에 기부하겠습니다. 강원도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데 쓰일 것입니다."
그는 바위 옆 헌금함에 봉투를 넣었다.
"여러분도 원하시면, 이곳에서 서원하십시오. 큰 것이 아니어도 됩니다. 작은 약속이라도 좋습니다. 하느님께, 아니 여러분의 양심에게, 여러분의 더 나은 자아에게 약속하십시오."
한 명 한 명, 임원들이 바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떤 이는 기도했고, 어떤 이는 묵상했고, 어떤 이는 울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새벽터는 황금빛으로 빛났다.
민준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10년 전 꿈에서 본 그 하늘의 계단이 떠올랐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당신은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그리고 저도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갈 때, 하늘과 땅이 우리를 돕습니다.'
바람이 불었다. 소나무들이 춤을 췄다.
그리고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잘했다, 나의 아들아. 너는 약속을 지켰다. 이제 더 큰 일을 맡기마."
민준은 미소 지었다.
그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 막 시작이었다.
—끝—
에필로그
20년 후, 새벽터는 국가 문화재로 지정됐다.
"하늘문 영성 센터"가 설립되어 매년 10만 명의 방문객을 받았다.
그곳에는 박물관이 있었다. 선우민준의 여정을 기록한 전시관이었다.
입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한 사람의 꿈이 한 기업을 바꿨고,
한 기업의 변화가 한 산업을 바꿨고,
한 산업의 혁신이 한 사회를 바꿨다.
이 모든 것은 한 청년이
이 바위 앞에 무릎 꿇고
약속했던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당신의 하늘의 계단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의 서원은 무엇입니까?
여기, 이 돌이 증언합니다:
약속을 지키는 자는 복을 받는다고.
정직한 자는 외롭지 않다고.
하늘은 땅을 버리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 전시관 마지막 방에는
민준이 직접 쓴 마지막 메시지가 걸려 있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당신도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 함께 갑시다.
하늘의 계단을 올라갑시다."
— 선우민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