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332)

영광 인민위원회

by 이 범


백호신은 김산돌의 감옥을 나와 인민위원회로 향했다.

손에는 여전히 어머니의 천 조각이 쥐어져 있었다. 주머니에 넣었지만, 그 무게가 느껴졌다.


'이산갑이... 어머니를 도왔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개인적인 은혜와 계급투쟁은 별개의 문제였다. 공산주의 교리가 그렇게 가르쳤다.



'감상에 젖어서는 안 된다. 혁명가는 냉철해야 한다.'

인민위원회 건물에 들어서자 조순호 위원장이 그를 맞았다.

"백호신 동무! 어머니 장례는 잘 치르셨습니까?"

"예, 감사합니다."

"들어오십시오.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회의실로 안내되었다. 상이 차려져 있었다. 흰쌀밥, 고기, 나물.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된 음식이었다.


"드십시오. 혁명 투사는 잘 먹어야 합니다."

백호신은 밥을 먹었다. 산에서 풀뿌리나 먹던 것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조순호가 다른 간부 두 명을 불러들였다.

"소개하겠습니다. 보안서장 리명철 동무, 그리고 선전부장 박용준 동무입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조순호가 본론을 꺼냈다.

"백호신 동무, 영광은 이제 인민의 것이 되었습니다. 반동들을 숙청하고, 토지를 개혁하고, 진정한 인민의 나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특히 부르주아 잔재를 뿌리 뽑아야 합니다."

백호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명철이 서류를 펼쳤다.

"이 지역에 대지주와 친일파 명단입니다. 대부분 도망갔지만, 아직 남아 있는 자들도 있습니다."

손가락이 한 이름에 멈췄다.

"이산갑 일가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백호신의 심장이 뛰었다.


"이산갑?"

조순호가 설명했다.

"예. 영광의 대지주입니다. 수백 마지기 땅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학자 행세를 하며 명망이 높지만..."

"실제로는?" 백호신이 물었다.

"교활한 부르주아입니다." 박용준이 끼어들었다. "영산학원이라는 학교를 운영하며 부르주아 사상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이사장이 이산갑, 교장이 강지윤입니다."

리명철이 계속 설명했다.


"가족 구성을 보십시오. 장남 이계민은 의용경찰입니다."

"의용경찰?"

"겉으로는 우리 편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반동입니다. 우리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조순호가 서류를 더 펼쳤다.

"차남 이의호는 영산학원 학생. 열여덟 살입니다. 동생 이산호는 세무서장, 이선호는 읍장입니다."

백호신은 놀랐다.


"일가가 영광을 장악하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조순호가 주먹을 쳤다. "이것이 바로 양반 계급의 지배 구조입니다. 겉으로는 분산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혈연으로 묶여 권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박용준이 덧붙였다.


"면장 이은주도 같은 집안입니다. 이산갑의 조카입니다."

백호신은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이산갑 일가의 계보도가 그려져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리명철이 말했다.

"처음에는 협력하는 척했습니다. 이계민을 의용경찰로 받아들이고, 이산호와 이선호를 그대로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합니다."


"무엇이?"

"그들은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 인민군이 후퇴하면 즉시 우리를 배신할 자들입니다."

조순호가 백호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숙청해야 합니다. 뿌리째."

백호신은 침묵했다.


김산돌의 말이 떠올랐다. '이산갑 선생은... 당신 어머니를 도왔소.'

하지만 조순호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보면, 이산갑은 분명 부르주아였다.

"백호신 동무."

조순호가 그의 침묵을 다그쳤다.


"혹시 망설이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백호신은 결심했다. 아니, 결심하려 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조순호가 미소 지었다.

"인민재판을 열겠습니다. 공개적으로."

"인민재판?"

"예.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죄를 폭로하는 겁니다. 그리고 인민이 직접 판결하게 하는 겁니다."

박용준이 덧붙였다.


"이것은 단순한 처벌이 아닙니다. 정치적 교육입니다. 인민들에게 계급투쟁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리명철이 말했다.

"다른 부르주아들에게도 경고가 됩니다. 반동의 최후가 어떤지."

조순호가 백호신에게 물었다.


"백호신 동무, 당신이 주도해주시겠습니까?"

"제가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지리산에서 싸운 전사입니다. 인민들이 당신의 말을 믿을 것입니다."

백호신은 잠시 망설였다.

조순호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동무, 혹시 개인적인 감정이 있습니까?"

"무슨 말씀입니까?"

"이산갑과 관련된."

백호신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인정할 수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내일 준비하겠습니다."

"내일요?"

"예. 빠를수록 좋습니다. 전세가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조순호가 다른 간부들을 바라보았다.


"모든 준비를 하십시오. 내일 정오, 장터에서 인민재판을 엽니다."

밤의 고뇌

그날 밤, 백호신은 제공받은 방에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어머니의 천 조각을 꺼내 들었다.


"정치야 잘 살거라"

'잘 산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산갑을 죽이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혁명을 위해, 계급투쟁을 위해, 인민을 위해.

하지만 정말 인민을 위한 것인가?

백호신은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이 밝았다. 고요한 밤이었다.

문득 화산(이현상)의 말이 떠올랐다.

"혁명은 개인의 야망을 위한 것이 아니네."

'나는... 왜 혁명을 하는가?'

처음에는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징병을 피하기 위해.

그다음에는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머슴이라는 굴레에서.

그리고 이제는?

인민을 위해서?

백호신은 쓴웃음을 지었다. 거짓말이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영웅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영웅은 사람을 죽이는가? 은혜를 원수로 갚는가?

백호신은 주머니에서 또 다른 물건을 꺼냈다.


공산당 당원증이었다. 1943년 옌안에서 받은.

"당과 인민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는 당원증을 오래 바라보았다.

'나는... 무엇을 희생했는가?'

동료들? 적들? 무고한 사람들?

아니다.

자신을 희생했다. 자신의 인간성을. 자신의 양심을.

문이 두드려졌다.


"누구십니까?"

"리명철입니다."

문을 열자 보안서장이 서 있었다.

"잠을 못 이루시는 것 같아서..."

"괜찮습니다."

리명철이 들어왔다. 손에 술병을 들고 있었다.

"한잔하시죠."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술을 마셨다.

"백호신 동무, 혹시 망설이고 계십니까?"

"......"

"이해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리명철이 술을 마셨다.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죽이는 것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계급입니다. 부르주아라는 계급. 착취와 억압의 상징."

리명철의 눈이 빛났다.


"이산갑 개인이 착한지 나쁜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양반 계급을 대표합니다. 그 계급이 사라져야 진정한 평등이 옵니다."

백호신은 술을 마셨다. 쓰디쓴 맛이었다.

"당신 어머니는 머슴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렇다면 당신은 알 것입니다. 양반 계급이 얼마나 우리를 짓밟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산갑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온화한 척해도, 그는 양반입니다. 착취자입니다."

리명철이 백호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일 인민재판에서, 당신이 직접 그의 죄를 폭로하십시오. 그것이 당신 어머니를 위한 것입니다."

"어머니를 위한 것?"

"그렇습니다. 당신 어머니는 평생 양반들에게 억눌려 살았습니다. 이제 그 복수를 하는 겁니다."

리명철이 일어섰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내일 정오까지."

그가 나가고, 백호신은 다시 혼자 남았다.


복수.

그것이 정말 어머니가 원했던 것일까?

백호신은 천 조각을 다시 꺼냈다.

"정치야 잘 살거라"

'어머니...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새벽의 결심

동이 텄다.

백호신은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그는 결심했다. 아니, 결심을 포기했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그저... 명령을 따르자.'

그것이 더 쉬웠다.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


'나는 혁명가다. 당원이다. 개인적 감정은 버려야 한다.'

자기 최면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조순호가 아침 일찍 찾아왔다.


"준비되셨습니까?"

"예."

"좋습니다. 오전 중에 이산갑 일가를 체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조순호는 백호신의 얼굴을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얼굴이 좋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밤새 생각을 많이 해서..."

"무슨 생각을?"

"혁명에 대해서. 계급투쟁에 대해서."

백호신은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옳다고."

조순호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역시 백호신 동무! 진정한 혁명가입니다!"

두 사람은 악수했다.

하지만 백호신의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체포


오전 열 시, 인민군과 빨치산이 이산갑의 집을 포위했다.

백호신도 함께 있었다. 감독관으로서.

"문을 열어라!"

병사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이산갑은 서재에 앉아 있었다. 책을 읽고 있었다. 차분했다.

마치 이 순간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이산갑, 체포한다!"

병사들이 그를 끌어냈다.

"무슨 일입니까?"

이산갑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다.


"반동 행위! 부르주아 계급! 인민의 적!"

"나는 평생 조선을 위해 살았습니다."

"입 다쳐!"

병사가 그를 쳤다. 하지만 이산갑은 쓰러지지 않았다.

마당에 가족들이 끌려 나왔다.


장남 이계민. 의용경찰 제복을 입고 있었다. 얼굴에 이미 멍이 들어 있었다. 저항했다가 맞은 것이다.

"아버지!"

"계민아, 괜찮다."

차남 이의호. 열여덟 살. 어머니 품에 안겨 떨고 있었다.


동생 이산호, 이선호. 그리고 조카 이은주.

모두 붙잡혔다.

백호신은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산갑이 그를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산갑은 백호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당연했다. 십오 년 전 그는 어린 머슴이었다. 이제는 삼십 대 중반의 빨치산 중대장이었다.

하지만 이산갑의 눈빛은 여전히 온화했다.

백호신은 그 눈을 마주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보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이계민이 소리쳤다.


"우리는 조국을 위해 싸웠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독립운동가입니다!"

병사가 그를 쳤다.

"닥쳐, 반동의 자식!"

이계민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산갑이 아들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병사들이 막았다.

"계민아..."

"괜찮습니다, 아버지... 저는 괜찮습니다..."

이계민이 일어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니다. 너는 잘했다."

이산갑이 아들의 어깨를 잡으려 했지만, 병사들이 그를 끌어냈다.

"끌고 가라!"

가족들이 모두 수레에 실렸다.


백호신은 그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의호가 울고 있었다. 어머니가 그를 안고 있었다.

이산호와 이선호는 침묵하고 있었다. 체념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산갑.

그는 여전히 차분했다. 마치 모든 것을 받아들인 것처럼.

수레가 떠났다. 장터로.

백호신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이 떨렸다. 다리도 떨렸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이미 늦었다.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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