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복수를 가른다
2078년 4월 20일, 춘천 수콧.
디나가 공개 고발 의사를 밝힌 지 5일이 지났다.
민준은 변호사들과 함께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차분하게. 신중하게.
하지만 아들들은 달랐다.
특히 시메온(20세)과 레위(18세).
두 아들은 방에서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형, 아버지가 법으로만 싸우겠다고 했잖아."
"알아.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아?"
"그 석환이라는 놈, 아버지가 잘 큰 대기업 집안이잖아. 돈으로 덮을 수도 있어."
시메온의 눈이 번뜩였다.
"그러면 안 되지."
"형,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해."
"그래. 법정에서 끝나지 않으면, 우리가 끝내야 해."
"어떻게?"
시메온이 노트북을 열었다.
"강석환. 강한텍 회장 아들. 서울 청담동 거주. 자주 가는 클럽이 여기야."
"형, 설마..."
"디나가 얼마나 힘들어하는 줄 알아?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아무것도 안 하고 방에만 있잖아."
레위의 주먹이 떨렸다.
"맞아. 나도 그냥 못 있겠어."
"아버지는 신중하게 가자고 하시지. 하지만 우리는 달라. 우리가 직접 해결해야 해."
그날 밤, 시메온과 레위는 몰래 수콧을 빠져나왔다.
서울로 향했다.
강석환이 자주 가는 클럽을 찾아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석환 주변에는 항상 경호원들이 있었다.
"형, 어떻게 해?"
시메온이 생각했다.
"먼저 온라인으로 공격하자."
"온라인?"
"석환 놈이 한 짓을 SNS에 폭로하는 거야. 아버지가 공개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레위가 망설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버지는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했어. 우리는 여론을 만드는 거야. 다른 거잖아."
그날 밤, 시메온은 익명 계정으로 강석환의 만행을 폭로했다.
이름, 증거, 피해 내용.
모든 것을 공개했다.
다음날 아침, SNS가 폭발했다.
'강한텍 회장 아들 성범죄 폭로'
'재벌 2세의 만행'
'피해자는 유명 AI 기업인의 딸'
기사들이 쏟아졌다.
강석환의 얼굴과 이름이 전국에 알려졌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SNS 폭로로 분노한 네티즌들이 강한텍 회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불매운동.
강한텍 주가 폭락.
회장 사퇴 요구.
그리고 강석환 지인들까지 신상이 털렸다.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봤다.
민준에게 전화가 쏟아졌다.
"선우 회장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는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SNS 폭로가 오히려 재판을 망칠 수 있습니다. 증거 채택에 문제가 생길 수도..."
민준은 시메온과 레위를 찾았다.
"너희가 한 거냐?"
두 아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시메온, 레위."
"아버지..."
"대답해라. 너희가 했느냐?"
"예... 했습니다."
민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갔다.
한 시간 후.
거실에 가족들을 모았다.
레이코, 리나, 시메온, 레위, 그리고 전화로 연결된 르우벤.
"시메온, 레위. 너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느냐?"
"아버지, 저희는 디나를 위해..."
"알아. 너희 마음을."
민준의 목소리가 낮았다. 하지만 분명했다.
"하지만 너희가 한 일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봐라."
민준이 노트북 화면을 보여줬다.
강한텍 주가 폭락.
무고한 직원 5000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었다.
강석환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신상털기를 당했다.
디나의 이름도 간접적으로 노출되었다.
"아버지, 하지만 석환이 한 짓이..."
"맞아. 석환은 나쁜 놈이야. 처벌받아야 해."
"그럼!"
"하지만 저 5000명의 직원들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
시메온이 말을 잃었다.
"그 직원들의 가족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레위도 고개를 숙였다.
"너희는 석환 한 명을 벌하려다, 관계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해쳤어."
"..."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어."
민준이 르우벤에게 눈짓했다.
르우벤이 전화로 말했다.
"아버지, 변호사가 연락왔어요. SNS 폭로 때문에 재판이 복잡해졌답니다. 석환 측 변호사가 '여론 재판'이라고 주장한대요. 오히려 석환에게 유리하게 될 수도 있답니다."
시메온이 벌떡 일어났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도우려고 한 건데!"
"도움이 오히려 독이 된 거야."
민준이 말했다.
"시메온아, 레위야. 너희 마음은 이해한다. 나도 그 분노를 느꼈어."
"아버지..."
"하지만 분노로 행동하면 이렇게 돼.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와."
두 아들이 울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아버지한테 사과할 게 아니야."
"예?"
"디나에게 사과해야 해. 그리고 강한텍 직원들에게 사과해야 해."
"직원들에게요?"
"너희 행동이 무고한 사람들을 해쳤어. 책임을 져야 해."
다음날, 민준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선우 가문은 SNS 폭로가 가족 구성원의 개인 행동이었음을 밝힙니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법적 절차를 통해 정의를 구현할 것입니다."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강한텍 측에서 연락이 왔다.
"선우 회장님, 이번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민준은 만났다.
강한텍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제 아들이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직원들은..."
"알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무고합니다."
"그렇다면..."
"제 아들들도 잘못했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직원들을 위협했습니다."
"선우 회장님..."
"우리 두 집안이 이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합시다. 법적으로, 공정하게."
강한텍 회장이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당신 아들을 법정에 세우십시오. 그것이 가장 공정한 길입니다. 그러면 저도 SNS 폭로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하겠습니다."
그날 밤, 민준은 시메온과 레위를 불렀다.
두 아들은 여전히 죄책감에 차 있었다.
"아버지,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오히려 디나를 더 힘들게 했어요."
민준이 두 아들 앞에 앉았다.
"너희 마음을 알아. 누이를 지키고 싶었겠지."
"하지만 결과가..."
"응. 결과가 좋지 않았어."
민준이 말을 이었다.
"시메온아, 레위야. 분노는 나쁜 게 아니야."
"예?"
"분노 자체는 나쁜 게 아니야. 잘못된 일에 분노하는 것은 옳아."
두 아들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분노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해. 분노가 너희를 지배하면, 너희는 석환과 다를 게 없어."
"아버지..."
"석환은 욕망에 지배당했어. 너희는 분노에 지배당했어. 둘 다 감정에 지배당한 거야."
시메온이 울었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했습니까?"
민준이 대답했다.
"분노를 느끼되, 행동은 신중하게."
"어떻게요?"
"분노가 치밀 때, 멈춰라. 그리고 물어라. '이 행동이 디나를 위한 건가, 내 감정을 위한 건가?'"
두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나 더."
"예."
"너희 누이 디나를 봐라. 디나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가족들이 모였다. 디나도.
디나가 오빠들을 바라봤다.
"오빠들, 나는 알아요. 오빠들이 나를 위해 한 거잖아요."
"디나야, 미안해. 우리가 오히려..."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 우리가 재판을 어렵게 만들었잖아."
디나가 고개를 저었다.
"오빠들, 나는 이미 결심했어요."
"무슨 결심?"
"싸울 거예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재판이 어떻게 되든, 나는 내 이야기를 할 거예요."
시메온이 누이를 껴안았다.
"디나야..."
"오빠가 화내는 거 이해해요. 나도 화가 났으니까요. 하지만 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분노가 아니라 진실로 싸워야 해요."
레위도 눈물을 닦았다.
"디나가 우리보다 강하네."
민준이 말했다.
"너희 아버지보다도 강하다."
가족 모두가 웃었다. 눈물 속에서.
민준은 그날 밤 일기를 썼다.
"오늘 아들들이 실수를 했습니다.
분노로 행동했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을 탓하지 않습니다.
그 분노는 사랑에서 나온 것이었으니까요.
누이를 지키려는 사랑.
다만 사랑이 지혜를 만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를 냅니다.
저도 화가 났습니다.
지금도 화가 납니다.
하지만 야곱처럼 말하고 싶습니다.
'너희는 나를, 내 가족을 위험에 빠뜨렸다.'
분노로 행동하면
더 많은 것을 잃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다칩니다.
하느님, 제 아들들을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지혜를 주십시오.
분노를 다스리는 지혜를.
그리고 디나를.
그 아이는 오늘도 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끝—
에필로그
강석환은 결국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3년의 징역형.
디나는 법정에서 직접 증언했다.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분명했다.
"저는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평생 피해자로 살지 않겠습니다."
판결 후, 디나는 피해자 지원 단체를 설립했다.
시메온과 레위는 그 단체의 후원자가 되었다.
자신들의 잘못을 올바른 방법으로 갚은 것이다.
민준이 아들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실수를 했지만, 그것을 통해 배웠어. 그리고 책임을 졌어. 그것으로 충분해."
평창 새벽터에 새 돌이 놓였다.
"분노의 교훈"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졌다:
"분노는 나쁜 것이 아니다.
잘못된 일에 분노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분노가 너를 지배하면
너는 적과 다를 바 없다.
분노를 느끼되
행동은 신중하게.
사랑이 지혜를 만날 때
비로소 정의가 된다.
시메온과 레위
'분노에서 지혜로'"
그 돌은 오늘도
분노하는 모든 이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분노하라.
하지만 멈춰라.
그리고 물어라.
이것이 사랑인가,
아니면 감정인가.
그 대답이
정의와 복수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