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왕국의 역사

선우 가문 4세대 모임.

by 이 범



2100년, 평창 새벽터.
선우 가문 4세대 모임.
16명의 손주들이 모였다. 이제 그들도 30-40대가 되었다.
가장 나이 많은 선우태민(47세, 르우벤의 장남)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오늘 우리가 모인 이유는 '선우 가문의 리더십 계승'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할아버지 민준께서 돌아가신 지 8년이 지났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이제 70-80대가 되셨습니다."
"이제 우리 세대가 리더십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선우지혜(45세, 르우벤의 딸)가 물었다.
"형,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선우그룹, AI 윤리 재단, 병원, 교회, 피해자 지원 단체... 우리 가문이 운영하는 모든 기관들의 리더십입니다."
선우준호(42세, 르우벤의 막내)가 말했다.
"그건 각 기관의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 아니에요?"
"맞아요. 하지만 우리가 가족으로서 어떤 원칙을 세울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해요."
회의는 길어졌다.
16명의 의견이 달랐다.
"선우그룹은 당연히 우리 집안 사람이 이어받아야죠."
"아니에요.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을 써야죠."
"재단은요? 할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해요."
"하지만 혈연으로만 선택하면 안 되죠."
논쟁이 격해졌다.
선우다윗(45세, 레위의 장남, 선교사)이 일어났다.
"잠깐! 우리 원점으로 돌아갑시다."
"무슨 말이에요?"
"할아버지 태준과 증조할아버지 민준의 이야기를 보세요. 그분들은 어떻게 리더십을 계승했나요?"
침묵.
"혈연이 아니라 능력과 소명으로요."

선우다윗이 칠판에 그림을 그렸다.
"우리 가문의 리더십 역사를 봅시다."
1세대 (1980-2000년대):
선우태준: 선우그룹 회장
선우민준: 일본 → 한국, 선우다나카 → AI 재단
"두 분은 형제였지만 다른 길을 가셨어요. 태준 할아버지는 비즈니스, 민준 증조할아버지는 교육."
2세대 (2000-2020년대):
르우벤: 선우그룹 부회장 → 회장
시메온: 병원장
레위: 목사
유다: 예술가
디나: 피해자 지원 단체
요셉: AI 재단 제주
벤자민: 스타트업
"보세요. 일곱 자녀가 모두 다른 길을 가셨어요. 한 명도 '당연히 이어받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선우민서(49세, 시메온의 딸,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어요. '네 길을 가라. 병원을 이어받을 필요 없다'고."
선우예린(40세, 유다의 딸, 화가)도 말했다.
"아버지도 그러셨어요. '예술은 강요할 수 없다. 네가 원하면 하고, 아니면 다른 길을 가라'고."
선우다윗이 계속했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도 각자의 길을 가되, 가문의 유산을 이어가는 거죠."
"어떻게요?"
"혈연이 아니라 소명으로."
선우지안(37세, 요셉의 장남, AI 전공)이 제안했다.
"제안이 있습니다."
"말해봐요."
"우리 가문의 각 기관에 '리더십 원칙'을 세우는 겁니다."
"무슨 원칙?"
"첫째, 혈연 우선이 아니라 능력 우선."
"둘째, 하지만 가문의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
"셋째, 5년마다 재평가."
선우태민이 물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선우그룹. 제가 CEO가 되고 싶다면, 다른 후보들과 공정하게 경쟁해야 해요. 이사회가 평가하고 선택해요."
"하지만 이사회에 가족이 있으면 공정하지 않을 텐데?"
"그래서 이사회의 50%는 외부 인사여야 해요."
선우서준(35세, 요셉의 차남)이 덧붙였다.
"AI 재단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AI 윤리를 공부했지만, 자동으로 분원장이 되면 안 돼요. 제 능력을 증명해야죠."

회의 결과, '선우 가문 리더십 헌장'이 만들어졌다.
선우 가문 리더십 헌장 (2100)
제1조: 원칙
혈연이 아니라 소명과 능력으로
가문의 정신(화해, 윤리, 섬김)을 이해하는 자
공정한 경쟁과 평가
제2조: 각 기관의 리더 선출
선우그룹:
CEO는 이사회가 선출
이사회 구성: 가족 50%, 외부 전문가 50%
임기: 5년, 연임 가능
AI 윤리 재단:
이사장은 이사회가 선출
이사회 구성: 가족 30%, 학계 40%, 시민사회 30%
임기: 5년, 1회 연임 가능
춘천 병원:
병원장은 의료진 투표 + 이사회 승인
가족 우대 없음
임기: 3년, 연임 가능
기타 기관들: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선출
하지만 공통 원칙: 능력 우선, 공정 평가
제3조: 가족 모임
매년 추석, 평창 새벽터에서 전체 모임
각 기관 리더들의 보고
가족 구성원 간 소통과 화해
제4조: 분쟁 해결
리더 선출 과정에서 분쟁 발생 시
3인 중재위원회 구성 (가족 1, 외부 전문가 2)
중재 결정은 최종적
2102년.
첫 번째 리더 선출이 시작되었다.
선우그룹 CEO:
후보: 선우태민(르우벤 장남), 김준석(외부 전문 경영인), 이현주(외부 CFO)
이사회 평가: 3개월간 경영 계획 발표, 실적 검토
결과: 김준석 선출 (외부인!)
선우태민은 실망했다. 하지만 받아들였다.
"축하합니다, 김 대표님. 제가 부사장으로서 보좌하겠습니다."
AI 윤리 재단 이사장:
후보: 선우지안(요셉 장남), 박민지(카이스트 교수), 선우서준(요셉 차남)
이사회 평가: 연구 실적, 비전 발표, 이해관계자 면담
결과: 선우지안 선출
서준은 형을 축하했다.
"형, 축하해. 형이 더 적합해. 나는 기술 쪽에서 형을 돕겠어."
춘천 병원장:
후보: 선우현우(시메온 차남, 물리치료사), 정수진(외부 의사), 강민호(외부 의사)
의료진 투표 + 이사회
결과: 정수진 선출 (외부인!)
선우현우도 받아들였다.
"정 원장님, 축하드립니다. 제가 재활의학과장으로서 돕겠습니다."

2105년, 추석.
평창 새벽터.
선우 가문 전체 모임.
100명이 넘었다. 1세대부터 5세대까지.
새로운 리더들이 보고했다.
김준석 선우그룹 CEO:
"저는 선우 가문 출신이 아닙니다. 하지만 선우 가문의 정신을 이어받고 싶습니다."
"태준 회장님과 민준 회장님께서 보여주신 화해, 윤리, 책임을 기업 경영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선우그룹은 이제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를 섬기는 기업이 되고 있습니다."
선우지안 AI 재단 이사장:
"증조할아버지 민준께서 세우신 AI 윤리 재단을 이어받았습니다."
"하지만 혈연 때문이 아닙니다. 제 소명 때문입니다."
"저는 증조할아버지의 정신 - 기술이 인간을 섬겨야 한다 - 을 이어가겠습니다."
정수진 춘천 병원장:
"저도 선우 가문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메온 이사장님의 정신 - 치유와 섬김 - 을 배웠습니다."
"이 병원을 지역사회를 섬기는 병원으로 만들겠습니다."
보고가 끝난 후, 레이코(93세)와 리나(88세)가 함께 일어났다.
두 어머니, 이제 할머니, 증조할머니.
레이코가 말했다.
"민준이 살아계셨다면 자랑스러워 하셨을 거예요."
"우리 가족은 혈연으로 묶인 게 아니에요. 정신으로 묶였어요."
리나가 덧붙였다.
"화해의 정신, 윤리의 정신, 각자의 길을 존중하는 정신."
"그것이 우리를 가족으로 만들었어요."
그날 밤, 새로운 돌이 세워졌다.
열일곱 번째 돌.
"리더십 계승"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졌다:
"선우 가문 리더십 헌장
2100
우리는 혈연으로 계승하지 않는다.
소명과 능력으로 계승한다.
왕이 혈통으로 정해지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각자가 자기 길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원칙은 같다:
화해 - 갈등을 평화로
윤리 - 기술을 인간을 위해
섬김 - 권력을 책임으로
이것이 선우 가문의 정신이다.
혈연이든 아니든,
이 정신을 가진 자가
우리의 리더다.
선우 가문 3세대
2100년 추석"


에필로그
2150년.
선우 가문 6세대.
리더들 중 절반은 선우 성을 가지지 않았다.
김씨, 이씨, 박씨, 정씨...
결혼으로, 입양으로, 그리고 실력으로 들어온 사람들.
하지만 모두 '선우 가문의 정신'을 공유했다.
화해.
윤리.
섬김.
평창 새벽터는 이제 국가 문화재가 되었다.
열일곱 개의 돌.
각각 선우 가문의 한 시대를 대표한다.
매년 수만 명이 방문한다.
그들은 돌들을 만지며 생각한다.
'혈연이 전부가 아니구나.'
'정신이 가족을 만드는구나.'
'나도 내 가문에서 무엇을 이어가야 할까?'
그리고 마지막 돌, 열일곱 번째 돌 앞에서
그들은 다짐한다.
"나도 혈연이 아니라 소명으로 살겠다."
"나도 능력을 증명하겠다."
"나도 정신을 이어가겠다."
선우태준과 선우민준.
두 형제가 시작한 이야기.
이제 혈연을 넘어
정신으로 이어진다.
영원히.
—끝—
선우 가문 족보 마지막 페이지:
"에사우는 왕들을 낳았다.
야곱도 족장들을 낳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다.
어떤 정신을 이어갔느냐다.
선우 가문도 마찬가지다.
태준과 민준이 시작했다.
7명의 자녀가 이었다.
16명의 손주가 확장했다.
그리고 이제 수백 명이 참여한다.
혈연도 있고, 아닌 이도 있다.
하지만 모두 같은 정신을 가졌다.
화해.
윤리.
섬김.
이것이 선우 가문의 유산이다.
당신도 이 유산을 이어갈 수 있다.
혈연이 아니어도.
정신만 있다면.
선우 가문 족보, 2150년판
서문 중에서"

월, 화, 수,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