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는 아들

꿈을 현실로 만드는법

by 이 범


2110년, 제주도.
선우요셉의 아들, 선우지안(47세).
AI 윤리 재단 제주 분원장이 되고 5년이 지났다.
그는 성공했다. 젊은 나이에 분원장이 되었고, 재단을 두 배로 키웠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형제들과의 관계.
특히 사촌 형들.
어느 날, 가족 모임 후 지안의 아내 박소연(44세)이 물었다.
"여보, 오늘 왜 그렇게 조용했어요?"
"아, 괜찮아."
"괜찮아 보이지 않았는데. 태민 오빠가 당신 쳐다보는 눈빛이..."
지안은 한숨을 쉬었다.
"알아. 사촌 형들이 날 싫어해."
"왜요?"
"내가 너무 빨리 성공했나봐. 그리고..."
"그리고?"
"할아버지가 날 특별히 아끼셨잖아. 형들이 그걸 알아."
사실이었다.
선우민준(증조할아버지)은 손주들 중 지안을 특히 사랑했다.
"지안이는 나를 닮았어."
민준은 늘 그렇게 말했다.
"AI 윤리에 대한 열정, 진실을 추구하는 태도. 나와 똑같아."
그래서 민준은 지안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다.
자신이 평생 쓰던 노트북.
거기에는 50년간의 일기, 강의 자료, 연구 노트가 담겨 있었다.
"지안아, 이걸 너에게 준다. 나의 생각을, 나의 여정을 이어받아라."
지안은 그 노트북을 보물처럼 여겼다.
하지만 사촌 형들은 달랐다.
"왜 지안만 특별 대우야?"
"우리도 할아버지 손주인데."
특히 르우벤의 장남 선우태민(57세)이 불만이 많았다.
"나는 장손인데, 왜 할아버지는 지안만 챙기셨어?


2112년 봄.
선우 가문 이사회.
안건: AI 윤리 재단 통합 이사장 선출.
제주 분원과 춘천 본원을 통합하는 것이었다.
후보는 두 명.
선우지안(49세, 제주 분원장)
박민지(55세, 춘천 본원장, 외부 인사)
지안이 발표를 시작했다.
"존경하는 이사님들, 저는 지난 7년간 제주 분원을 성장시켰습니다."
"학생 수 3배 증가, 연구 논문 50편 발표, 정부 프로젝트 10건 수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할아버지 민준의 정신을 이어갔다는 것입니다."
지안이 노트북을 들어 올렸다.
"이것은 할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노트북입니다. 여기에는 할아버지의 50년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정신을 바탕으로 재단을 이끌겠습니다."
발표가 끝났다.
이사회실 밖, 사촌 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우태민, 선우준호, 선우현우...
"지안이 또 할아버지 노트북 들고 나왔네."
"저걸로 항상 정당화하더라."
"'나는 할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면서."
선우준호가 비꼬았다.
"그래, 네가 왕이라도 될 셈이냐? 우리 모두를 지배하겠다는 거야?"
일주일 후, 결과 발표.
"통합 이사장으로 선우지안을 선출합니다."
지안이 당선되었다.
49세. 역대 최연소 통합 이사장.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사촌 형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날 밤, 지안은 흥분해서 아내에게 말했다.
"소연아, 내가 해냈어! 통합 이사장이 됐어!"
"축하해요, 여보."
"그런데 알아? 나 어젯밤에 꿈을 꿨어."
"무슨 꿈?"
"우리 가족이 다 밭에서 일하고 있었어. 곡식 단을 묶고 있었는데..."
지안의 눈이 반짝였다.
"내 곡식 단이 일어나서 우뚝 섰어. 그런데 형들의 곡식 단이 내 것에 절을 하더라고!"
소연의 얼굴이 굳었다.
"여보, 그 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왜? 좋은 꿈인데."
"좋은 꿈이 아니에요. 형들이 들으면..."
"괜찮아. 그냥 꿈일 뿐이야."


다음 주, 가족 모임.
지안은 흥분해서 꿈 이야기를 했다.
"형들, 제가 이상한 꿈을 꿨어요."
태민이 짜증스럽게 물었다.
"뭔데?"
"우리가 다 밭에서 곡식 단을 묶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 단이 일어나서 우뚝 섰어요. 형들의 단은 제 것에 절을 하더라고요."
침묵.
태민이 잔을 탁 내려놓았다.
"너 지금 뭐라고 한 거야?"
"꿈 얘긴데요?"
"꿈? 너 우리한테 지배받으라고 말하는 거지?"
준호도 끼어들었다.
"네가 우리 왕이라도 될 셈이냐?"
"아니, 그게 아니라..."
"통합 이사장 되더니 완전히 오만해졌네."
지안은 당황했다.
"형들, 오해예요. 그냥 신기한 꿈을 꿔서..."
"신기해? 네가 우리 위에 서겠다는 거잖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일주일 후, 또 다른 모임.
지안은 배우지 못했다.
또 꿈 이야기를 했다.
"형들, 이번엔 더 신기한 꿈을 꿨어요."
"또?"
"해와 달과 별 열한 개가 저에게 절을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아버지 요셉(68세)도 있었다.
요셉이 아들을 꾸짖었다.
"지안아, 그게 무슨 말이냐?"
"꿈이요, 아버지."
"해와 달이 너에게 절한다? 그럼 나와 네 어머니도 너에게 절해야 한단 말이냐?"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너 그 노트북 받고 나서 완전히 달라졌어. 할아버지가 널 특별하게 키웠다고 너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안은 충격받았다.
아버지마저 자신을 꾸짖다니.
사촌 형들은 더 화났다.
"저 자식이 완전히 미쳤네."
"해와 달까지? 우리 부모님까지 무시하는 거야?"
"통합 이사장 한 번 됐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네."


그날 밤, 지안은 혼자 제주 바닷가를 걸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그냥 꿈 얘기를 했을 뿐인데...'
'왜 다들 나를 미워하지?'
그는 할아버지 민준의 노트북을 열었다.
민준의 일기 중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2055년 3월.
오늘 나는 깨달았다.
사랑받는다는 것이 축복이지만,
특별히 사랑받는다는 것은 저주가 될 수도 있다.
형 태준은 나를 45년간 멀리 보냈다.
질투 때문이었다.
내가 아버지의 사랑을 더 받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랑은 형제간에 갈등을 만든다.
지안아, 네가 이 노트북을 받는다면
조심해라.
이것은 축복이지만 동시에 짐이다.
형제들이 너를 시기할 것이다.
겸손하라.
자랑하지 마라.
네 꿈을 함부로 말하지 마라.
할아버지가."
지안은 눈물을 흘렸다.
'할아버지가 미리 경고하셨구나.'
'하지만 나는 듣지 못했어.'
'나는 교만했어.'
다음날, 지안은 사촌 형들을 찾아갔다.
"형들, 죄송합니다."
"뭐?"
"제가 교만했습니다. 제 꿈 이야기로 형들을 무시했습니다."
태민이 냉소했다.
"이제 와서?"
"진심입니다. 저는 통합 이사장이 됐지만, 그것이 제가 형들보다 낫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럼?"
"저는 그저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형들도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잖아요."
준호가 물었다.
"그럼 너 할아버지 노트북은?"
"그것은 할아버지의 유산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를 특별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정말?"
"예. 저는 그저 할아버지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형들도 각자 방식으로 할아버지를 이어가시잖아요."
침묵.
태민이 한숨을 쉬었다.
"지안아, 솔직히 말할게."
"예, 형."
"우리가 널 시기했어. 네가 빨리 성공했고, 할아버지가 널 특별히 사랑했고, 이제 통합 이사장까지 됐으니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 꿈 이야기는 정말 너무했어. '우리가 너에게 절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죄송합니다. 생각 없이 말했습니다."
태민이 동생을 바라봤다.
"지안아, 너 정말 그 꿈대로 될 거라고 믿어?"
"모르겠습니다. 그냥 꿈일 뿐이에요."
"하지만 할아버지도 꿈을 꾸셨잖아. 얍복 강가에서, 프니엘에서."
"그건..."
태민이 미소 지었다.
"나도 인정할게. 넌 재능 있어. 그리고 할아버지 정신을 잘 이해하고 있어."
"형..."
"하지만 교만하지 마. 그게 너를 망칠 수 있어."
"명심하겠습니다."
그날 밤, 지안은 일기를 썼다.
"오늘 형들에게 사과했다.
그들이 나를 용서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교만했다.
할아버지가 준 노트북,
통합 이사장이라는 직책,
그 꿈들...
모두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할아버지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형들도 그렇다.
각자의 방식으로.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꿈이 현실이 되려면
겸손해야 한다는 것.
교만한 자는 무너진다.
할아버지도 그렇게 가르치셨다.
주님, 저를 겸손하게 하소서.
아멘."
—끝—
에필로그
아버지 요셉은 지안의 꿈을 마음에 간직했다.
'저 꿈이 무엇을 의미할까?'
'혹시 지안이 정말로 특별한 소명을 받은 걸까?'
'아니면 그냥 젊은이의 교만일까?'
요셉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안은 변했다.
더 겸손해졌다.
더 형들을 존중했다.
그리고 그의 리더십도 변했다.
명령하는 리더가 아니라
섬기는 리더가 되었다.
평창 새벽터에 작은 표지판이 하나 더 세워졌다.
"꿈의 교훈"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꿈을 꾸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꿈을 자랑하는 것은 저주다.
특별히 사랑받는 것은 은혜다.
하지만 그것을 뽐내는 것은 교만이다.
꿈이 있다면 조용히 간직하라.
사랑받는다면 겸손하게 행하라.
그러면 꿈이 현실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교만하면
꿈이 악몽이 될 것이다.
선우지안의 고백
2112년"
그 표지판은 오늘도
큰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네 꿈을 사랑하되
네 꿈을 자랑하지 마라.
그것이 꿈을 현실로 만드는 법이다."

월, 화, 수,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