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345)

가을에서 겨울로

by 이 범

1959년, 가을에서 겨울로
의호의 대학 입시
가을이 깊어갔다.
10월, 의호의 대학 입시가 다가왔다.
"형, 떨려요."
의호가 손을 떨고 있었다.
"괜찮아. 넌 잘할 거야."
계민이 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열심히 했잖아."
"하지만..."
"의호야."
계민이 동생을 똑바로 봤다.
"너는 할 수 있어. 형이 믿어."
"...네."
"그리고 떨어져도 괜찮아."
"네?"
"재수하면 되잖아. 형이 다 뒷받침할게."
의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형..."
"울지 마. 시험 망치게."
계민이 웃었다.
의호도 웃었다.
"네, 형. 고마워요."
시험 당일 아침.
온 식구가 일찍 일어났다.
"의호 삼촌, 밥 많이 드세요!"
승국이가 밥그릇을 건넸다.
"고마워, 승국아."
"화이팅이에요!"
범현이가 주먹을 쥐었다.
"그래, 고마워."
민화가 떡국을 끓였다.
"미역국은 미끄러진다고 안 좋다잖아요. 떡국 드세요."
"고맙습니다, 형수님."
계민이 의호와 함께 광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형, 같이 가주셔서 고마워요."
"당연하지. 혼자 가면 불안하잖아." 광주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북적였다.
"여기서 시험장까지 어떻게 가지?"
"택시 타자."
택시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학생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의호야."
"네, 형."
"긴장 풀고. 네가 아는 거 다 쓰면 돼."
"...네."
"형이 여기서 기다릴게."
"정말이에요?"
"그럼. 들어가."
의호가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계민은 밖에서 기다렸다.추운 날씨였다.
바람이 매서웠다.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의호가 잘 보고 있겠지.'
'제발 합격하게 해주세요.'
몇 시간이 흘렀다.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의호도 나왔다.
"형!"
"어땠어?"
"...잘 본 것 같아요!"
"정말?"
"네! 공부한 게 다 나왔어요!"
계민이 동생을 안았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고마워요, 형."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의호야, 배고프지?"
"네, 좀요."
"식당 가자."
역 앞 작은 식당.
짜장면을 시켰다.
"맛있게 먹어."
"네!"
의호가 게걸스럽게 먹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식욕이 돌아온 것이다.
"형, 결과는 언제 나와요?"
"한 달쯤 뒤."
"떨려요."
"그때 가서 떨어. 지금은 푹 쉬어."
"네."
집에 도착하니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의호야, 어땠어?"
민화가 물었다.
"잘 본 것 같아요!"
"다행이다!"
"의호 삼촌 대단해요!"
승국이가 박수를 쳤다.
"삼촌 축하해요!"
범현이도 따라 박수를 쳤다.
정개 할머니가 미역국을 끓여놨다.
"이제 미역국 먹어도 되유!"
"고맙습니다, 할머니."
그날 저녁은 잔치 분위기였다.
비록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축하할 일이었다.

국제 뉴스
11월 어느 날.
계민은 신문을 읽고 있었다.
"쿠바 혁명 성공"
"피델 카스트로, 새 정부 수립"
흥미로운 기사였다.
'또 혁명이 일어났구나.'
한도회 회의에서도 화제가 됐다.
"쿠바에서 혁명이 성공했답니다."
"공산주의 혁명 아닙니까?"
"그렇다고 합니다."
"미국 코앞인데..."
동지들이 수군거렸다.
"소련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루나 3호를 쏘아 올렸답니다."
"달 뒷면을 찍었다는군요."
"대단하네요."
계민은 신문을 읽으며 생각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공산주의도 확산되고, 우주 경쟁도 치열하고...'
'우리나라는?'
'독재는 심해지고, 경제는 나아지지 않고...'
한숨이 나왔다.
"계민 동지, 무슨 생각 하십니까?"
"...아, 아닙니다."
"얼굴이 어두운데요."
"조금 피곤해서요."
"요즘 주유소 일이 바쁘시죠?"
"그렇습니다."
사실 주유소는 잘 돌아갔다.
점원들이 알아서 했다.
하지만 계민은 다른 걱정이 있었다.
'내년 선거.'
'부정선거를 한다는 소문.'
'어떻게 될까.'
승국의 성장
12월이 왔다.
승국이가 성적표를 들고 왔다.
"아버지!"
"승국아, 성적표 받았니?"
"네!"
승국이 자랑스럽게 성적표를 펼쳤다.
전 과목 우수.
"잘했구나!"
"산수는 백 점이에요!"
"대단하다, 우리 승국이."
계민이 아들을 안아 올렸다.
"무거워졌네?"
"키가 컸어요!"
"그래, 많이 컸어."
승국은 여덟 살이었지만, 또래보다 키가 컸다.
밥도 잘 먹고, 건강했다.
"아버지, 저 내년엔 3학년이에요!"
"그래, 벌써 3학년이야."
"3학년 되면 뭐가 달라요?"
"음... 공부가 조금 더 어려워지지."
"저는 괜찮아요!"
"그래, 우리 승국이니까."
계민은 아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 아이가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까.'
'훌륭한 사람이 되겠지.'
'할아버지처럼.'
저녁 식탁에서 승국이 발표했다.
"제가 반장이 됐어요!"
"정말?"
"네! 선생님이 뽑으셨어요!"
"우리 큰 아들 대단하다!"
민화가 기뻐했다.
"반장은 뭐 해요?"
범현이가 물었다.
"친구들을 도와주고, 선생님 말씀 전달하고..."
"와, 대단하다!"
범현이가 형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봤다.
"나도 형처럼 반장 하고 싶어!"
"범현이도 할 수 있어. 커서."
하경이가 끼어들었다.
"나도! 나도 반장 할래!"
"하경아, 너는 아직 어려."
"싫어! 나도 할 거야!"
모두가 웃었다.

연말의 풍경
12월 말.
1959년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계민은 주유소를 점검했다.
"올해 수입은 어땠어?"
점원 김씨가 장부를 펼쳤다.
"작년보다 십 퍼센트 늘었습니다."
"그래? 잘됐네."
"사장님 덕분입니다."
"아니야. 다들 수고했어."
계민은 보너스를 챙겼다.
점원들에게 나눠줬다.
"고생했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리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연말 분위기였다.
'한 해가 또 지나가는구나.'
'조봉암 선생님을 잃었고...'
'홍수도 있었고...'
'하지만 가족은 무사하고...'
'의호는 시험을 잘 봤고...'
'승국이는 반장이 됐고...'
'주유소도 잘 됐고...'
'감사한 일이지.'
집에 도착하니 저녁 준비가 한창이었다.
"계민 씨, 어서 와요!"
"뭐 하고 있어요?"
"송편 만들고 있어요. 내일이 섣달그믐이잖아요."
"아, 그렇네요."
승국이가 떡을 빚고 있었다.
"아버지, 저도 도와줘요!"
"그래? 잘하네."
범현이도 떡가루를 만지고 있었다.
"나도! 나도 해요!"
"범현이도 잘하네."
하경이는 떡을 먹으려고 했다.
"하경아, 아직 안 익었어!"
"먹고 싶어요!"
"조금만 기다려."
희경이는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희경아."
계민이 막내딸을 안아 올렸다.
"아빠."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렀다.
"어? 지금 뭐라고 했어?"
"아빠!"
"우리 희경이가 말을 하네!"
계민이 딸을 높이 들어 올렸다.
"잘했어, 희경아!"
민화가 웃었다.
"이제 돌 넘긴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말을 하네요."
"빨리 크는구나."
"그러게요."
저녁 식사 시간.
온 식구가 둘러앉았다.
계민, 민화, 승국이, 범현이, 하경이, 희경이, 의호.
정개 할머니와 순이도 함께.
"잘 먹겠습니다!"
따뜻한 송편과 국.
소박하지만 풍성한 식탁이었다.
"올해도 수고했어요."
계민이 말했다.
"모두 건강해서 다행이에요."
"내년에도 건강하게 지내요."
"네!"
아이들이 대답했다.
식사 후, 계민은 서재로 갔다.
일기를 쓸 시간이었다.
"1959년 12월."
"한 해가 저물어간다."
"조봉암 선생님을 잃은 슬픈 해였다."
"대홍수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무사했다."
"승국이는 반장이 됐다. 함석지붕 흙벽 교실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호는 대학 입시를 봤다. 합격하기를 바란다."
"범현이는 내년에 유치원에 간다."
"하경이는 여전히 욕심쟁이고, 희경이는 오늘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렀다."
"주유소는 잘 됐다. 작년보다 수입이 늘었다."
"임야도 있고, 땅도 있다."
"아버지의 부를 되찾아가고 있다."
"내년에는..."
펜을 멈췄다.
'내년 3월 선거.'
'부정선거 소문.'
'어떻게 될까.'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1959년의 마지막 눈.
계민은 하늘을 봤다.
'아버지, 어머니...'
'조봉암 선생님...'
'저희는 잘 살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버티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요.'
'지켜봐 주세요.'
'내년에도...'
민화가 방에 들어왔다.
"계민 씨, 밖에 눈 와요."
"그래요?"
"같이 볼래요?"
"좋아요."
두 사람은 마당으로 나갔다.
눈송이들이 소리 없이 내렸다.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예쁘네요."
"그러게요."
"계민 씨."
"네?"
"올해도 수고 많았어요."
민화가 남편의 손을 잡았다.
"당신도요."
"내년에도 잘해봐요. 우리."
"그럼요."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눈 내리는 밤을 바라봤다.
아이들이 나왔다.
"아빠! 엄마! 눈이에요!"
승국이가 소리쳤다.
"눈사람 만들어요!"
범현이가 뛰어왔다.
"나도! 나도!"
하경이도 따라왔다.
"조심해, 미끄러워."
계민이 아이들을 챙겼다.
가족이 마당에서 눈을 맞았다.
웃음소리가 울렸다.
이웃집에서도 불빛이 보였다.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모두 자기 나름대로 힘든 시대를 살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었다.
그것이 중요했다.
1960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혁명의 해가.
하지만 계민은 몰랐다.
몇 달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지.
독재가 무너질지.
그는 그냥 오늘을 살 뿐이었다.
눈 내리는 밤.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아빠, 추워요!"
하경이가 떨었다.
"들어가자. 안에서 따뜻한 차 마시자."
"네!"
가족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불이 타고 있었다.
정개 할머니가 차를 끓여주었다.
"모두 드세유."
"감사합니다, 할머니."
온 식구가 둥글게 앉아 차를 마셨다.
창밖으로 눈은 계속 내렸다.
1959년의 마지막 밤.
그렇게 저물어갔다.
조용히.
평화롭게.
하지만 다가오는 1960년은 결코 조용하지 않을 것이었다.
폭풍 전의 고요.
그것이 1959년 연말의 진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계민은 몰랐다.
그저 가족과 함께 따뜻한 차를 마시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월, 화, 수,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