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남자 (5)

두 개의 진실

by seungbum lee


결의와 복선
새벽 한 시가 넘었다.
편집국에는 야간 당직 기자 한 명만 남아 있었다. 강민준은 자판기 커피를 뽑아 들고 창가에 서 있었다. 공덕동의 밤거리가 아래에 펼쳐져 있었다. 가로등과 편의점 불빛만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진실을 보았다.
사람들의 거짓말, 숨겨진 감정, 감추려 하는 욕망들. 그것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강민준은 때로 이 능력이 저주라고 생각했다. 몰랐으면 더 편했을 것들이 너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한재원이라는 사람이 강민준을 선택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기사 한 편만 읽고. 그 사람은 강민준의 눈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 눈이 필요한 곳에 그것을 놓았다.
죽으면서.
그 선택이 지금 강민준의 어깨 위에 있었다.
강민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 맛이 혀를 타고 퍼졌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한상민은 강민준을 알고 있었다. 눈이 이상하다고 판단했다. 그 판단이 어느 수준으로 이어질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미행은 이미 있었다. 서윤아가 협박을 받았다. 함재식의 이전 직원은 죽었다.
다음은 강민준 자신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멈출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이 이야기에는 반드시 끝이 있어야 했다. 한재원이 죽음으로 시작한 이야기. 이름 없는 젊은 직원이 사고로 끝난 이야기. 서윤아가 계단에서 굴렀던 이야기. 함재식이 3년을 혼자 버텨온 이야기.
그 모든 이야기들이 활자가 되어야 했다. 신문 1면에 올라가야 했다. 그래야 이 이야기들이 진짜가 되었다.
강민준은 핸드폰을 꺼냈다.
내일 해야 할 일들을 메모했다.
첫째, 동영상 음성 분석 전문가에게 의뢰해 첫 번째 인물의 목소리가 한재도 회장의 것임을 검증할 것. 둘째, 한재원 부회장의 부검 담당 법의학자에게 접근할 것. 세 번째는 기획재정부 차관보의 동선과 한성그룹과의 접점을 확인할 것.
그리고 네 번째.
한상민을 직접 만날 것.
독심술이 필요한 순간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서류와 데이터가 닿지 않는 곳, 그 사람의 눈 안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한상민이 한재원의 죽음을 직접 지시했는지, 아니면 한재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실행했는지. 그 경계.
한상민을 마주하면, 강민준은 읽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도 했다.
강민준은 메모를 저장하고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창밖의 거리에 차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갔다. 회색이었다. 강민준의 눈이 그 차를 따라갔다. 차는 편집국 건물 앞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그냥 지나가는 차였다.
하지만 오늘부터 강민준은 그냥 지나가는 차도 읽어야 했다.
그는 자리로 돌아왔다. 노트북 화면이 켜져 있었다. 새로 만든 문서. 제목 아래로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강민준은 타이핑을 시작했다.
취재 일지. 날짜. 오늘 알게 된 것들.
이것이 언젠가 기사가 될 것이었다. 아니면 기사가 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록했다.
누군가 읽을 수 있도록.
타이핑 소리가 조용한 편집국에 낮게 울렸다. 자판 소리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들렸다. 새벽 한 시 반의 편집국에서, 강민준은 이 이야기의 두 번째 장을 시작하고 있었다.이혜정의 고백
공덕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오 분 거리에 있는 작은 술집이었다.
간판도 없이 나무 문만 달린 곳. 안으로 들어가면 테이블이 여섯 개, 조명은 늘 어두운 편이었다. 강민준과 이혜정이 가끔 야근 뒤에 오는 곳이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둘의 얼굴을 기억해서 말없이 소주와 두부김치를 내어주었다.
이혜정이 먼저 와 있었다.


구석 테이블. 소주잔이 이미 한 번 비워진 상태였다. 강민준이 맞은편에 앉자 이혜정은 말없이 빈 잔을 채워주었다. 강민준도 말없이 받았다.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침묵이 낯선 사이가 아니었다. 오래 함께 일한 사람들 사이에는 말을 꺼내기 전에 공기를 조율하는 시간이 있었다. 강민준은 그 침묵 안에서 이혜정을 읽었다.
피곤했다. 오늘 하루 동안 무언가를 결심하기 위해 소모된 피로가 눈 주변에 쌓여 있었다. 그리고 강민준을 마주하면서 그 결심이 조금 흔들리는 것도 보였다. 말하기로 했는데, 막상 앞에 앉으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의 눈이었다.
강민준이 먼저 말했다.
"제가 먼저 여쭤볼게요. 열흘 전에 한재원 부회장이 우리 대표한테 전화했을 때, 그 내용 알고 계십니까?"
이혜정이 소주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알아."
"어떻게 아셨습니까?"
"대표가 나한테 말했어. 그 전화 받고 나서."
강민준은 기다렸다.
이혜정이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한재원 부회장이 대표한테 전화해서 이렇게 말했대. '강민준 기자한테 한성그룹 부회장 사망 건 취재를 맡겨달라. 그리고 그 기자가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달라. 대신 내가 죽더라도 그 기자가 안전하게 취재를 마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
강민준의 손이 멈췄다.
"내가 죽더라도."
"응. 그 말을 했대. '내가 죽더라도.'"
강민준은 그 문장을 머릿속에서 천천히 펼쳤다.
한재원은 그 전화를 걸 때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강민준의 안전을 요청했다. 죽어가는 사람이 모르는 기자의 안전을 걱정하면서 전화를 걸었다.
"대표이사가 그 요청을 받아들였습니까?"
이혜정의 입가가 굳었다.
"받아들이는 척했지. 나한테 전화 내용을 말해준 건 나더러 민준이 네 취재를 돕되, 티 내지 말라는 거였어. 그런데 그 다음 날 한성그룹 관련 기사 보류 지시를 내렸잖아. 양쪽 다 관리하려 했던 거야. 한재원한테는 협조하는 척, 한성그룹한테는 막는 척."
"대표이사가 한성그룹으로부터 뭔가를 받은 겁니까?"
"그건 내가 모르는 영역이라고 했잖아."
"하지만 의심은 하고 계시다고도 하셨잖습니까."
이혜정이 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대표 임기가 내년 초에 끝나. 재선임 여부가 지금 이사회에 올라가 있어. 한성그룹은 우리 회사 주요 광고주야. 매년 광고비가 수십억이야."
강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아도 구조가 보였다. 대표이사는 재선임을 위해 이사회 눈치를 봐야 하고, 이사회는 광고 수익에 민감하다. 한성그룹이 광고를 끊겠다고 압박하면 대표이사는 움직일 수밖에 없다. 언론사가 자본에 묶이는 방식은 언제나 이렇게 조용하고 이렇게 효과적이었다.
"팀장님은 왜 저한테 이걸 지금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혜정이 강민준을 바라보았다.
그 눈 안에서 강민준이 읽은 것은 복잡했다. 죄책감, 분노, 그리고 뒤늦은 용기. 이 세 가지가 섞여 있었다.
"열흘 전에 대표한테 그 말 들었을 때, 나는 한재원이 왜 굳이 민준이 네 이름을 지목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 근데 오늘 하루 종일 생각했어."
"그래서요?"
"이유를 찾았어."


한재원이 설계한 것
이혜정이 핸드백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거 봐."
강민준이 종이를 받아 펼쳤다. 인쇄된 문서였다. 출력 날짜는 오늘이었다. 내용은 기사 한 편이었다. 《한국시사주간》 5년 전 기사. 강민준 기자 바이라인이 달린 기사.
제목은 「대기업 임원의 거짓말 — 청문회장에서 무엇이 숨겨졌는가」.
강민준은 그 기사를 기억했다. 자신이 쓴 기사였다. 국회 청문회에서 대기업 임원들이 위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분석한 기사였다. 발언 내용과 실제 행동의 불일치, 증인들의 진술 패턴 분석 등을 담았었다. 당시 꽤 큰 반향을 일으켰던 기사였다.
"이 기사가 뭡니까?"
"이 기사 때문에 민준이 네가 선택된 거야."
강민준은 고개를 들었다.
"이 기사에서 네가 분석한 방식이 있잖아. 발언자의 언어 패턴, 시선, 행동과 말의 불일치. 그 분석이 너무 정확해서 당시에 언론계에서 화제가 됐었어. 어떻게 저걸 읽어냈냐고."
"……기억합니다."
"한재원이 이 기사를 봤던 거야. 그리고 강민준이라는 기자가 단순한 분석이 아니라, 사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거야."
강민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한재원은 다섯 살 전 기사를 통해 강민준의 능력을 알아보았다. 독심술이라는 단어를 알고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을 읽는 기자.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자.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 사건에는 서류와 숫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한재원은 알고 있었다. 동영상 속 인물의 정체, 비자금을 지시한 사람의 진의, 그것들은 증거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을 마주하고 그 안을 읽어야 하는 부분들이었다.
그래서 강민준이었다.
"한재원 부회장이 저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이혜정이 고개를 저었다.
"아마 없을 거야. 기사만 보고 선택한 것 같아."
강민준은 테이블을 내려다보았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 자신의 기사를 읽고, 자신을 믿고, 죽기 직전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 없었다.
그 무게가 갑자기 다른 방식으로 느껴졌다.
취재 대상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무언가를 맡긴 사람이었다.
"팀장님."
"응."
"저 이 기사 반드시 씁니다."
이혜정이 소주잔을 들었다.
"알아." 그녀가 잔을 내밀었다. "나도 도울게. 대표 눈치는 내가 볼 테니까, 넌 취재에만 집중해."
강민준이 잔을 부딪쳤다.
소주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차갑고 쓴 맛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명료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때 강민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문자였다. 함재식이었다.
"오늘 밤 만날 수 있겠습니까. 중요한 자료가 생겼습니다."




함재식의 새 증거
이혜정과 헤어진 것은 밤 아홉 시였다.
강민준은 택시를 타고 함재식이 지정한 장소로 향했다. 용산구 이태원 근처의 작은 카페였다. 자정 가까이까지 영업하는 곳.
함재식은 안쪽 자리에 있었다. 낮에 봤던 것과 같은 감색 코트. 앞에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놓여 있었다. 강민준이 앉자 그는 인사 없이 서류 봉투 하나를 테이블 위에 밀었다.
"이걸 먼저 보십시오."
강민준이 봉투를 열었다.
A4 용지 열두 장. 표와 숫자로 빼곡한 문서였다. 위쪽에 헤더가 인쇄되어 있었다. 강민준은 그 헤더를 읽으면서 눈이 가늘어졌다.
기획재정부 산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 내부 예산 집행 내역(비공개)
강민준은 첫 페이지를 천천히 읽었다.
예산 항목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국책사업 예산처럼 보였지만, 세부 집행 내역으로 내려가면 이상한 항목들이 있었다. '민간 자문료', '외부 용역비', '특수 사업 운영비'. 금액 단위가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그 항목들의 수령처가 법인명으로만 기재되어 있었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나 계약서 참조 번호가 없었다.
"이게 뭡니까?"
"GV-3의 실체입니다."
강민준은 손을 멈췄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GV-3입니까?"
"위원회 자체가 아닙니다. 위원회 안에 있는 특수 예산 계정입니다. 공식 명칭은 없고, 내부에서 비공식적으로 불리는 코드명이 GV-3이에요. 제가 감사실장으로 있을 때 처음 이 계정의 존재를 파악했습니다."
"언제부터 있었습니까?"
"제가 확인한 것은 6년 전입니다. 하지만 실제 개설은 더 이전일 수 있어요."
강민준은 두 번째 페이지를 넘겼다.
여기에는 수령처 법인명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모두 생소한 이름들이었다. ㈜에이치에스컨설팅, ㈜베리타스인베스트먼트, ㈜그로스파트너스. 강민준은 그 이름들을 천천히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검색했다.
"이 법인들이 다 한성그룹과 연결됩니까?"
"직접 연결은 아닙니다. 여러 단계를 거쳐서 연결됩니다. 서류상으로는 독립된 법인들이지만, 실제 지분 구조를 따라가면 한성그룹 계열 자산운용사로 귀결됩니다."
"그 추적을 하셨습니까?"
"했습니다. 3년이 걸렸습니다."
강민준은 문서에서 눈을 들어 함재식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감사실장 자리에서 쫓겨난 뒤에도 혼자 3년 동안 추적을 계속했다.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했는가.
강민준이 묻기 전에 함재식이 먼저 말했다.
"제 밑에 직원이 있었습니다. 이십대 후반의 젊은 친구였어요. GV-3 계정을 처음 발견한 게 그 직원이었습니다. 2021년이었어요. 그 직원이 그것을 저한테 보고했고, 저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내부 감사를 시작했습니다."
강민준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함재식의 눈을 읽었다.
고통이 있었다. 오래된 고통. 그 직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함재식의 눈에 균열이 생겼다.
"그 직원이 어떻게 됐습니까?"
함재식이 잠시 말을 멈췄다.
"2021년 가을에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카페 안의 소음이 갑자기 멀어지는 것 같았다.
"사고였습니까?"
"경찰은 사고라고 했습니다. 야간에 빗길에서 혼자 미끄러진 사고. 블랙박스 메모리가 손상되어 영상이 없었습니다."
강민준은 그 말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교통사고. 블랙박스 없음. 야간. 혼자.
"그 직원이 죽고 나서, 저는 감사실장 자리에서 경질됐습니다. 2주 뒤에. 표면적인 이유는 경영 효율화였습니다."
"그때 알아채셨습니까. 연결고리를."
"알아챘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이미 제가 모아둔 자료는 회사 서버에서 삭제되어 있었고, 제 개인 파일들도 일부 없어졌습니다. 그 뒤로 3년 동안 개인 차원에서 다시 모은 게 이겁니다."
강민준은 세 번째 페이지를 넘겼다.
여기부터는 더 구체적이었다. 법인들의 등기 정보, 자금 이동 경로를 추적한 도표, 그리고 한 페이지에는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한성그룹 측 인물들과 정부 측 인물들. 강민준은 정부 측 인물 이름 하나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이름 옆에 직함이 적혀 있었다.
현 기획재정부 차관보.
강민준은 그 이름을 세 번 읽었다.
차관보. 국책사업 예산 심의 라인의 핵심에 있는 직위. 이 사람이 GV-3 계정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국책사업 수주가 사실상 한성그룹을 위해 설계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자료, 법정에서 쓸 수 있는 수준입니까?"
"저 혼자의 추적이라 원본 증빙이 부족합니다. USB 안의 자료와 합쳐져야 완성될 수 있습니다."
강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의 자료가 합쳐지면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 된다. 한재원의 USB와 함재식의 3년. 그 둘이 지금 강민준의 손 안에 들어와 있었다.
"함재식 씨."
"네."
"한재원 부회장이 마지막 밤에 당신을 부른 이유가 뭔지 이제 아시겠습니까?"
함재식이 조용히 답했다.
"이 자료를 저한테 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USB를 저한테도 확인시키려 했던 것 같아요. 두 자료가 같은 것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제가 직접 확인하면, 저도 증인이 될 수 있으니까."
"당신이 증인이 되겠습니까?"
함재식은 대답 전에 잠시 눈을 감았다.
강민준은 그 감은 눈 안에서 무엇이 지나가는지 읽으려 했지만, 눈이 닫히면 읽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의 능력의 한계였다. 눈이 열려야 마음이 보였다.
눈이 다시 열렸다.
"하겠습니다."
그 말 안에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결심이 더 컸다. 오래전 죽은 젊은 직원을 향한 무언가가 그 결심의 뿌리에 있었다.


전모의 윤곽
밤 열한 시, 강민준은 혼자 편집국으로 돌아왔다.
야간 당직만 남은 조용한 사무실. 그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지금까지 모은 것들을 처음부터 정리했다.
사건의 중심은 한재원의 죽음이었다. 그것이 출발점이었다.
한재원은 한성그룹 내부에서 비자금의 존재를 알았다. 그것이 GV-3이라는 정부 계정을 통해 국책사업 로비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는 형인 한재도 회장과 그 과정에서 충돌했다. 동영상이 그것을 증명했다. 한재원은 거부했고, 한재도는 '처리'를 지시했다.
그 '처리'를 실행한 것이 한상민이었다.
한상민은 감사실장 출신으로 한성그룹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다. 함재식의 직원이 죽은 것도, 함재식이 경질된 것도 모두 한상민의 라인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한재원의 죽음도 같은 라인이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있었다. 국가 예산을 관리하는 사람. 이 사건은 단순한 기업 내부 비리가 아니었다. 공공 예산과 기업 자금이 연결된 국가적 구조 비리였다.
이 모든 것을 세상에 꺼내기 위해 한재원은 USB를 만들었다. 강민준을 선택했다. 함재식을 마지막 밤에 불렀다.
그리고 죽었다.
강민준은 노트에 적으면서 생각했다.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구조는 이렇다. 하지만 아직 구멍이 세 군데 있었다.
첫째, 한재도 회장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것을 동영상만으로는 입증할 수 없었다. 화면 속 첫 번째 인물이 한재도라는 것을 증명하는 독립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둘째, 한재원의 사인이 타살임을 증명하는 물리적 증거가 아직 없었다. 부검 결과가 나와야 했고, 그 결과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해야 했다.
셋째,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한성그룹의 연결고리를 법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수준의 원본 자료가 부족했다.
세 가지 구멍을 메워야 기사가 됐다.
그리고 그 세 가지를 메우기 위해서는 더 깊이 들어가야 했다.
강민준은 노트를 덮었다.
독심술은 진실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유태경의 거짓말을 읽었고, 박기태의 공포를 읽었고, 서윤아의 진심을 읽었고, 함재식의 결심을 읽었다. 사람의 눈 안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하지만 독심술만으로는 부족했다.
눈이 닫히면 읽을 수 없다. 죽은 사람의 마음은 읽을 수 없다. 그리고 진실을 알면서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것은 읽어낼 수 없다.
강민준에게 필요한 것은 독심술이 닿지 않는 영역을 채우는 다른 능력이었다.
분석. 추적. 그리고 용기.
기자의 능력.
그는 노트북을 열고 새 문서를 만들었다. 제목을 입력했다.
취재 계획 — 마음을 읽는 남자와 그것으로도 부족한 진실.

결의와 복선
새벽 한 시가 넘었다.
편집국에는 야간 당직 기자 한 명만 남아 있었다. 강민준은 자판기 커피를 뽑아 들고 창가에 서 있었다. 공덕동의 밤거리가 아래에 펼쳐져 있었다. 가로등과 편의점 불빛만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진실을 보았다.
사람들의 거짓말, 숨겨진 감정, 감추려 하는 욕망들. 그것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강민준은 때로 이 능력이 저주라고 생각했다. 몰랐으면 더 편했을 것들이 너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한재원이라는 사람이 강민준을 선택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기사 한 편만 읽고. 그 사람은 강민준의 눈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 눈이 필요한 곳에 그것을 놓았다.
죽으면서.
그 선택이 지금 강민준의 어깨 위에 있었다.
강민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 맛이 혀를 타고 퍼졌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한상민은 강민준을 알고 있었다. 눈이 이상하다고 판단했다. 그 판단이 어느 수준으로 이어질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미행은 이미 있었다. 서윤아가 협박을 받았다. 함재식의 이전 직원은 죽었다.
다음은 강민준 자신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멈출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이 이야기에는 반드시 끝이 있어야 했다. 한재원이 죽음으로 시작한 이야기. 이름 없는 젊은 직원이 사고로 끝난 이야기. 서윤아가 계단에서 굴렀던 이야기. 함재식이 3년을 혼자 버텨온 이야기.
그 모든 이야기들이 활자가 되어야 했다. 신문 1면에 올라가야 했다. 그래야 이 이야기들이 진짜가 되었다.
강민준은 핸드폰을 꺼냈다.
내일 해야 할 일들을 메모했다.
첫째, 동영상 음성 분석 전문가에게 의뢰해 첫 번째 인물의 목소리가 한재도 회장의 것임을 검증할 것. 둘째, 한재원 부회장의 부검 담당 법의학자에게 접근할 것. 세 번째는 기획재정부 차관보의 동선과 한성그룹과의 접점을 확인할 것.
그리고 네 번째.
한상민을 직접 만날 것.
독심술이 필요한 순간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서류와 데이터가 닿지 않는 곳, 그 사람의 눈 안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한상민이 한재원의 죽음을 직접 지시했는지, 아니면 한재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실행했는지. 그 경계.
한상민을 마주하면, 강민준은 읽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도 했다.
강민준은 메모를 저장하고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창밖의 거리에 차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갔다. 회색이었다. 강민준의 눈이 그 차를 따라갔다. 차는 편집국 건물 앞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그냥 지나가는 차였다.
하지만 오늘부터 강민준은 그냥 지나가는 차도 읽어야 했다.
그는 자리로 돌아왔다. 노트북 화면이 켜져 있었다. 새로 만든 문서. 제목 아래로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강민준은 타이핑을 시작했다.
취재 일지. 날짜. 오늘 알게 된 것들.
이것이 언젠가 기사가 될 것이었다. 아니면 기사가 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록했다.
누군가 읽을 수 있도록.
타이핑 소리가 조용한 편집국에 낮게 울렸다. 자판 소리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들렸다. 새벽 한 시 반의 편집국에서, 강민준은 이 이야기의 두 번째 장을 시작하고 있었다.
갈등이 깊어지고 적이 가까워지는 장.
그리고 그 장의 끝에서 무엇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지,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심지어 마음을 읽는 남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