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남자 (12)

홍준기의 눈

by seungbum lee

이혜정의 마지막 고백

오전 여덟 시, 공덕역 근처 카페.

강민준과 함재식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함재식은 이마의 붕대를 그대로 하고 나타났다. 코트를 두껍게 입고 있었다. 걸음이 조심스러웠지만 눈빛은 어젯밤보다 더 또렷했다. 밤에 잠을 자고 나서 회복된 눈이었다.


두 사람은 구석 자리에 앉아 이혜정을 기다렸다.

강민준은 기다리는 동안 어젯밤 핸드폰으로 읽은 역공 기사를 함재식에게 보여주었다. 함재식이 읽고 내려놓았다.


"예상한 수순이오."

"네. 하지만 이 기사를 쓰기 위해 편집국 내부 자료가 필요했습니다. 허윤서가 이미 손을 뗀 뒤라면, 다른 경로가 있다는 뜻입니다."

함재식이 강민준을 바라보았다.


"이혜정 팀장을 의심하는 거요?"

"확인해야 합니다."

함재식이 잠시 말이 없었다.

"독심술이 흔들리고 있소?"

강민준은 그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다.


"그렇습니다."

함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정상이오. 오래 써온 능력이 처음으로 의심된다는 것은, 이 사건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뜻이오. 흔들린다는 것 자체가 기자님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요."

강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함재식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강민준이 오래 알아온 사람이 아니었다. 열흘 전에 처음 만났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사람이 하는 말이 강민준에게 닿았다. 이유를 분석하지 않았다. 그냥 닿았다.


이혜정이 들어온 것은 여덟 시 삼 분이었다.

검정 코트에 머리를 묶었다. 평소보다 더 빠른 걸음이었다. 강민준과 함재식을 발견하고 잠시 멈췄다. 함재식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강민준이 간단하게 소개했다.

이혜정이 자리에 앉으면서 함재식에게 고개를 숙였다.


"직접 뵙게 됐습니다. 3년을 혼자 버티셨다는 것, 기사에서 읽었습니다."

함재식이 말했다.


"팀장님이 이 기자를 도와주셔서 기사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혜정이 그 말을 받으면서 강민준을 보았다.

강민준은 이혜정의 눈을 읽었다.


감사함을 받는 눈이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 어젯밤 전화에서 느꼈던 조심스러움이 여전히 있었다. 뭔가를 아직 말하지 않은 사람의 눈.

"팀장님, 드릴 질문이 있습니다."

이혜정이 먼저 말했다.


"나도 할 말이 있어."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가 멈췄다.

이혜정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먼저 말할게."

강민준은 기다렸다.

이혜정이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 손이 평소보다 더 단단하게 잔을 쥐고 있었다.


"민준아. 나 한재원 부회장한테 연락을 받은 게 삼 주 전 한성그룹 직원 만난 것만이 아니야."

강민준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언제 또 받으셨습니까."

"한재원 부회장이 죽기 이틀 전이야. 직접 전화가 왔어. 모르는 번호로."

강민준은 그 말을 들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강민준한테 한성그룹 부회장 죽음 취재를 맡겨달라고.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말했어."

이혜정이 잠시 멈췄다.


그 침묵에서 강민준이 읽은 것이 있었다. 이혜정이 이 말을 꺼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오랫동안 혼자 갖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무거운지.


"강민준이라는 기자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어. 그래서 이 사건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강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게 전부였습니까."

"아니야." 이혜정이 눈을 들어 강민준을 바라보았다. "나도 알고 있다고 했어. 민준이 네가 사람을 읽는다는 것."

강민준은 그 말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이혜정이 알고 있었다.

"언제부터요."

"처음 함께 일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8년 전이야. 네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서 취재 노트를 정리하는 것을 봤어. 그 안에 네가 메모한 것들이 있었는데, 거기 상대방이 말하지 않은 것들이 적혀있었어. 그때 알아챘어."

강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재원이 나한테 전화해서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한재원이 어떻게 그것을 알았는지 물었어."

"뭐라고 했습니까."

이혜정이 말했다.

"본인도 그런 능력이 있다고 했어. 아주 조금이지만."

강민준은 그 말 앞에서 멈췄다.


한재원이 독심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강민준의 기사를 보고 강민준을 알아본 것이었다.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을 알아본 것이었다.

"팀장님이 저한테 왜 이 말을 지금 하십니까."

이혜정이 천천히 말했다.


"네가 나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어젯밤 전화에서 느꼈어. 그리고 네가 의심하는 것이 맞아. 나는 이 사건에서 네한테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어."

강민준은 기다렸다.


"하지만 내가 숨긴 것은 배신이 아니야. 한재원이 나한테 한 가지를 부탁했어. 네가 스스로 이 사건의 진실에 도달하도록 도와는 하되, 정답을 먼저 주지는 말라고. 사람을 읽는 사람은 직접 읽을 때 가장 정확하다고 했어.


내가 미리 알려주면 네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고."

강민준은 그 말을 받아들이면서 한재원의 설계를 다시 생각했다.


한재원은 강민준이 스스로 각 사람의 눈을 읽도록 설계했다. 이혜정을 통해 방향을 조금씩 잡아주되, 결론을 먼저 주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이혜정은 알면서도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것이 배신이 아니었다.

강민준은 이혜정의 눈을 읽었다.


진실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을 말하는 지금, 이혜정의 눈에서 오랫동안 갖고 있었던 짐이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감사합니다." 강민준이 말했다.

이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네가 물으려 했던 것이 뭔데."

"이미 답을 들었습니다."


홍준기와의 첫 대면
오전 열 시.
장소는 마포구 상암동의 한 방송국 건물 근처 카페였다. 방송국 PD가 중간에서 연결한 장소였다. 강민준은 혼자 왔다. 함재식은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카페 안쪽 좌석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강민준이 들어서면서 즉시 그를 보았다.
오십 대 중반이었다. 체구가 컸다. 어깨가 넓고 목이 굵었다. 손이 컸다. 손등에 오래된 상처 자국이 있었다. 일하는 사람의 손이었다.


수트는 입고 있었지만 그 몸에 수트가 어울리지 않았다. 원래 다른 종류의 일을 해온 사람이 억지로 입은 느낌이었다.


얼굴은 피곤했다. 잠을 오래 자지 못한 피곤함이 아니라, 오랫동안 무언가를 들고 있어서 생긴 피곤함이었다.
그리고 눈.
강민준은 그 눈을 보면서 잠시 멈칫했다.


이 사건에서 만난 모든 사람의 눈이 달랐다. 서윤아는 두려움과 신뢰가 공존했다. 한상민은 피로와 결심이 있었다. 한무경은 후회와 고요함이 있었다.
홍준기의 눈은 달랐다.


어떤 감정도 앞으로 나오지 않았다.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감정들이 너무 많이 쌓여서 하나가 위로 올라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눌린 상태. 오랫동안 눌려온 상태의 눈이었다.


강민준이 맞은편에 앉았다.
홍준기가 먼저 말하지 않았다. 강민준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침묵 안에서 강민준은 계속 읽었다. 홍준기는 강민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피하려는 의지도, 견디려는 의지도 없었다. 그냥 받아들이는 눈이었다.
'이 사람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받기를 기다리는 눈. 스스로 이미 판단을 내렸지만, 다른 누군가의 판단도 필요한 사람의 눈.
"강민준 기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홍준기입니다."
목소리가 낮았다. 말이 적었다. 그 목소리에서 강민준이 읽은 것은 간결함이었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제가 드릴 질문은 하나입니다."
홍준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저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홍준기가 창밖을 한 번 보았다가 강민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말하겠습니다."


그날 밤의 진실
홍준기가 말을 시작했다.
목소리는 일정했다. 감정의 굴곡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일정함이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정을 실으면 말을 끝낼 수 없을 것 같아서라는 것을 강민준은 읽었다.


"그날 밤 저는 한재도 회장한테 연락을 받았습니다. 한재원 부회장을 설득해서 GV-3에 협조하도록 하라는 지시였습니다.


저는 이미 그 지시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재도 회장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어떤 의미로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습니까."
"한재원 부회장이 협조하지 않으면 다음이 없다는 것을요."
강민준은 그 말에서 홍준기를 더 깊이 읽었다.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한재원을 향한 두려움이었다. 이미 예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는 그날 밤 한재원 부회장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당장 저택을 떠나라고. 오늘 밤이 위험하다고."
강민준의 손이 멈췄다.


"한재원 부회장이 뭐라고 했습니까."
홍준기의 눈에 처음으로 무언가가 올라왔다.
"나는 안 가겠다고 했습니다. 도망가지 않겠다고. 그리고 이미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습니다."
"준비."
"USB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기자한테 전달할 거라고. 그러니까 괜찮다고."
강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한재원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했다.


혼자 저택에 있으면서, 이미 USB를 만들어두고, 도망가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자리에 있기로 한 사람.


"홍준기 씨는 그래도 저택으로 갔습니까."
"갔습니다. 전화를 끊고 바로 차를 몰았습니다."
"저택 안에 들어가셨습니까."
홍준기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낮아졌다.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강민준은 기다렸다.
"정문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다른 차가 있었습니다. 검은색 차 한 대. 저택 안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저는 차에서 내려 정문으로 갔는데, 안에서 인기척이 났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차가 나왔습니다."


"어떤 차였습니까."
"번호판을 기억했습니다."
홍준기가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강민준에게 보였다. 번호판이 적혀 있었다.
강민준은 그것을 자신의 노트에 적었다.

함재식이 기억한 번호판과 달랐다. 다른 차였다.
"그 차가 나온 뒤에 저택 안으로 들어가셨습니까."
"들어갔습니다."
홍준기가 잠시 멈췄다.


강민준은 기다렸다. 이 침묵이 어떤 침묵인지 알고 있었다. 다음 말을 꺼내기 위해 자신을 준비시키는 침묵이었다.
"부회장님이 서재에 계셨습니다. 의자에 앉은 채로. 이미."
말이 끊겼다.


홍준기의 눈에서 강민준이 읽은 것은 복잡했다. 슬픔이 있었다. 자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오래된 죄책감이 있었다. 직접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이미 돌아가신 것을 발견하셨습니까."
"네."
강민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


홍준기는 구하러 갔다. 늦었다. 그리고 그 죄책감을 지금까지 혼자 들고 있었다.
"그 차가 나온 뒤, 얼마나 지나서 들어가셨습니까."
"이 분, 삼 분 남짓이었습니다."
"그 차 안에 사람이 몇 명이었습니까."
"두 명이었습니다. 앞좌석에."
"얼굴을 보셨습니까."
홍준기가 고개를 저었다.


"어두웠고, 차가 빠르게 나갔습니다. 하지만 조수석에 탄 사람 얼굴이 순간 보였습니다. 가로등 아래를 지나면서."
강민준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알아보셨습니까."
홍준기가 강민준을 바라보았다.
그 눈 안에서 강민준이 읽은 것은 확신이었다. 의심 없는 확신. 오래 생각해서 나온 확신이 아니라, 그 순간에 새겨진 확신이었다.
"알아봤습니다."
"누구였습니까."


진범의 윤곽
홍준기가 말했다.
"박기태였습니다."
강민준은 그 이름을 들었다.


박기태.
한성그룹 홍보팀장. 강민준이 한성타워에서 처음 인터뷰한 사람. 그 사람의 핸드폰에서 'H'의 문자를 읽은 것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강민준이 만난 첫 번째 한성그룹 내부 인물.
그 사람이 그날 밤 저택 앞에 있었다.


강민준은 박기태를 떠올렸다. 단정한 검정 수트, 은색 넥타이. 긴장을 숨기려는 손짓. 박기태의 눈에서 강민준이 읽었던 것은 공포였다. 불안이었다.
그 공포와 불안이 무엇에서 온 것인지, 강민준은 그때 완전히 읽지 못했다.


단순히 취재 때문에 긴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숨기고 싶은 것이 있는 홍보팀장의 불안이라고.
하지만 그 불안이 다른 종류였을 수 있었다.
자신이 저지른 것에 대한 불안.
강민준은 홍준기를 바라보았다.


"박기태가 홍보팀장인데, 그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입니까."
홍준기가 말했다.
"박기태는 홍보팀장이기 전에 한재도 회장의 개인 비서 출신입니다. 십 년 전에 비서실에서 홍보팀으로 이동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한재도 회장의 직계 사람입니다. 그룹 내부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은 알고 있어요."
강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이야기의 구조를 다시 그렸다.


한재도가 지시를 내렸다. 한상민이 그 지시를 전달했다. 하지만 실행은 한상민이 하지 않았다. 한재도의 직계 사람인 박기태가 한상민을 우회해서 직접 움직인 것이었다.


그래서 한상민은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진실이었다. 하지만 한상민이 모르는 경로에서 한재도가 박기태를 따로 움직인 것이었다.


두 개의 라인이 동시에 작동했다. 한상민 라인과 박기태 라인. 한상민 라인은 협박과 압박이었다. 박기태 라인은 실행이었다.
강민준은 박기태를 처음 만났던 날을 다시 떠올렸다.


한성타워 5층 소회의실. 박기태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강민준이 질문할 때 박기태의 시선이 순간 뒤쪽 벽으로 향했다.

강민준이 그것을 기억했었다. 저 뒤에 뭔가가 있다, 아니면 누군가가. 라고 생각했었다.
그때 그 시선의 방향에 무엇이 있었는가.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박기태의 핸드폰 화면을 봤을 때. 발신인 H, 그 놈 눈이 이상해. 그 문자를 보내면서 박기태가 강민준을 보던 눈.
그 눈에서 강민준이 읽은 것은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어디서 온 것인지, 강민준은 너무 빠르게 한상민에게 집중했다.
'나는 박기태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


강민준은 그것을 인정했다.
"박기태가 그날 밤 저택에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까."
홍준기가 말했다.


"제가 본 것 외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홍준기가 재킷 안에서 봉투를 꺼냈다.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걸 3년 동안 갖고 있었습니다."
강민준이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선명하지 않았다. 어두운 배경에 가로등 불빛만 있었다. 차량 한 대가 찍혀 있었다. 차 옆에 남자가 서 있었다. 얼굴이 선명하지 않았지만 윤곽은 보였다.
"어디서 찍은 겁니까."
"저택 맞은편 골목에 CCTV가 있었습니다.

주택가 골목에 설치된 사설 CCTV였어요. 그날 이후에 제가 직접 찾아가서 영상을 구했습니다."
강민준은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화질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차량 번호판의 일부가 보였다. 홍준기가 기억한 번호판과 일치했다. 그리고 차 옆에 서 있는 남자의 체형. 중키에 단정한 머리. 홍보팀장 박기태의 체형이었다.


증거로서는 불완전했다. 법정에서 이것만으로 박기태를 특정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시작점으로서는 충분했다.


"이 사진을 왜 지금까지 갖고 계셨습니까."
홍준기가 잠시 말이 없었다.
"쓸 타이밍을 몰랐습니다. 혼자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위험했고, 내놓기에는 제 상황이……."
그 말이 흐릿하게 끝났다.


강민준은 그 흐릿함 안에서 홍준기의 상황을 읽었다.
이 사진을 내놓으면 홍준기 자신도 그날 밤 저택 앞에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GV-3 운영에 관여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증거를 내놓는 것이 동시에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3년 동안 그 딜레마를 혼자 들고 있었다.
"지금 내놓으시는 이유는 뭡니까."
홍준기가 강민준을 바라보았다.


"기자님 기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미 흐름이 시작됐어요. 제가 계속 갖고 있는 것이 더 이상 저를 지키는 방법이 아닙니다."
강민준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홍준기의 눈을 마지막으로 읽었다.
이 사람은 이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한 것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


후회가 있었다. 한재원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GV-3 운영에 관여한 것에 대한. 그리고 가장 깊은 곳에, 가장 오래된 것이 있었다.


한무경에 대한 충성심.
홍준기는 한무경의 사람이었다. 한무경이 만든 구조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구조가 한재원을 죽이는 방향으로 작동했을 때, 그 충성심이 무너졌다.


그 무너짐이 3년이었다.
"홍준기 씨."
"네."
"자수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이 사진과 제 기사를 함께 가지고 가십시오. 검찰에서 이 사진과 기사를 연결하면 박기태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겁니다."
홍준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민준은 자리에서 일어서려다가 멈췄다.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박기태 혼자였습니까. 그날 밤."
홍준기가 잠시 생각했다.


"차 안에 두 명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운전석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강민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홍준기가 강민준을 바라보았다.


"부회장님이 선택한 기자가 기자님이어서 다행입니다."
그 말이 강민준의 가슴 어딘가에 닿았다.
강민준은 카페를 나왔다.


새로운 추적과 복선
카페 밖에서 함재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강민준이 나오자 함재식이 표정을 읽었다. 말없이 강민준 옆을 걸었다.


상암동 거리를 걸으면서 강민준이 말했다.
"박기태입니다."
함재식이 잠시 걸음을 늦췄다.
"홍보팀장."
"네. 한재도 회장의 직계 사람이었습니다.

한상민을 우회해서 직접 움직였습니다."
함재식이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사람을 기자님이 처음에 만났잖소."
"네."
"그때 읽지 못했소?"
강민준은 솔직하게 말했다.


"읽었습니다. 두려움과 불안을. 하지만 그것이 한상민에게서 오는 긴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함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비난하지 않았다.


강민준은 이혜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박기태입니다."
이혜정이 잠시 침묵했다.
"한성그룹 홍보팀장?"
"네. 한재도 회장의 직계 사람이었습니다. 그날 밤 저택에 있었습니다. 사진 증거가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홍준기가 3년 동안 갖고 있었습니다."
이혜정이 긴 침묵 후에 말했다.


"기사를 추가로 써야 해."
"네. 그리고 박기태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도록 해야 합니다. 홍준기가 오늘 검찰에 자수하면서 사진을 제출할 겁니다. 하지만 그전에 박기태가 움직이면 안 됩니다."
"도주할 수 있다는 거야."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에 박기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혜정이 말했다.


"박기태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볼게. 한성그룹 내부 연락망을 통해."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강민준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박기태.
처음 만난 그 사람. 그 사람의 눈에서 강민준이 읽은 두려움이 지금 다른 의미로 해석됐다. 들킬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이 한 것이 드러날 것에 대한 두려움.
강민준은 박기태를 다시 만나야 했다. 직접 그 눈을 봐야 했다. 홍준기의 사진이 불완전한 것처럼, 박기태가 실제 실행자인지 아니면 이 사건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한 것인지, 그것은 직접 읽어야 알 수 있었다.


독심술이 흔들렸다가 이혜정의 말을 듣고 다시 자리를 잡았다.
한재원이 설계한 것이었다. 강민준이 스스로 읽도록. 정답을 먼저 주지 않고.
그 설계가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강민준은 박기태를 처음 만났던 날을 다시 떠올렸다. 한성타워 5층. 인터뷰가 끝나고 엘리베이터 앞. 핸드폰 화면에서 잠깐 본 문자.
그 놈 눈이 이상해.
그 문자를 박기태가 한상민에게 보낸 것이었다.

강민준이 그렇게 읽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를 수 있었다. 박기태가 그 문자를 한상민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한재도에게 보낸 것일 수 있었다. 발신인이 H라고 생각했지만, 수신인도 H였을 수 있었다.


강민준은 그 가능성을 노트에 적었다.
그때 이혜정에게서 문자가 왔다.
"박기태 오늘 오전부터 연락 두절이야. 한성그룹 출근 안 했대."
강민준은 그 문자를 읽었다.


연락 두절.
박기태가 움직였다.
기사가 나간 것을 알고 이미 도주를 시작했거나,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거나.
강민준은 함재식에게 문자를 보여주었다.


함재식이 읽고 말했다.
"잡아야 하오."
"네."
"어떻게."
강민준은 생각했다.


박기태가 어디로 갈 것인가. 도주라면 해외. 하지만 여권 출국 기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공항에 연락하는 것은 경찰이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경찰 라인에 한재도의 손이 닿아있었다.
강민준은 다른 방향으로 생각했다.
박기태가 도주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숨어있다면. 어디에.
한성그룹과 관련된 공간. 한재도가 통제하는 공간.
강민준은 한성타워를 떠올렸다.


아니었다. 너무 노출된 곳이었다.
그렇다면 한재도의 개인 공간. 강민준은 한재도 회장의 개인 공간이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서윤아였다.
"기자님."
"네."
"저 한 가지 생각난 게 있어요. 부회장님 비서실에 있을 때, 부회장님이랑 한재도 회장님이랑 가끔 성북동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나셨어요. 한재도 회장님 개인 공간이라고 했어요. 한강 근처 쪽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주소는 몰라요. 하지만 부회장님이 한 번 말씀하셨어요. 거기 가면 늘 혼자 있다고 싶다고."
강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한강 근처. 한재도의 개인 공간.
강민준은 이혜정에게 전화했다.
"팀장님, 한재도 회장 개인 명의로 된 부동산 중에 한강 근처 물건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이혜정이 잠시 생각하는 소리가 들렸다.


"부동산 등기 기록 확인은 공개 정보야. 한재도 이름으로 검색해볼게."
삼 분이 지났다.
이혜정의 문자가 왔다.
"마포구 합정동 한강변 아파트. 한재도 명의. 고층 세대."
강민준은 그 주소를 읽었다.


합정동.
자신이 사는 동네였다.
강민준은 걸음을 멈췄다.
"함재식 씨."
"응."
"합정동입니다."
함재식이 강민준을 바라보았다.


"가겠소."
강민준은 핸드폰을 들었다. 이혜정에게 주소를 받았다. 그리고 걸음을 빠르게 했다.
박기태가 거기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지금 강민준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상암동에서 합정동까지 걸어서 이십 분이었다.
강민준은 걸으면서 생각했다.
박기태를 만나면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단 하나였다.


그날 밤 저택 안에서 있었던 것. 한재원이 어떻게 죽었는가. 그것을 박기태의 눈에서 읽어야 했다.
독심술이 이 이야기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필요한 순간이 지금이었다.
빗방울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함재식이 옆에서 걸었다. 이마의 붕대가 빗방울에 젖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합정동을 향해 걸었다.
이 이야기의 가장 깊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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