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남자 (13)

해치

by seungbum lee


"무슨 의미입니까."
"박기태한테 설득하라고 했지, 해치라고 하지 않았소. 재원이가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소."
강민준은 그 말을 읽었다.


진실인가 거짓인가.
한재도의 눈에서 강민준이 읽은 것은 복잡했다. 이것이 변명인가, 진심인가. 두 가지가 동시에 있었다. 실제로 직접 죽이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구조가 그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들고 있는 눈이었다.
"재원이가 그것을 선택할 만큼 몰렸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까."
한재도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알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몰릴 것이라는 것을. 그래도 구조를 지키려 했다.
강민준은 더 묻지 않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기다리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재도가 창밖에서 강민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버지한테 연락을 받았소. 어제 밤에."
강민준은 그 말에서 잠시 멈췄다.
한무경이 한재도에게 연락을 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끝내라고 했소."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이 길었다.



한무경이 한재도에게 끝내라고 했다. 더 이상 버티지 말라고. 이 구조를 지키려 하지 말라고.
아버지가 설계한 구조를 아버지가 내려놓으라고 했다.


강민준은 한무경의 눈에서 읽었던 것을 다시 떠올렸다. 내려놓으려는 마음. 반반이라고 했지만, 그 안에서 내려놓는 쪽이 더 컸던 것.
한무경이 결국 그 선택을 했다.
"한재도 회장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한재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민준과 함재식이 동시에 긴장했다. 한재도는 그것을 알면서도 천천히 움직였다. 창가로 걸어가 한강을 바라보았다.


"검찰에 가겠소."
강민준은 그 말을 들었다.
한재도가 스스로 검찰에 가겠다고 했다.
"오늘."
"오늘 오후에."
한재도가 창가에 서서 한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자 양반, 한 가지만 말하겠소."
"말씀하십시오."
"재원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사람이었소. 그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이 그룹이 다른 방향으로 갔을 거요."




그 말에서 강민준이 읽은 것은 형이 동생에게 갖는 감정이었다. 복잡하고 뒤늦고 어쩌면 진심인 감정.
강민준은 그것을 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하는 것이었다. 검찰에 가는 것. 그것이 한재도가 오늘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감사합니다."
강민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함재식도 일어섰다.
박기태가 소파에서 일어나려다가 강민준을 불렀다.


"기자님."
"네."
"부회장님이 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돌아가시기 전에."
강민준은 박기태를 바라보았다.


박기태가 말했다.
"강민준이라는 기자한테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잘 부탁한다고."
강민준은 그 말을 받았다.
잘 부탁한다.
한재원이 죽기 전에 강민준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부탁을 했고, 그 부탁을 강민준이 받았고, 이제 거의 다 왔다.


"전달하겠습니다."
강민준이 말했다.
박기태가 고개를 숙였다.
강민준과 함재식은 방을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와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비가 조금 약해져 있었다.
강민준은 건물 앞에서 잠시 멈췄다. 한강이 보였다. 회색 강물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다.
함재식이 옆에서 말없이 서 있었다.


강민준은 핸드폰을 꺼냈다. 이혜정에게 전화했다.
"한재도 회장이 오늘 오후 자진 출두하겠다고 했습니다. 박기태도 자수합니다."
이혜정이 잠시 말이 없었다.


"……진짜야?"
"네."
"어떻게."
"한무경이 한재도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끝내라고."
이혜정이 긴 침묵 후에 말했다.


"기사를 써야 해. 추가 기사. 박기태의 자백, 한재원이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 한재도의 자진 출두."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정리하겠습니다."
"어디서 쓸 거야."
강민준은 잠시 생각했다.
"여기서 씁니다. 지금 당장."
전화를 끊고 강민준은 근처 카페를 찾았다.

함재식과 함께 들어갔다. 구석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열었다.
추가 기사는 첫 번째 기사보다 짧을 것이었다. 하지만 더 중요했다.
첫 번째 기사가 구조를 드러낸 것이었다면, 이 기사는 진실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강민준은 타이핑을 시작했다.


한재원 부회장이 한재도의 구조에 의해 스스로 선택을 강요받았다는 것. 그것을 목격한 박기태가 막지 않았다는 것. 그 사실이 3년 만에 드러나는 것. 한재도와 박기태가 자진 출두를 결정한 것. 그 배경에 창업주 한무경의 결단이 있었다는 것.
강민준은 멈추지 않고 썼다.


한 시간이 지났다.
추가 기사 원고가 완성됐다.
강민준은 그것을 이혜정에게 보냈다. 이혜정이 즉시 《탐사와 기록》 편집장에게 전달했다. 편집장이 삼십 분 안에 답했다. 바로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오후 한 시, 추가 기사가 올라갔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였다.
그리고 오후 두 시 반, 한재도 회장이 변호인과 함께 검찰청에 출두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박기태도 뒤이어 출두했다.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미 오전에 검찰에 소환된 상태였다.
강민준은 그 뉴스들을 카페에서 핸드폰으로 확인했다.
함재식이 옆에서 같이 보았다.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말이 필요 없었다.
강민준은 서윤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부회장님이 마지막에 잘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전달드립니다."
한참이 지나 서윤아의 답이 왔다.


"감사합니다. 기자님."
그 두 글자가 화면에 있었다.
강민준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창밖의 한강이 보였다. 비가 완전히 멈춰 있었다.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늦가을 오후의 빛이 한강 위에 내려앉고 있었다.


함재식이 말했다.
"끝났소?"
강민준은 잠시 생각했다.
"아직 아닙니다."
함재식이 강민준을 바라보았다.
"결(結)이 남아 있습니다." 강민준이 말했다. "한재도가 검찰에 갔고 박기태가 자수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이 있습니다. 한무경의 법적 책임 문제가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차관보의 수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상민의 처리가 있습니다."
함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들을 기자님이 다 해야 하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사입니다. 나머지는 검찰과 법원이 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실이 흐려지지 않도록 계속 써야 합니다."
"오래 걸리겠구먼."
"네."
함재식이 창밖을 보았다. 한강이 빛을 받아 반짝이기 시작했다.


"나도 계속 있겠소."
강민준은 그 말을 들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강민준은 이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생각했다. 박기태를 처음 만난 한성타워. 서윤아에게 USB를 받은 날. 함재식을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날. 한무경이 이 방에 앉아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을 때.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카페 창밖의 한강으로 흘러들어왔다.
강민준은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 사건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한강이 흐르고 있었다.


오래, 오래 흘러온 강이었다.
강민준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결(結)이 시작될 준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