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돈

형들의 회의

by 이 범


2146년 봄, 서울 선우그룹 본사.
형들과의 회의가 끝났다.
박민준(71세)은 비서를 불렀다.


"형들이 돌아갈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부회장님..."
"왜요?"
"형님들께 드린 지원금, 어떻게 처리할까요?"
박민준이 생각했다.


'1000억 원을 약속했지.'
'하지만 그냥 주면 안 돼. 시험해봐야 해.'
"이렇게 하세요."
박민준이 지시했다.


"각 형님들께 1000억을 나눠서 드리되, 현금으로 준비하세요."
"현금이요?"
"네. 각자의 가방에 몰래 넣어두세요."
"형님들이 모르게."
비서가 의아해했지만 따랐다.


형들은 차량에 짐을 실었다.
준영(75세), 준석(73세), 준호(71세), 준민(69세)...
그리고 다른 형제들과 조카들.


총 9명 (시메온을 제외한).
"형님들, 조심히 가십시오."
박민준이 배웅했다.


"고맙네, 민준."
"1년 후에 지훈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차량들이 출발했다.


박민준은 그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고속도로 휴게소.
형들이 휴식을 취했다.


준민이 가방을 열었다.
서류를 꺼내려다가 멈췄다.
"이게 뭐지?"
두툼한 봉투.
열어보니 현금 다발.
"형들! 이것 좀 보세요!"
다른 형들도 모였다.


"뭔데?"
"제 가방에 돈이 들어 있어요!"
다른 형들도 급히 가방을 확인했다.
모두에게 똑같이 돈이 들어 있었다.
각자 100억 원씩.
준영이 떨었다.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준석이 봉투를 확인했다.
"'선우그룹 지원금'이라고 적혀 있어."
"민준 형님이 넣어주신 거야?"
"그런 것 같은데... 왜 몰래?"
형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봤다.


준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들, 이거... 이거 받으면 안 될 것 같아."
"왜?"
"이건 시험이야. 민준 형님이 우리를 시험하시는 거야."
"무슨 시험?"
"우리가 정말 변했는지. 돈 때문에 또 잘못하지 않을지."
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25년 전에도 우리는 돈 때문에 지안이를 막았잖아."
"'회사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준영이 봉투를 내려놓았다.
"그럼 어떻게 하지? 돌려드려야 하나?"
"아니야. 형님이 주신 건데 돌려드리면 실례지."
"그럼?"
준민이 제안했다.


"아버지한테 말씀드리자. 할아버지한테."
"태준 할아버지?"
"응.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시게 하자."
형들이 동의했다.
"좋아. 그렇게 하자."
하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하느님께서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을 하셨을까?'
'우리를 시험하시는 건가?'


형들은 태준(89세)의 집으로 갔다.
태준은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할아버지, 저희가 왔습니다."
"오냐, 민준한테 다녀왔느냐?"
"네."
준영이 상황을 설명했다.


태준의 얼굴이 굳었다.
"그래서 그 돈을 가져왔느냐?"
"네, 할아버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요."
태준이 한숨을 쉬었다.


"너희가 나에게서 자식들을 빼앗아 가는구나."
"예?"
"준호는 1년간 재단에 가야 하고."
"지훈이는 민준한테 가야 하고."
"이제 이 돈 문제까지."
태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시메온은 여기 없고, 지훈이도 데려가야 하고."
"이 모든 것이 나에게 들이닥치다니!"
형들이 고개를 숙였다.


준민이 아버지 앞으로 나갔다.
"할아버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뭘?"
"지훈이를 1년 후에 꼭 데려오겠습니다."
"만약 못 데려오면 제 두 아들을 벌하셔도 됩니다."
"그 아이를 제 손에 맡겨주십시오."
태준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왜요?"
"지훈이는 안 된다."
태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지훈이 형 지수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지훈이만 남았다."
"그 아이마저 민준한테 보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 백발 노인을 슬퍼하며 무덤으로 보내고야 말 것이다."
형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태준의 두려움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날 밤, 형들은 다시 모였다.
태준의 집 거실.
"어떡하지?"
"할아버지가 지훈을 안 보내신대."
"그럼 민준 형님과의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됐어."
침묵.
준호가 말했다.


"형들, 우리가 또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어."
"무슨 말이야?"
"25년 전에도 우리는 두려워서 지안이를 막았어."
"'위험하다', '문제가 생긴다'면서."
"지금도 똑같아. 할아버지도, 우리도 두려워하고 있어."
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지안은 옳은 일을 했어."
"우리가 막았지만."
준영이 결심한 듯 말했다.


"그럼 우리가 할아버지를 설득해야 해."
"어떻게?"
"민준 형님을 믿는다고."
"형님이 지훈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오히려 지훈을 더 크게 키울 거라고."
형들이 동의했다.


다음날 아침.
형들이 함께 태준을 찾았다.
"할아버지, 다시 말씀드립니다."
"뭘?"
"지훈을 보내야 합니다."
태준이 화를 냈다.


"내가 안 된다고 했다!"
"할아버지, 들어주세요."
준영이 무릎을 꿇었다.
"저희가 25년 전에 지안을 막았습니다."
"두려워서, 걱정돼서."
"하지만 그게 잘못이었습니다."
"지안은 옳은 일을 했습니다."
"우리가 막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다른 형들도 무릎을 꿇었다.


"할아버지, 이번에는 다르게 하고 싶습니다."
"두려워도, 걱정돼도."
"지훈을 보내고 싶습니다."
"민준 형님을 믿고."
태준은 아들들과 손자들을 바라봤다.


눈물이 흘렀다.
"너희가... 정말 변했구나."
"예, 할아버지."
"25년 걸렸지만."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지훈을 보내거라."
"하지만 조건이 있다."
"무엇입니까?"
"1년 후에 꼭 데려와라."
"그리고 민준한테 이것도 전해라."
태준이 편지를 꺼냈다.


"이건 내가 민준한테 쓴 편지다."
"25년 전 일에 대한 사과다."
형들이 편지를 받았다.


박민준의 집.
택배가 도착했다.
태준의 편지였다.
박민준이 열어봤다.


"민준에게,
25년 전, 우리 손자들이 지안을 막았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로서, 할아버지로서 말렸어야 했는데.
그것이 내 평생의 후회다.


지안이 죽은 것은 내 책임이기도 하다.
용서해다오.
그리고 지훈을 잘 부탁한다.
내가 지안한테 못 해준 것을
지훈을 통해 해주길 바란다.


고맙다, 민준아.
태준"
박민준은 편지를 읽고 울었다.
'형님... 형님도 고통스러우셨구나.'
'25년간.'
그날 밤, 박민준은 일기를 썼다.
"오늘 태준 형님의 편지를 받았다.


25년 만의 사과.
25년 만의 고백.
형님도 아파하셨구나.
지안이 일로.
우리 모두가 아팠다.


25년간.
하지만 이제 치유되고 있다.
형들의 고백으로.
태준 형님의 편지로.
그리고 지훈을 통해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25년의 아픔이
치유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멘."

에필로그
1개월 후.
지훈(35세)이 한국에 왔다.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박민준이 공항에서 그를 맞았다.


"지훈아, 잘 왔다."
"민준 고모부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1년간 함께 일하자."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두 사람이 차에 탔다.
지훈이 물었다.


"고모부님, 왜 저를 선택하셨어요?"
박민준이 대답했다.
"너는 지안을 닮았어."
"지안 형을요?"
"응. 그래서 내가 지안한테 못 해준 것을 너한테 해주고 싶어."
지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고모부님... 감사합니다."
"고맙긴. 내가 고맙지."
"네?"
"네가 와줘서."
"25년 만에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줘서."
차는 평창으로 향했다.


새벽터로.
거기서 박민준은 지훈에게 가족의 역사를 들려줬다.
선우민준부터 선우지안까지.
그리고 새로운 시작.
평창 새벽터에 임시 표지판이 세워졌다.


"새로운 시작"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25년 후의 새 시작
2146
돈이 돌아왔다.
몰래 가방에 들어 있었다.


형들은 두려워했다.
'이것이 시험인가?'
'하느님께서 왜 이러시는가?'
하지만 그들은 정직하게 행동했다.


아버지에게 고백했고,
두려움을 극복했고,
지훈을 보냈다.
25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었다.


당신도 두 번째 기회를 받았는가?
25년 전의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두려워 말라.
정직하게 행하라.


그러면
새로운 시작이 온다.
선우 가문
2146년"


그 표지판은
두 번째 기회를 받은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25년이 지났어도
늦지 않았다.


두려워 말고
정직하게 행하라.
그러면
새로운 시작이 온다."

월, 화, 수,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