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남겠습니다

므나쎄를 데려가라

by 이 범


2147년 가을, 서울 선우그룹 본사.
박민준(72세)의 회장실.
형들이 다시 찾아왔다.
1년 만이었다.


지훈을 데려가기 위해.
박민준이 그들을 맞이했다.
"형들, 오셨습니까?"
"네, 민준."
"지훈이를 데려가러 왔습니다."
박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약속했으니까요."
"하지만..."
박민준이 잠시 멈췄다.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형들이 긴장했다.


"무슨 조건입니까?"
"지훈뿐 아니라 므나쎄도 함께 데려가십시오."
"므나쎄요?"
"네. 제 막내아들. 17세."
형들이 당황했다.


"왜... 왜 므나쎄를요?"
박민준이 설명했다.
"므나쎄를 1년간 형들이 키워주십시오."
"경영을 가르쳐주십시오."
"그러면 지훈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준영(76세)이 반대했다.
"민준, 그건 안 됩니다."
"왜요?"
"므나쎄는 당신의 막내아들이잖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소연 형수님이 70대에 낳으신 기적 같은 아이."
"그런 아이를 우리한테 맡기시겠다고요?"
박민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므나쎄가 함께 가지 않으면 지훈도 못 갑니다."
형들이 난감해졌다.
준석(74세)이 말했다.
"민준, 우리가 므나쎄를 데려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때는 저를 용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 조건입니다."
형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형들은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긴급회의.
"어떻게 하지?"
"므나쎄까지 데려가라니..."
준호(72세)가 말했다.


"형들, 이건 또 시험이야."
"또?"
"응. 민준 형님이 우리를 시험하시는 거야."
"무슨 시험?"
"우리가 정말 책임질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의 귀한 자식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준민(70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지훈도 우리 집안 귀한 자식이지만, "
"므나쎄는 더하잖아."
"70대에 낳은 막내아들."
"그런 아이를 우리한테 맡기신다는 건..."
준영이 한숨을 쉬었다.
"완전히 우리를 믿으시는 거야."
"아니면 완전히 시험하시는 거거나."


형들은 다시 박민준을 찾아갔다.
"민준, 우리가 므나쎄를 데려갈 수 없습니다."
"왜요?"
준영이 설명했다.


"므나쎄는 당신 아버지를 떠날 수 없습니다."
"소연 형수님도 그렇고."
"그 아이가 떠나면 형수님은 견디지 못하실 겁니다."
박민준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면 지훈도 못 갑니다."
"민준!"
"므나쎄가 함께 가지 않으면 다시 제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형들은 막막했다.


준석이 애원했다.
"민준, 제발. 지훈만 보내주게."
"안 됩니다."
"태준 할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1년 전에 약속하셨잖습니까."
박민준은 흔들리지 않았다.
"제 조건입니다."

형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태준(90세)에게 보고했다.
"할아버지, 민준 형님이 므나쎄까지 보내래요."
태준의 얼굴이 굳었다.


"므나쎄를? 그 어린아이를?"
"네."
"그러면 안 된다!"
"하지만 므나쎄가 안 가면 지훈도 못 온대요."
태준이 화를 냈다.


"민준이가 미쳤구나!"
"할아버지..."
"소연이가 70대에 낳은 아들이야. 얼마나 귀한 아이인데!"
"그런 아이를 우리한테 보내?"
태준은 분노했다.


"다시 가서 므나쎄 없이 지훈만 달라고 해라."
형들은 다시 서울로 갔다.
하지만 박민준은 단호했다.
"안 됩니다. 므나쎄도 함께."


2주가 지났다.
형들은 다시 모였다.
태준의 집.
"어떻게 하지?"
"할아버지는 므나쎄 없이 지훈만 데려오래."
"하지만 민준 형님은 안 된대."
침묵.
준민이 입을 열었다.


"형들, 제가 민준 형님을 다시 찾아가겠습니다."
"혼자?"
"네. 그리고 제안하겠습니다."
"무슨 제안?"
"므나쎄 대신 제가 남겠다고."
형들이 놀랐다.



"네가?"
"응. 지훈은 데려가되, 므나쎄 대신 내가 형님 밑에서 1년간 일하겠다고."
준영이 반대했다.


"그건 안 돼. 넌 회사 일도 있고..."
"괜찮아. 회사는 다른 사람이 맡으면 돼."
"하지만..."
준민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들, 나는 므나쎄를 지켜야 해."
"왜?"
"내가 태준 할아버지께 약속했잖아."
"'지훈을 1년 후에 꼭 데려오겠다'라고."
"'만약 못 데려오면 내 두 아들을 벌하셔도 된다'라고."
"기억나?"
형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책임이 있어. 지훈을 데려가야 해."
"하지만 므나쎄를 데려갈 수는 없어."
"그러니 내가 대신 남겠어."


다음날, 준민 혼자 박민준을 찾아갔다.
"민준 형님."
"준민 형, 혼자 오셨네요."
"네. 할 말이 있어서요."
"무슨 말씀입니까?"
준민이 무릎을 꿇었다.


"형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일어나십시오."
"므나쎄를 보내지 마십시오."
박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저를 데려가십시오."
"뭐라고요?"
"지훈은 형들과 함께 보내시고, 저는 여기 남겠습니다."
"1년간 형님 밑에서 일하겠습니다."
"무보수로, 어떤 일이든 하겠습니다."
박민준이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준민이 대답했다.
"저는 태준 할아버지께 약속했습니다."
"지훈을 꼭 데려오겠다고."
"그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하지만 므나쎄는... 므나쎄는 안 됩니다."


"왜요?"
"형님도 아시잖습니까."
"소연 형수님이 70대에 낳으신 아들."
"형님의 모든 고생을 잊게 해 준 아들."
"그런 아이를 데려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준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형수님은 견디지 못하실 겁니다."
"형님도 견디지 못하실 겁니다."
"그리고 태준 할아버지도..."
"백발이 되신 할아버지를 비통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준민이 계속 말했다.
"형님, 제 아버지의 목숨이 므나쎄에게 달려 있습니다."
"제가 므나쎄 없이 돌아가면 할아버지는 충격으로 돌아가실 겁니다."
"90세이신 할아버지를..."
"제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므나쎄 대신 남겠습니다."
"므나쎄는 형들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박민준은 준민을 바라봤다.


오랫동안.
그리고 물었다.
"형님, 정말입니까?"
"예."
"1년간 여기 남으시겠다고?"
"예."
"가족과 떨어져서?"
"예. 므나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박민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형님..."
"예, 민준."
"충분합니다."
"예?"
박민준이 준민을 일으켰다.


"형님이 그렇게까지 하신다면, 제가 므나쎄를 보내지 않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형님의 마음을 봤습니다."
"책임감을, 희생을, 사랑을."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박민준이 말했다.
"형님, 사실 저는 므나쎄를 보낼 생각이 없었습니다."
"예?"
"시험이었습니다."
"형들이 정말 책임질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의 귀한 것을 맡을 수 있는지."
"그리고 형님이 증명하셨습니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므나쎄를 지키려고."
준민이 울었다.


"형님..."
"25년 전, 형들은 지안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준민 형님은 므나쎄를 지켰습니다."
"자신을 희생해서."
"그것이 변화의 증거입니다."
박민준이 준민을 껴안았다.


"형님, 고맙습니다."
"이제 지훈을 데려가십시오."
"그리고 태준 할아버지께 이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형님의 손자들이 변했습니다'라고."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라고."
에필로그
그날, 형들은 지훈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태준이 지훈을 보고 울었다.
"지훈아, 잘 왔다."
"할아버지!"
준민이 태준에게 박민준의 말을 전했다.
태준은 눈물을 흘렸다.


"민준이가... 우리를 용서했구나."
"완전히."
박민준의 일기, 2147년 11월:
"오늘 준민 형님이 므나쎄 대신 남겠다고 했다.
충격이었다.
감동이었다.


25년 전, 형들은 지안을 지키지 못했다.
두려워서, 이기심으로.
하지만 오늘, 준민 형님은 므나쎄를 지켰다.
자기희생으로.
이것이 진짜 변화다.
이것이 진짜 회개다.


나는 므나쎄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
단지 시험하고 싶었다.
그리고 형님들이 통과했다.
이제 정말 용서할 수 있다.


완전히.
하느님, 감사합니다.
25년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용서와 화해로.
아멘."


평창 새벽터에 마지막 돌이 세워졌다.
"대신 남겠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졌다:
"준민의 희생
2147
그는 므나쎄 대신 남겠다고 했다.
1년간 가족과 떨어져서라도.
왜?
책임 때문이었다.
할아버지께 한 약속.
사랑 때문이었다.
므나쎄를 지키려는 마음.
희생 때문이었다.


자신을 내어주는 용기.
25년 전, 형들은 지안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준민은 므나쎄를 지켰다.
자기희생으로.
이것이 진짜 변화다.


당신도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가?
당신의 희생이 필요한가?
두려워 말라.
희생은 사랑의 증거다.
변화의 증거다.
용서의 시작이다.


선우 가문
2147년"

돌은 오늘도
희생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대신 남을 용기가 있는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가?
그것이
진짜 사랑이다.
진짜 변화다.
진짜 용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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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수,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