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7년 겨울, 서울 선우그룹 본사.
형들이 지훈(35세)과 함께 돌아가려는 날.
박민준(72세)은 비서 김과장을 불렀다.
"형들이 가져갈 서류가방을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어떤 서류입니까?"
"선우건설 재건 계획서, 투자 계약서, 그리고 현금 100억씩."
"각자에게요?"
"네. 총 9명이니까 900억."
김과장이 메모했다.
"그리고..."
박민준이 특별한 지시를 했다.
"지훈의 가방에는 다른 것도 넣으세요."
"무엇입니까?"
"제 도장."
"부회장님 도장이요?"
"네. 선우그룹 부회장 직인."
김과장이 놀랐다.
"그건... 그건 너무 중요한 물건 아닙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넣는 겁니다."
"하지만..."
박민준이 설명했다.
"마지막 시험입니다."
"형들이 정말 변했는지."
"지훈이 정말 신뢰할 수 있는지."
김과장은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그대로 하겠습니다."
다음날 아침.
형들은 출발 준비를 했다.
각자 서류가방을 받았다.
"이 안에 투자 계약서와 자금이 들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민준."
"조심히 가십시오."
차량들이 출발했다.
박민준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30분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고속도로.
형들의 차량 행렬이 달리고 있었다.
30km 정도 갔을 때.
뒤에서 선우그룹 차량이 따라왔다.
경광등을 켜고.
형들의 차량들이 갓길에 섰다.
김과장이 내렸다.
준영(76세)이 창문을 내렸다.
"무슨 일입니까?"
"선우그룹에서 나왔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김과장의 얼굴이 굳었다.
"여러분, 어떻게 선을 악으로 갚으십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회장님의 도장을 훔쳐가셨습니다."
형들이 놀라 차에서 내렸다.
"도장이요? 무슨 도장?"
"선우그룹 부회장 직인입니다."
"계약서에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도장입니다."
준석(74세)이 항변했다.
"우리가 왜 그런 것을 훔칩니까?"
"그건 제가 어떻게 압니까?"
"하지만 도장이 없어졌고, 여러분이 마지막 방문객이었습니다."
형들이 당황했다.
준호(72세)가 말했다.
"우리를 조사하십시오. 우리는 결백합니다."
"이전에도 그랬잖습니까?"
"뭐가요?"
"지난번에도 돈이 가방에 들어 있었을 때, 우리가 바로 보고했습니다."
"그런 우리가 왜 도장을 훔치겠습니까?"
김과장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조사하겠습니다."
"만약 누군가에게서 도장이 나오면 그 사람은 경찰에 넘기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도 공범으로 조사받을 것입니다."
준민(70세)이 자신 있게 말했다.
"조사하십시오. 우리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김과장이 가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준영의 가방.
준석의 가방.
준호의 가방.
하나하나 열어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지훈의 가방.
김과장이 열었다.
서류들을 꺼냈다.
그리고...
가방 밑바닥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비닐봉투.
그 안에 도장이 들어 있었다.
형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게... 이게 어떻게..."
지훈이 떨었다.
"저는... 저는 모릅니다. 제가 넣지 않았어요."
김과장이 차갑게 말했다.
"지훈 씨, 저와 함께 가셔야겠습니다."
"아니, 저는 정말..."
준영이 막았다.
"잠깐만요! 지훈이가 그럴 리 없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여기 있지 않습니까?"
"누군가 모함한 겁니다!"
김과장이 휴대폰을 꺼냈다.
"부회장님께 보고하겠습니다."
30분 후.
형들은 모두 선우그룹 본사로 돌아왔다.
회장실.
박민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들이 들어왔다.
지훈은 울고 있었다.
"민준 고모부님, 저는 정말 아닙니다."
박민준은 냉정하게 물었다.
"너희는 어째서 이런 짓을 했느냐?"
"저희가 무슨 짓을 했습니까?"
"내 도장을 훔쳐갔다."
준영이 항변했다.
"민준, 우리가 정말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
"증거가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건 누군가 모함입니다!"
박민준이 차갑게 말했다.
"하느님께서 너희 죄를 밝혀내셨다."
"이제 너희 모두 내 밑에서 일해야 한다."
"지훈도, 너희도."
형들이 무릎을 꿇었다.
"민준... 제발..."
준석이 울먹였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우리 죄를 아신다면..."
"우리 모두 여기 남겠습니다."
박민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지훈만 남으면 된다."
"나머지는 돌아가라."
준민이 앞으로 나왔다.
"민준 형님."
"뭡니까?"
"제가...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준민이 깊은 숨을 쉬었다.
"형님, 제가 지훈 대신 남겠습니다."
결(決)
박민준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준민이 대답했다.
"형님, 제가 지훈을 책임졌습니다."
"태준 할아버지께."
"'제가 지훈을 1년 후에 꼭 데려오겠습니다'라고."
"'만약 못 데려오면 평생 그 죄를 지겠습니다'라고."
준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데 지금 지훈을 데려가지 못하면..."
"제가 할아버지께 무슨 낯으로 돌아갑니까?"
"90세 되신 할아버지께서..."
"지훈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훈 형 지수가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지훈만 남았습니다."
"그 지훈마저 못 데려가면..."
"할아버지는 비통해하시며 돌아가실 겁니다."
준민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니 제발, 제가 대신 남게 해주십시오."
"지훈은 형들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지훈 없이 제가 어떻게 할아버지께 돌아갑니까?"
"할아버지가 겪으실 비통함을 저는 차마 볼 수 없습니다."
박민준은 준민을 바라봤다.
오랫동안.
그리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형님... 형님..."
형들이 놀랐다.
박민준이 준민을 일으켰다.
"형님, 충분합니다."
"예?"
"시험은 끝났습니다."
박민준이 울면서 말했다.
"도장은 제가 일부러 넣었습니다."
"뭐라고요?"
"형들을 시험하려고."
"정말 변했는지."
"정말 지훈을 지킬 것인지."
박민준이 형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형들은 증명했습니다."
"준민 형님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지훈을 지키려 했습니다."
"25년 전 지안을 지키지 못한 형들이..."
"오늘은 지훈을 지켰습니다."
박민준이 형들을 껴안았다.
"형님들, 이제 정말 용서합니다."
"완전히."
형들도 울었다.
"민준... 미안하다..."
"25년간... 우리가..."
"이제 됐습니다."
"이제 정말 한 가족입니다."
회장실에서 70대 형제들이 껴안고 울었다.
25년 만의 완전한 화해였다.
에필로그
그날 저녁.
박민준은 형들과 지훈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형들, 지훈."
"오늘 제가 너무 심했습니다."
준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민준."
"우리가 시험받아 마땅했어."
"25년 전 일 때문에."
박민준이 말했다.
"하지만 형들은 변했습니다."
"완전히."
"그래서 이제 정말 함께 일할 수 있습니다."
"지훈을 통해."
"그리고 다음 세대를 통해."
지훈이 물었다.
"고모부님, 그럼 저는 어떻게 합니까?"
"너는 선우건설 부사장이 된다."
"정말입니까?"
"응. 1년간 내가 가르친 것을 써라."
"그리고 선우건설을 다시 일으켜라."
"네, 고모부님!"
박민준이 모든 형들을 바라봤다.
"형들, 이제 우리는 정말 한 가족입니다."
"과거는 잊겠습니다."
"앞으로만 보겠습니다."
"함께."
형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민준."
"우리 형제로."
박민준의 일기, 2147년 12월:
"오늘 마지막 시험을 했다.
도장을 지훈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형들을 시험했다.
25년 전처럼 도망칠까?
아니면 책임질까?
준민 형님이 증명했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지훈을 지키겠다고.
그것이 진짜 변화의 증거였다.
이제 정말 용서할 수 있다.
완전히.
25년의 여정이 끝났다.
용서와 화해로.
새로운 시작으로.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멘."
평창 새벽터에 최종 돌이 세워졌다.
"25년 여정의 끝"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졌다:
"은잔의 시험
2147
마지막 시험이었다.
도장을 몰래 넣었다.
그들이 도망칠까?
아니면 책임질까?
25년 전, 그들은 지안을 지키지 못했다.
두려워서.
이기심으로.
하지만 오늘, 준민은 지훈을 지켰다.
자기 희생으로.
그것이 증거였다.
진짜 변화의.
진짜 회개의.
진짜 용서의 시작.
시험은 고통이 아니다.
시험은 증명의 기회다.
당신도 시험받고 있는가?
두려워 말라.
그것은 당신이 변했음을
증명할 기회다.
선우 가문
2147년
25년 여정의 끝"
그 돌은 오늘도
시험받는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시험을 두려워 말라.
그것은 심판이 아니다.
증명의 기회다.
변화의 기회다.
용서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