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2147년 겨울, 서울 선우그룹 회장실.
형들이 무릎 꿇고 울고 있었다.
준민(70세)이 지훈(35세) 대신 남겠다고 애원하고 있었다.
박민준(72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25년간 쌓인 감정이 북받쳤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모두 나가세요."
박민준이 갑자기 말했다.
"예?"
"비서들, 직원들, 모두 나가라고요."
"지금요?"
"지금!"
박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김과장과 다른 직원들이 급히 나갔다.
회장실에는 박민준과 형들, 그리고 지훈만 남았다.
문이 닫혔다.
박민준은 책상을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몸이 떨렸다.
그리고...
"으아아아!"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25년간 참았던 울음.
복도까지 들렸다.
직원들이 놀라 서로 바라봤다.
"부회장님이 우시는 거야?"
"저렇게 우시는 거 처음 봐..."
회장실 밖에서도, 1층 로비에서도 들렸다.
건물 전체가 박민준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한참을 울고 나서.
박민준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형들은 놀라 그를 바라봤다.
"민준... 괜찮은가?"
박민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들."
"...예?"
"저는... 저는 박민준입니다."
형들이 어리둥절했다.
"그건 우리가 아는데..."
박민준이 다시 말했다.
"아니, 제 말은..."
그가 심호흡을 했다.
"저는 선우민준의 손자, 박민준입니다."
"..."
"25년 전, 형님들이 반대했던 선우지안의 삼촌입니다."
형들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박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는 태준 할아버지께서 아직 살아계신지 궁금합니다."
준영이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살아계십니다. 90세이십니다."
박민준이 눈물을 흘렸다.
"아직 살아계시는군요..."
형들은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박민준이 계속 말했다.
"형님들, 가까이 오십시오."
형들이 조금씩 다가왔다.
"저는... 저는 25년 전 형님들이 아파하게 했던 그 박민준입니다."
"지안을 살리지 못하게 한..."
준민이 끼어들었다.
"민준, 그건 우리 잘못이었어. 우리가..."
박민준이 손을 들었다.
"형님, 들어주세요."
박민준이 의자에서 일어나 형들 앞으로 걸어갔다.
"형님들,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자신에게 화내지도 마십시오."
"민준, 우리가 25년 전에 지안을..."
박민준이 고개를 저었다.
"하느님께서 저를 형님들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
형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말이야?"
박민준이 설명했다.
"2123년, 제가 부회장이 되었을 때."
"7년 준비하고 7년 버티라고 했을 때."
"형님들은 이해하지 못하셨죠."
"맞아... 우리는..."
"하지만 그것이 하느님의 계획이었습니다."
"2132년부터 위기가 왔습니다."
"7년간 계속되었죠."
"모든 기업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선우그룹은 살아남았습니다."
박민준의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왜요? 제가 14년 전에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형님들보다 앞서 이 자리에 보내신 겁니다."
"우리 가족을 살리시려고."
"우리 회사를 살리시려고."
"수만 명의 직원들을 살리시려고."
형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네. 저를 이 자리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닙니다."
"하느님이십니다."
박민준이 창문 밖을 바라봤다.
"하느님께서 저를 이 그룹의 부회장으로 세우셨습니다."
"태민 할아버지의 오른팔로."
"이 나라 경제의 한 기둥으로."
"그래서 위기 때 수십만 명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박민준이 형들을 바라봤다.
"형님들, 서둘러 태준 할아버지께 가십시오."
"그리고 이렇게 전하십시오."
"'손자 박민준이 하느님의 은혜로 대한민국 최대 그룹의 부회장이 되었습니다.'"
"'지체하지 마시고 서울로 오십시오.'"
형들이 울기 시작했다.
"민준..."
박민준이 계속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서울로 오시면."
"저와 가까이 계실 수 있습니다."
"손자들, 증손자들과 함께."
"그리고 제가 할아버지를 모시겠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위기 속에서도."
"할아버지와 우리 가족이 궁핍해지지 않도록."
박민준이 형들에게 다가갔다.
"형님들, 지금 보고 계시죠?"
"제가 직접 말씀드리고 있는 것을."
"지훈도 보고 있고, 형님들도 보고 계십니다."
"제가 여기서 누리는 이 모든 것."
"선우그룹 부회장."
"수조 원의 자산."
"수만 명의 직원."
"이 모든 것을 할아버지께 말씀드리십시오."
"그리고 서둘러 할아버지를 모시고 오십시오."
형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울기만 했다.
박민준이 지훈에게 다가갔다.
"지훈아."
"예, 고모부님..."
박민준이 지훈을 껴안았다.
"고맙다. 네가 와줘서."
"고모부님..."
둘이 껴안고 울었다.
그리고 박민준은 형들에게로 갔다.
준영.
준석.
준호.
준민.
하나하나 껴안고 입맞추고 울었다.
"형님, 미안합니다."
"25년간 형님들을 시험했습니다."
"아니야, 민준. 우리가 미안해."
"지안을 살리지 못해서..."
"그만하십시오. 이제 다 끝났습니다."
형제들이 서로 껴안고 울었다.
25년 만의 완전한 화해.
25년 만의 진정한 가족.
회장실 밖에서 직원들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슬픈 울음이 아니었다.
기쁨의 울음이었다.
화해의 울음이었다.
치유의 울음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
에필로그
그날 저녁.
형들은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태준(90세)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
"할아버지, 민준이가..."
"민준이가 밝혔습니다."
"뭘?"
"자신이 누구인지."
"25년간 무엇을 했는지."
"왜 우리를 시험했는지."
준영이 울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민준이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를 살리려고."
"우리 가족을 지키려고."
"14년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7조 원을 쌓고."
"위기를 대비하고."
"그래서 우리가 살았습니다."
태준은 눈물을 흘렸다.
"민준이가... 그렇게..."
준석이 말했다.
"할아버지, 민준이가 서울로 오시라고 합니다."
"함께 살자고."
"모시겠다고."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민준이에게로."
"지금요?"
"지금."
90세 노인이 일어났다.
"내 손자를 만나러 가야지."
"25년 만에 진짜로."
2주 후.
태준이 서울로 왔다.
박민준이 공항에 나갔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25년 만에 진정으로 만났다.
"할아버지..."
"민준아..."
둘이 껴안고 울었다.
"할아버지,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때가 있었던 거야."
"하느님의 때가."
박민준은 할아버지를 자신의 집으로 모셨다.
서울 한남동.
큰 집.
"할아버지, 여기서 사십시오."
"고맙구나, 민준아."
"제가 모시겠습니다."
"평생."
그날 밤, 온 가족이 모였다.
태준, 형들, 지훈, 그리고 박민준의 가족.
므나쎄(17세)와 에프라임(15세)도 함께.
큰 식탁에 둘러앉았다.
박민준이 기도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25년의 여정을 끝내주셔서."
"우리 가족을 다시 하나로 만들어주셔서."
"앞으로도 저희를 인도해주십시오."
"아멘."
"아멘."
모두가 함께 말했다.
그리고 식사를 시작했다.
25년 만에 진정한 가족 식사.
박민준의 일기, 2147년 12월 31일:
"오늘 25년 여정이 끝났다.
나는 형들에게 밝혔다.
내가 누구인지.
왜 그들을 시험했는지.
하느님께서 무엇을 하셨는지.
형들은 울었다.
나도 울었다.
25년간 참았던 눈물을.
이제 정말 끝났다.
용서도.
화해도.
치유도.
할아버지가 오셨다.
90세의 할아버지를.
내가 모실 것이다.
평생.
하느님, 감사합니다.
25년의 고통을
25년의 치유로 바꾸어주셔서.
이제 새로운 시작입니다.
진짜 가족으로.
아멘."
평창 새벽터.
마지막 밤.
박민준은 혼자 그곳을 찾았다.
모든 돌을 바라봤다.
선우민준의 돌부터
오늘의 돌까지.
100년의 여정.
4대의 이야기.
그리고 이제 끝.
박민준은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증조할아버지 민준부터."
"아버지 요셉."
"조카 지안."
"그리고 저까지."
"4대에 걸친 여정을."
"인도해주셔서."
바람이 불었다.
마치 대답처럼.
박민준은 마지막 돌을 세웠다.
"나는 박민준입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졌다:
"정체성의 선언
2147
나는 박민준입니다.
25년간 숨겼습니다.
시험하며.
기다리며.
인내하며.
하지만 오늘 밝혔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했는지.
왜 그랬는지.
하느님께서 나를 보내셨습니다.
가족을 살리려고.
회사를 지키려고.
나라를 섬기려고.
25년의 고통이
25년의 준비였습니다.
이 순간을 위한.
당신도 숨기고 있는가?
당신의 정체성을.
당신의 사명을.
당신의 고통을.
때가 되면
밝혀라.
당당히.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다.
박민준
2075-2161
'나는 박민준입니다'"
새벽이 밝아왔다.
새로운 날.
새로운 시작.
25년 여정의 끝.
그리고 새로운 여정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