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09)

조용한 틈

by 이 범

"조용한 틈"

“소연 씨, 요즘 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어요.”
편집자의 말에 소연은 잠시 멈칫했다.
“좋은 의미예요.
더 깊어졌다고 해야 할까…
책방의 온기가 글에 스며든 느낌이에요.”

소연은 창가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그녀의 손끝은 조심스럽게 문장을 적었다.

> “익숙한 공간이
> 낯선 감정을 품기 시작했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요즘 너,
조금 더 멀리 보고 있는 것 같아.
책방 안에서도… 마음이 자꾸 밖으로 향하잖아.”

소연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글을 쓰다 보면
책방을 넘어서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게 돼요.
그게… 조금 무서우면서도 설레요.”

그날, 책방엔 평소보다 조용한 틈이 있었다.
손님은 드물었고,
두 사람은 그 틈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조용히 꺼내었다.

“준혁아.”
소연이 말했다.
“혹시…
내가 책방을 잠시 떠나게 되면
당신은 괜찮을까요?”

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소연아,
책방은 네가 만든 공간이지만
너의 삶은 그보다 더 넓어.
나는…
그 넓은 곳에서도 네가 흔들리지 않길 바랄 거야.”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기타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조용한 틈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선택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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