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10)

비워진 자리

by 이 범

"비워진 자리"

“준혁 씨, 오늘은 소연 님 안 계시죠?”
단골 손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책방은 평소보다 조용했고,
창가 자리엔 노트 대신 빈 찻잔만 놓여 있었다.

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오늘부터 연재 준비 때문에
잠시 외부 작업실에서 글을 쓰기로 했어요.”

그 말에 손님은 아쉬운 듯 웃었다.
“그 자리에 앉아 계신 모습이…
책방의 풍경 같았는데요.”

그날, 준혁은 책방을 정리하며
소연이 남긴 메모를 바라보았다.

> “책방은 나의 숨결이었고,
> 당신은 그 숨결을 지켜주는 사람이었어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준혁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커피를 내렸다.
그의 손끝엔 익숙함과 그리움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저녁이 되어 책방이 고요해지자,
준혁은 창가에 앉아
소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책방은 잘 있어요.
> 당신이 없는 자리는 조금 낯설지만,
> 그 낯섦 속에서도 당신을 느껴요.”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준혁은
비워진 자리 속에서
소연의 존재를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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