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다
그것은 월요일 아침에 찾아왔다.
심장이 조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엔 소화가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다음엔 과로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회의 도중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면서 손이 떨리기 시작했을 때, 그는 비로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응급실 의사는 말했다.
"패닉 어택입니다. 아주 전형적인 증상이에요. 최근 스트레스가 많으셨나요?"
민준은 멍하니 침대에 누워 형광등을 바라보았다. 스트레스. 그가 알기로 스트레스는 약한 사람들이 겪는 것이었다. 자신은 강했다.
늘 달렸고, 늘 이겼고, 늘 앞서 나갔다.
"일주일 정도 쉬시는 게 좋겠어요."
"일주일이요?"
"네.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지금 당신 몸은 멈추라고 말하고 있어요."
민준은 일주일간 병가를 냈다. 생애 처음이었다.
집에 있는 것이 이토록 낯선 적이 없었다.
아파트 33평. 잘 정돈된 가구들.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해본 적 없는 주방. 한 번도 낮에 햇빛이 드는 것을 본 적 없는 거실.
첫날은 그냥 누워 있었다. 둘째 날엔 노트북을 켰다가 껐다. 셋째 날, 그는 처음으로 오전 11시까지 잠을 잤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았다.
회사는 돌아가고 있었고, 세상은 계속되고 있었으며, 자신이 없어도 아무것도 멈추지 않았다. 민준은 그것이 안심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어딘가 섬뜩하기도 했다.
넷째 날 오후, 그는 처음으로 산책을 나갔다.
동네 골목길. 그는 이 골목을 5년을 살았지만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었다. 항상 차를 타고 지나치거나, 지하철역으로 뛰어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골목엔 작은 꽃집이 있었다.
문방구가 있었다. 떡볶이 집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고양이 한 마리가 담 위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오래 걸었다. 목적 없이.
그것이 처음엔 불안했다. 그러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묘하게 편안해졌다.
닷새째 되던 날,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야, 답장은 왜 안 하냐?"
"죄송해요, 아버지. 좀 바빴어요."
"바쁜 놈이 집에 있다니. 회사 잘리기라도 한 거야?"
아버지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비꼬는 듯하지만 사실은 걱정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감싸여진 애정.
"아니요, 잠깐 쉬고 있어요."
"쉬어? 네가? 어디 아프냐?"
"조금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럼 와. 밥이나 먹어라."
경상남도 창원. 민준이 자란 곳. 그
는 언제부터인가 1년에 한두 번, 명절에만 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은퇴 후 작은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었다. 민준의 눈에 그것은 한가롭고 보잘것없는 삶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상하게도 그것이 부러웠다.
창원행 KTX 안.
민준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울이 멀어지고, 도시의 밀도가 옅어지고, 논밭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산이 보이고, 강이 보이고, 저 멀리 바다가 반짝였다.
그는 이 풍경을 이 열차에서 몇 번이나 봤을까. 그러나 제대로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았다. 항상 노트북을 켜거나, 잠을 자거나, 전화를 하느라 창밖을 볼 여유가 없었다.
기차는 빠르게 달렸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창밖의 산은 천천히 흘러갔다. 속도와 느림이 같은 공간에 공존하고 있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어디서 들은 말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책의 제목이었던가. 누군가의 말이었던가. 그 말이 갑자기 선명하게 떠올랐다.
속도. 그는 늘 빠르게 달렸다. 그런데 어느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던가.
기차가 터널로 들어갔다. 창문이 검게 되며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그는 오랫동안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집은 예전 그대로였다.
대문 앞에 장화가 두 켤레 놓여 있었다. 텃밭 쪽에서 흙냄새가 났다. 감나무가 마당 한쪽에 서 있었는데, 가지 끝에 새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아버지 강봉수는 텃밭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고르고 있었다. 칠십에 가까운 나이에도 손은 여전히 크고 단단했다.
"왔냐."
"네."
"들어가서 손이나 씻어라."
밥상에 된장찌개와 나물 반찬이 올라왔다. 그것이 전부였다. 민준은 서울에서 주로 혼자 편의점 도시락을 먹거나, 식당에서 빠르게 먹었다. 맛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된장찌개 한 숟갈을 떴다. 짭짤하고 구수하고 뜨거웠다. 어릴 때 맛이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는 황급히 눈을 깜빡였다.
"왜 울어?"
"안 울어요."
"눈에 뭐 들어갔냐?"
"아니요."
아버지는 더 묻지 않았다. 그냥 밥을 먹었다.
침묵이 흘렀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이 집의 침묵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빈 것이 아니라, 가득 찬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