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품격』(1)

황혼의 강

by seungbum lee

강은 늘 같은 곳을 흐르지만

그 물은 늘 새롭다

사람도 그렇다

몸은 같은 자리에 있어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


젊은 날의 나는

강을 보며 달리고 싶었다

저 물처럼

세상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그때의 강은

내게 속도를 가르쳤다


세상은 넓고

시간은 짧으며

꿈은 많다고

나는 강을 따라

먼 길을 걸었다

산을 지나고

도시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지나며

내 삶도

강처럼 흘러갔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빠르게 흘렀다


아침은 짧았고

밤은 늦게 왔다

해야 할 일은 많았고

세상은 넓었다

나는 늘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강을 다시 바라보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강의 깊이를 보았다

물은

빠르게 흐르지 않아도

충분히

멀리 갈 수 있었다

세월은

속도를 늦추었지만

대신

깊이를 주었다

젊은 날에는

멀리 가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흐르는지가 중요하다

강은

서두르지 않는다

돌을 만나면

돌을 돌아 흐르고

언덕을 만나면

조용히 길을 찾는다

그것이

강의 지혜다

세월은

나에게도 같은 것을 가르쳤다

삶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다

사람은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함께

흘러가기 위해 산다

그래서 노년은

멈춤이 아니라

깊어짐이다

강물은

바다로 가기 위해 흐르지만

사람은

지혜로 가기 위해 산다

젊은 날

나는 강의 속도를 보았다

중년의 나는

강의 길을 보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강의 깊이를 본다

강은

말이 없지만

많은 것을 말한다

너무 빨리 흐르지 말라고

너무 늦게 흐르지 말라고

그저

자연스럽게 흐르라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

강물은 금빛으로 빛난다

그 빛은

젊은 날의 빛과 다르다

조용하고

깊고

따뜻하다

그래서 나는 안다

노년은

어둠이 아니라

황혼이라는 것을

황혼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하루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강도 그렇다

해가 질 때

강은 가장 아름답다

그래서 나는

이제 강을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바라보고

천천히 생각한다

세월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갔지만

또 많은 것을 남겼다

서두르지 않는 마음

비교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마음

강은

여전히 흐른다

젊은 날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더 깊고

더 넓게 흐른다

사람의 인생도 그렇다

젊음은

강의 시작이고

노년은

강의 깊이다

그래서 나는 안다

인생은

멀리 가는 여행이 아니라

깊어지는 강이라는 것을

황혼의 강은

오늘도 흐른다

그리고

그 강을 바라보는 나는

이제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강처럼

조용히

흐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