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얼굴
세월에는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은
거울 속에 있다
젊은 날의 거울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눈빛은 밝았고
걸음은 빨랐다
세상은 넓었고
시간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늘
내일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거울을 보며 나는 멈추었다
거울 속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있었다
이마에는
작은 주름이 생겼고
눈가에는
세월이 남긴 흔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얼굴이 낯설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은
사람보다 정직하다
세월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얼굴에 남는다
하지만 그날
나는 깨달았다
주름은
세월의 흔적이 아니라
삶의 지도라는 것을
웃음이 많았던 사람의 얼굴에는
따뜻한 선이 남고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의 얼굴에는
깊은 강 같은 주름이 생긴다
세월은
모든 사람의 얼굴에
각자의 이야기를 새긴다
그래서 노년의 얼굴은
책과 같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삶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젊은 날에는
얼굴이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그러나 노년에는
삶이 아름다운 사람이 드물다
세월은
모든 것을 걸러낸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의 깊이를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을 닮아간다
그래서 어떤 노인의 얼굴은
산처럼 평온하고
어떤 노인의 얼굴은
바다처럼 깊다
나는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한 노인을 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 얼굴은
슬픔도 알고
기쁨도 알고
사랑도 알고
이별도 아는 얼굴이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세월은
사람을 늙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완성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젊음은
가능성의 시간이고
노년은
이야기의 시간이다
젊은 사람은
앞을 바라보고 살지만
노인은
뒤를 돌아보며 웃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 길을 이미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의 미소는
조용하다
그리고 깊다
세월은
많은 것을 가져간다
젊음도
힘도
빠른 걸음도
그러나 세월은
대신
지혜를 준다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조용히 웃을 수 있는 여유
그래서 노년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얻어진 시간이다
나는 이제
거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거울 속 얼굴은
나의 세월이기 때문이다
그 얼굴에는
내가 살아온 길이 있다
넘어졌던 길
다시 일어났던 길
사랑했던 길
그리고
지금 여기까지 온 길
그래서 나는 안다
세월의 얼굴은
늙음이 아니라
삶의 기록이라는 것을
주름은
시간이 남긴 선이고
그 선들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는 이제
그 얼굴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 얼굴은
세월이 나에게 준
가장 정직한 초상이기 때문이다
세월은
오늘도 흐른다
그리고
내 얼굴에도
조용히
또 하나의 이야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