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품격』(3)

시간의 바다

by seungbum lee


시간은 강이 아니다

시간은 바다다

강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바다는

모든 방향을 품는다


젊은 날

나는 시간을 강처럼 생각했다

앞으로만 가는 것

뒤돌아보지 않는 것

그래서 나는

늘 서둘렀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

세상은 넓었고

나는 그 넓이를 다 보고 싶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나는 알게 되었다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는 것을


시간은

기억이 쌓이는 바다라는 것을

우리가 만난 사람들

우리가 지나온 길

우리가 흘린 눈물

그 모든 것이

시간의 바다에 쌓인다


그래서 노년은

가난하지 않다

오히려

가장 부유한 시간이다


젊은 날에는

미래가 있었지만

노년에는

세월이 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세월은

이미 나의 것이다

나는 어느 날

바닷가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았다


파도는

왔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바다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나는 알았다


인생도

파도와 같다는 것을

기쁨도 오고

슬픔도 오고

사랑도 오고

이별도 온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품는 것은

삶이라는 바다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파도는 지나가기 때문이다

젊은 날에는

나는 파도와 싸웠다



슬픔을 밀어내려 했고

실패를 부정하려 했다

그러나 세월은

나에게 다른 길을 가르쳤다



파도는

밀어낼 것이 아니라

지나가게 두어야 한다는 것을

시간은

모든 것을 바꾼다


아픔도

기억이 되고

눈물도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노년의 사람은

조용하다

많은 것을

이미 지나왔기 때문이다



시간의 바다에는

수많은 섬이 있다

어린 시절의 섬

사랑의 섬




이별의 섬

후회의 섬

그리고

깨달음의 섬

노년은

그 섬들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나는 이제

서두르지 않는다

바다는

서두르지 않기 때문이다


파도는

늘 같은 속도로 온다

그리고

늘 같은 속도로 돌아간다


그래서 바다는

오래 존재한다

사람도 그렇다

서두르는 삶은

쉽게 지치지만

깊은 삶은

오래 간다

나는 이제

시간을 쫓지 않는다


대신

시간과 함께 걷는다

세월은

나의 적이 아니라

나의 동행이다



그래서 노년은

외롭지 않다

시간이라는

넓은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파도는 오고

오늘도

파도는 돌아간다


그리고 나는

그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하나의 파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