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품격』(4)

낙엽의 철학

by seungbum lee


가을이 오면
나무는 조용해진다
여름 내내 흔들리던 잎들이
천천히 빛을 잃는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다
낙엽은
나무의 마지막 인사가 아니다


오히려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작별이다
젊은 날의 나는
낙엽을 슬프게 보았다
떨어진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나는 낙엽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낙엽은
패배가 아니다


완성이다
잎은
봄에 태어나
여름에 빛나고
가을에
자신의 역할을 마친다


그리고
조용히 땅으로 돌아간다
나무는
낙엽을 붙잡지 않는다
바람이 오면
그저 보내준다
그래서 숲은
아름답다
사람은
떠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젊음이 떠나고
힘이 떠나고
시간이 떠나는 것을
그러나 자연은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순서가 있기 때문이다


봄은
시작의 계절이고
여름은
성장의 계절이며
가을은
완성의 계절이다


그래서 가을은
슬픈 계절이 아니라
지혜의 계절이다
나는 어느 날
숲길을 걷다가
한 장의 낙엽을
손에 들었다


그 잎에는
여름의 햇빛이 있었고
비의 기억이 있었고
바람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 작은 잎 하나에도
한 계절의 삶이 담겨 있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사람의 인생도
낙엽과 같다는 것을
젊은 날에는
햇빛을 받고
중년에는
세상을 경험하고
노년에는
조용히 지혜가 된다


낙엽은
떨어질 때 가장 아름답다
황금빛으로 빛나며
천천히 땅으로 내려온다
그 모습은
마치 인생의 마지막 인사 같다


나는 이제
낙엽을 슬프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존경한다
한 계절을
충분히 살았기 때문이다


낙엽은
자신의 삶을 다 살고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
그것이
자연의 품격이다
그래서 나는
노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노년은
낙엽의 시간이다
삶이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물드는 시간이다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발밑에서 낙엽이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슬픔이 아니라
세월의 이야기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인생도
이렇게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