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축복

가족의 사랑

by 이 범


2156년 4월, 판교 선우 패밀리 타운.
박민준(80세)의 병실.
생의 마지막 날들.
박민준은 온 가족을 불렀다.


4대 전체.
형들의 자녀들, 손자들까지.
총 50명.
"모두 모여들 오너라."
"할아버지..."
"조용히 들으라."
"뒷날 너희가 겪을 일을 일러 주리라."
병실이 조용해졌다.



박민준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80세 노인.
하지만 눈빛은 또렷했다.
"선우 가문의 자손들아."
"모여 와 들어라."
"너희 증조부, 할아버지, 아버지의 말을 들어라."
박민준은 한 명 한 명을 불렀다.


각자에게 축복과 예언을.

준영의 아들 태호에게 (50세, 장남 계열)
"태호야, 너는 장손이다."
"우리 가문의 첫 열매."
"영광이 넘치고 힘이 넘친다."
"하지만..."
박민준이 한숨을 쉬었다.



"너는 물처럼 끓어오른다."
"감정이 앞선다."
"그래서 리더가 되지 못하리라."
태호가 고개를 숙였다.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약점을.



"하지만 낙심하지 마라."
"너는 지지하는 자가 될 것이다."
"뒤에서 돕는 자."
"그것도 큰 역할이다."
준석의 아들들 현우와 수진에게 (48세, 46세)
"현우, 수진."
"너희는 형제다."
"늘 함께 움직인다."
"하지만..."
박민준의 얼굴이 굳었다.



"너희는 너무 급하다."
"25년 전 지안 사건 때도."
"너희 아버지가 성급하게 SNS에 올렸지."
"정의로웠지만 지혜롭지 못했다."
"너희도 조심하라."
"격분하여 일을 망치지 마라."
"분노는 정당해도."
"방법이 잘못되면 오히려 해가 된다."
현우와 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의 아들 상훈에게 (47세)
"상훈아."
"예, 증조부님."
"네 아버지 준호는 1년간 지안 재단에서 봉사했다."
"회개하며."
"너는 그 정신을 이어받았다."
"네 손이 원수들의 목을 잡으리라."
"아니, 원수가 아니라 불의를."
"너는 정의의 사람이 될 것이다."
"변호사로."
"약자를 대변하는 자로."
상훈이 눈물을 흘렸다.


"네, 증조부님. 그렇게 살겠습니다."
박민준이 계속했다.
"상훈은 어린 사자."
"네가 잡은 정의를 먹고 컸다."
"사자처럼 웅크려 엎드리니."
"누가 감히 너를 건드리랴?"
"너에게서 리더십이 나오리라."



"네 후손 중에서."
"이 나라를 이끄는 자가 나올 것이다."
"왕은 아니지만 왕 같은 영향력을."
"100년 후, 200년 후."
"네 혈통에서 나오리라."
지훈에게 (35세, 준민의 차남)
"지훈아."
"예, 증조할아버지."
"너는 선우건설을 이끌게 될 것이다."


"형 므나쎄와 함께."
"너는 바닷가에 살 것이다."
"부산, 인천, 해외."
"항구 도시들에 건물을 세울 것이다."
"배들이 오가는 곳에."
"국제적인 건축가가 되리라."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 손자들에게
박민준은 계속해서 한 명 한 명 불렀다.
민서에게: "너는 튼튼한 나귀. 열심히 일하되 쉴 줄도 알아야 한다."
영미에게: "너는 정의를 실천할 것이다. 판사로서."
재훈에게: "너는 지혜로운 뱀. 교활함이 아니라 지혜로 사람들을 인도하리라."
성민에게: "너는 약탈자들과 싸우리라. 사이버 범죄자들과. IT 보안 전문가로."
그리고 손녀들에게도.


지혜에게: "너는 풍요를 가져올 것이다. 요리사로, 식품 사업가로."
수진에게: "너는 자유로운 영혼. 예술가가 되리라."

마지막으로.
박민준은 자신의 아들들을 불렀다.
므나쎄에게 (34세)
"므나쎄야, 내 아들."
"예, 아버지."
"너는 열매 많은 나무."
"샘 가에 심긴."
"판교가 네 샘이다."
"거기서 자라 담장 너머로 뻗어 나가리라."



"해외로, 전국으로."
"선우건설이 네 손에서 10배 성장하리라."
박민준이 계속했다.
"궁수들이 너를 어지럽힐 것이다."
"경쟁자들이, 비판자들이."
"하지만 네 활은 든든히 버티리라."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너와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야곱의 하느님."
"이스라엘의 목자이신 분."
"그분께서 너를 도우시리라."
"위에 있는 하늘의 복."
"땅속에 놓여 있는 심연의 복."
"사업의 복, 가정의 복."
"모든 복이 네 머리로 내리리라."
므나쎄가 울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에프라임에게 (32세)
"에프라임아."
"예, 아버지."
"너는 약탈하는 이리."
"아니, 나쁜 의미가 아니다."
"너는 영적 전쟁을 하는 자."
"아침에는 기도로 악을 물리치고."
"저녁에는 말씀으로 승리를 나누리라."
"너는 평창을 지킬 것이다."
"우리 가문의 영적 유산을."
"그리고 거기서 다음 세대를 가르치리라."
"6대, 7대, 8대..."
"영원히."
에프라임도 눈물을 흘렸다.


"네, 아버지. 명심하겠습니다."

박민준이 모든 축복을 마치고.
온 가족을 바라봤다.


"이들이 모두 선우 가문의 후손들이다."
"각자에게 알맞은 복을 빌었다."
"기억하라."
"너희는 하나의 가문이지만."
"각자 다른 사명이 있다."
"어떤 이는 리더."
"어떤 이는 지지자."
"어떤 이는 일꾼."
"어떤 이는 기도자."
"모두 중요하다."
"모두 필요하다."
박민준이 마지막 분부를 했다.



"나는 이제 선조들 곁으로 간다."
"나를 평창 새벽터에 묻어라."
"증조할아버지 민준 곁에."
"할아버지 태준 곁에."
"조카 지안 곁에."
"그곳이 우리의 영원한 집이다."
박민준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평창 새벽터, 막펠라 같은 곳."
"우리가 대대로 묻히는 곳."
"증조할아버지께서 그곳을 사셨다."
"하느님을 만나신 곳."
"나도 소연을 그곳에 묻었다."
"5년 전에."
"이제 나도 그곳에 갈 것이다."
가족들이 울었다.
"증조부님..."
"할아버지..."
"아버지..."
박민준이 손을 들었다.


"울지 마라."
"나는 평생을 잘 살았다."
"81년."
"충분하다."
"이제 쉴 시간이다."
박민준은 침상에 다시 누웠다.


다리를 펴고.
편안한 자세로.
"모두 가거라."
"므나쎄와 에프라임만 남아라."
가족들이 하나씩 나갔다.
두 아들만 남았다.
박민준이 두 아들의 손을 잡았다.


"아이들아."
"예, 아버지."
"평창을 잊지 마라."
"판교에서 살되."
"평창을 기억하라."
"거기가 우리의 뿌리다."
"네, 아버지."
박민준이 미소 지었다.
"고맙다."
"너희가 있어서."
"이제... 편히... 가마..."
그리고 숨을 거두었다.


평화롭게.
므나쎄와 에프라임은 아버지 손을 잡고 울었다.
선조들 곁으로 간 아버지.


에필로그
3일 후.
장례식.
온 가족과 온 나라가 모였다.
대통령도 왔다.



"박민준 부회장은 이 나라를 구한 분입니다."
"14년을 준비하고."
"7조를 쌓고."
"수십만 명을 살렸습니다."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장례 행렬은 판교에서 평창으로 향했다.


50명의 가족.
수백 명의 조문객.
평창 새벽터.
선우민준, 태준, 소연 곁에.
박민준이 묻혔다.



묘비:
"박민준
2075-2156
81세의 삶
증조부의 비전을 이은 자.
14년을 준비한 자.
나라를 섬긴 자.
두 아들에게 축복을 준 자.
마지막 말:
'평창을 잊지 마라.


거기가 우리의 뿌리다.'
선조들 곁에서 영원히."
장례 후.
므나쎄와 에프라임은 새 비석을 세웠다.



"마지막 축복"
거기에는:
"50명에게 준 축복
2156
아버지는 마지막 날.
온 가족을 불렀다.
50명.
한 명 한 명에게
축복을 주었다.


어떤 이에게는 격려를.
어떤 이에게는 경고를.
어떤 이에게는 소명을.
각자에게 알맞은 복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평창을 잊지 마라.'
판교는 우리가 사는 곳.
평창은 우리가 쉬는 곳.
판교는 현재.
평창은 영원.
둘 다 기억하라.
살 때는 판교에서.
쉴 때는 평창에서.
이것이 선우 가문의 길이다.


므나쎄와 에프라임
2156년
아버지를 추모하며"
그날 밤.
므나쎄와 에프라임은 아버지 묘 앞에서 기도했다.
"아버지, 약속합니다."
"평창을 잊지 않겠습니다."



"판교에서 열심히 살되."
"평창을 기억하겠습니다."
"우리의 뿌리를."
"우리의 근원을."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여기로 오겠습니다."


"아버지 곁으로."
"선조들 곁으로."
바람이 불었다.
아버지의 응답처럼.
별이 쏟아졌다.
하늘의 축복처럼.
새 시대가 열렸다.


5대의 시대.
므나쎄와 에프라임의 시대.
그리고 50명 후손들의 시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사명으로.
하느님을 섬기며.


박민준 추모 - 1년 후
2157년 4월.
1주기 추모식.
평창 새벽터.
온 가족이 모였다.



에프라임이 추도사를 읽었다.
"아버지께서 가신 지 1년."
"우리는 아버지 말씀대로 살고 있습니다."
"형 므나쎄는 판교에서 선우건설을 이끕니다."
"저는 평창에서 재단을 이끕니다."
"50명의 후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아버지께서 주신 축복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에프라임이 계속했다.



"아버지는 81년을 사셨습니다."
"14년을 준비하셨습니다."
"7조를 쌓으셨습니다."
"나라를 섬기셨습니다."
"가족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축복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편히 쉬소서."
50명이 함께 절했다.



아버지에게.
증조부에게.
그리고 선조들에게.
평창 새벽터는 조용했다.
거룩했다.
영원했다.
선우 가문 5대가.
그곳에서 다시 시작했다.

월, 화, 수,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