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16)

낯선 기척

by 이 범

"낯선 기척"

“소연 님, 또 오셨네요.”
그는 낭독의 밤 이후 세 번째 방문이었다.
조용한 말투, 깊은 눈빛,
그리고 그녀의 글에 대해 놀라울 만큼 섬세한 감상을 남기는 사람이었다.

소연은 창가에 앉아
그의 말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웃었다.
“제 글을 그렇게 깊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그런 피드백은 처음이라 조금 낯설어요.”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말은 없었지만,
그의 눈빛엔 조용한 긴장감이 스며 있었다.

그날, 책방은 평소보다 조용했고
소연은 노트에 문장을 적었다.

> “낯선 기척이 익숙한 공간에 스며들면,
> 마음은 조용히 흔들린다.”

저녁이 되어 손님이 모두 돌아간 뒤,
준혁은 창가에 앉은 소연에게 말했다.
“그 사람…
당신 글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도 느껴져요.
하지만…
그 감정이 글을 향한 건지,
저를 향한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그 어떤 기척이 스며들어도
우리가 지켜온 이 자리만큼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낯선 기척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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