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한류스타의거리,

화려함 뒤의 그림자

by seungbum lee

강남의 가장 화려한 골목으로


"청담동 가본 적 있어?"
9월의 어느 주말, 준우가 물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궁금해졌다고 했다.
"청담동? 명품 거리?"
민수가 대답했다.


"응. 근데 거기 한류스타의거리라고 있대. K-pop 스타들 손도장이 있는."
"아, 거기!"
서연이가 반응했다.



"친구들이 거기 자주 가. 인증샷 찍으러."
지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갈 만한 곳이야? 너무 화려하지 않아?"
"그래서 가보고 싶어."
민수가 노트북을 열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간 곳들은 다 낡고 오래된 곳이었잖아. 을지로, 해방촌, 창신동... 이번엔 정반대로 가장 화려한 곳을 가보는 거야."
"대조적이긴 하네."
"궁금해. 화려한 골목은 어떨지."
서연이가 찬성했다.
"나도 가보고 싶어. 우리 세대 문화니까. K-pop은."
"그래. 가자."
다음 주 토요일, 네 식구는 지하철 7호선을 탔다.



"압구정로데오역."
"청담동이 압구정이랑 붙어있지?"
"응. 사실상 같은 동네."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내렸다. 3번 출구로 나왔다.
"여기부터가 한류스타의거리래."
출구를 나서자마자 분위기가 확 달랐다.
"와..."
깔끔한 보도, 세련된 건물들, 명품 매장들.
"완전 다른 세상이다."

반짝이는 거리의 표면
한류스타의거리 입구에 안내판이 있었다.
"K-Star Road. 한류스타의 손도장과 발도장이 있는 거리입니다."
"어디 있어?"
"저기!"
보도 중간중간에 형형색색의 조형물들이 서 있었다.



"저게 뭐야?"
"강남돌이래. 각 K-pop 그룹을 상징하는 캐릭터 조형물."
가까이 가서 봤다. 곰 모양의 조형물에 BTS라고 써 있었다.
"BTS 거다!"
준우가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었다.
"옆에 손도장도 있네."
보도블록에 BTS 멤버들의 손도장이 새겨져 있었다.
"우와, 진짜 손도장이다!"
거리를 따라 걸으며 다른 조형물들도 봤다.


블랙핑크, EXO, 트와이스, 세븐틴...
"다 아는 그룹들이네."
"K-pop 팬들한테는 성지겠다."
실제로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10대, 20대. 조형물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사진 찍는 사람 진짜 많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저기 일본 사람들 같아."
"중국어도 들려."
"K-pop이 정말 인기구나."
거리 양쪽으로는 고급 상점들이 이어졌다.


명품 브랜드 매장, 고급 카페, 레스토랑.
"여기 물가 장난 아니겠다."
한 카페 앞을 지나가다 메뉴판을 봤다.
"아메리카노 9천 원?"
"비싸다..."
하지만 카페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많네."
거리 끝까지 걸었다. 15분 정도 걸렸다.
"짧네."
"응. 500미터 정도?"
"근처 더 둘러볼까?"
청담동 거리를 걸었다. 한류스타의거리를 벗어나니 더 조용했지만, 여전히 고급스러웠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다 부자겠지?"
한 건물 앞을 지나가는데 고급 외제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저 차 얼마야?"
"몇 억은 할걸."

화려함 뒤편의 이야기
청담동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큰길을 벗어나니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여기는 좀 다르네."
여전히 깔끔하지만, 조금 더 생활감이 느껴졌다.


작은 식당들, 동네 슈퍼, 세탁소.
"여기도 사람들이 사는구나."
한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청담국수'.
"여기요, 칼국수 네 개요."
"네."
주인은 60대 할머니였다.


"여기서 오래 하셨어요?"
"30년 됐어."
"30년이면... 청담동이 지금처럼 화려해지기 전부터시네요."
"그렇지. 옛날엔 여기 그냥 동네였어."
"언제부터 바뀌었어요?"
"1990년대부터. 갤러리아 백화점 들어오고, 명품 가게들 생기고. 그러면서 완전히 바뀌었지."


"장사는 잘 되세요?"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예전만 못해.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데, 손님은 줄어들고."
"왜요?"
"비싼 카페, 레스토랑들이 생기니까. 우리 같은 작은 식당은 밀려나는 거지."
"그래도 계속 하시네요."
"어디 가겠어. 30년 했는데. 여기가 내 자리야."
칼국수를 먹으며 생각했다.


화려한 거리 뒤편에도 사람들이 산다. 30년 식당을 지키는 할머니처럼.
식당을 나와 다시 한류스타의거리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다른 눈으로 봤다.
조형물 앞에서 사진 찍는 젊은이들.
명품 매장에서 쇼핑하는 사람들.
고급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들.


"화려하긴 한데..."
"뭐?"
"뭔가 공허한 느낌도 들어."
서연이가 말했다.
"무슨 뜻이야?"
"을지로나 해방촌에는 사람들의 삶이 있었잖아. 진짜 이야기가. 근데 여기는..."
"표면만 화려한?"
"응. 뭔가 그런 느낌."
준우가 끼어들었다.


"근데 K-pop 팬들한테는 의미 있잖아. 좋아하는 스타 손도장 보고."
"그건 맞아. 다만 깊이가..."
대화를 나누다 작은 공원을 발견했다.
"저기 앉자."
벤치에 앉아 거리를 바라봤다.


"여기도 기록할 가치가 있을까?"
민수가 조용히 물었다.
"당연하지. 이것도 2020년대 서울이야. 화려한 소비 문화, K-pop 열풍. 다 우리 시대 이야기야."
"그렇긴 한데... 다른 곳들이랑 느낌이 너무 달라."
"그게 오히려 대조가 될 수 있어. 창신동 절벽골목과 청담동 한류스타의거리. 같은 서울, 다른 세계."


모든 골목에는 이야기가 있다
저녁이 되어 한류스타의거리를 다시 한 번 걸었다.
해가 지자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강남돌 조형물들에 불이 들어왔다.
"밤에 보니까 더 화려하네."
"반짝반짝."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 주말 저녁이라 데이트하는 커플들, 친구들끼리 온 젊은이들.


"활기차긴 하다."
한 조형물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Can you take a photo?"
"Sure."
사진을 찍어주고 대화를 나눴다.


"Where are you from?"
"Thailand. We love K-pop!"
"BTS?"
"Yes! And Blackpink!"
외국인들은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이게 한류구나."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모두 조용했다.
"피곤해?"
"아니. 그냥 생각 중."
"무슨 생각?"
"청담동. 그리고 우리가 다녔던 다른 골목들."
집에 도착해서 민수는 한참을 고민했다.


"글을 쓸까, 말까."
"왜?"
"청담동은... 우리가 다녔던 다른 곳들이랑 너무 달라. 역사도 없고, 깊이도 없고."
서연이가 말했다.


"그래도 써야 해. 이것도 서울이니까."
"어떻게 써야 할까?"
"있는 그대로. 화려하지만 공허한. 새롭지만 얕은."
민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청담 한류스타의거리, 화려함 뒤의 그림자'.


"청담동 한류스타의거리는 화려하다. K-pop 스타들의 손도장, 강남돌 조형물, 명품 매장, 고급 카페. 모든 것이 반짝인다."
"하지만 깊이는 없다. 500미터 거리에 15분이면 다 본다. 사진 찍고, SNS에 올리고, 끝."


"뒷골목에서 30년 식당을 하는 할머니가 말했다.

'옛날엔 여기 그냥 동네였어. 지금은 너무 바뀌었어.'"
"이것이 청담동의 진실이다. 화려한 표면 아래, 밀려나는 사람들이 있다. 오르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작은 가게들이 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있다. K-pop의 영향력. 태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환한 미소. '한류'는 실재한다."
"청담동은 모순이다. 화려하지만 공허하고, 새롭지만 얕고, 성공적이지만 배타적이다."



"그래도 기록한다. 이것도 2020년대 서울이니까. 창신동 절벽골목과 같은 도시에 청담동 한류스타의거리가 있다. 그것이 서울이다."
글을 다 쓰고 블로그에 올렸다.
이번엔 반응이 갈렸다.


"공감해요. 청담동은 예쁘지만 공허해요."
"너무 부정적이신 것 같아요. K-pop 문화도 존중받아야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비판적이긴 하지만 필요한 시각인 것 같아요."
서연이도 글을 썼다.


제목은 '청담동, 우리 세대의 모순'.
"청담동은 우리 세대의 상징이다. K-pop, 명품, SNS 인증샷. 모든 것이 우리 세대다."
"하지만 나는 불편하다. 9천 원 커피, 몇 억짜리 차, 밀려나는 작은 가게들. 이것도 우리 세대다."
"친구들은 청담동을 좋아한다. '예쁘다', '힙하다', '인스타 감성'. 나도 이해한다. 화려한 것은 매력적이니까."


"하지만 궁금하다. 30년 후, 청담동은 어떤 모습일까? 더 화려해질까? 아니면 텅 빌까?"
"창신동 절벽골목에는 50년을 산 할머니가 있다.

청담동 뒷골목에는 30년을 버틴 식당 할머니가 있다."
"나는 어느 쪽을 택할까? 화려함인가, 깊이인가?"
두 글은 대조를 이루며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한 달 후, 한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서울의 양극화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입니다. 창신동과 청담동을 대조하는 에피소드에 출연해주실 수 있나요?"
민수와 서연이는 함께 출연했다.
"같은 서울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PD가 물었다.


"경제적 양극화죠. 한쪽은 60년 달동네, 한쪽은 명품 거리."
"하지만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서연이가 말했다.
"창신동은 우리에게 뿌리를 기억하게 하고, 청담동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여줘요."
"좋은 관점이네요."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후, 많은 반응이 있었다.


특히 서연이의 말 - "둘 다 필요하다" - 가 화제가 됐다.
"젊은 세대의 균형 잡힌 시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청담동은 계속 변한다. 더 화려해지고, 더 비싸지고.
하지만 뒷골목의 30년 식당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버티며.
민수와 서연이의 아카이빙은 이제 서울의 모든 면을 담는다.


낡은 것도, 화려한 것도. 깊은 것도, 얕은 것도.
청담동처럼, 반짝이지만 질문을 던지며.
모든 골목에는 이야기가 있다.
화려한 골목에도, 그 뒤의 그림자에도.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