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 바치는 소설
주인공 : 김도아(金道兒) — 1985년생, 전북 전주 출신 장애인 인권활동가·사회복지사
배경 : 1985년 전주 ~ 2024년 서울·제네바
주제 : 존엄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오는 것이다. 국가는 그것을 확인하고 지킬 의무가 있다
도아야, 너는 소중해
1992년 봄, 전북 전주시 완산구.
김도아는 일곱 살이었다. 뇌성마비. 왼쪽 팔과 다리가 오른쪽보다 자유롭지 않았다. 걸음이 느렸고, 글씨가 삐뚤었고, 발음이 부정확했다. 그러나 눈빛은 또렷했다. 무언가를 이해하는 눈빛, 무언가를 원하는 눈빛.
어머니 박미영은 도아를 일반 초등학교에 보냈다.
특수학교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담임 선생님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머니, 도아가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어요."
어머니는 말했다.
"선생님, 제 아이가 수업을 못 따라가면 그건 아이 문제가 아니라 수업 방식의 문제 아닐까요?"
담임 선생님은 그 말에 잠시 멈추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아의 학교생활은 쉽지 않았다. 계단이 많았다.
화장실 문이 무거웠다. 급식판을 들고 이동하는 것이 어려웠다. 아이들이 가끔 놀렸다. "절름발이" 라는 말이 들려올 때 도아는 멈추었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이상한 애야?"
어머니는 도아를 안았다.
"아니야. 너는 특별한 애야. 다른 방식으로 걷고, 다른 방식으로 쓰고,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거야. 그게 이상한 게 아니야. 그게 도아야."
"근데 왜 애들이 놀려요?"
"모르는 거야. 다름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그건 네 문제가 아니라 그 애들이 아직 배우지 못한 거야."
도아는 그 말을 잠자리에서 오래 생각했다. 다름이 이상한 게 아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말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왜 자꾸 다름을 이상한 것으로 만드는가.
3학년 때 도덕 시간에 선생님이 말했다.
"여러분, 모든 사람은 소중해요.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보다 더 소중하거나 덜 소중하지 않아요."
도아는 그 말을 들으며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그러면 저도 소중해요?"
교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선생님이 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도아야, 너는 누구보다 소중해."
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으로 생각했다. 소중하다는 말은 쉽다. 그런데 왜 세상은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가. 계단이 있는 곳, 좁은 문이 있는 곳, 놀리는 아이들이 있는 곳. 그 모든 곳에서 도아는 소중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중학교 사회 시간에 헌법을 배웠다. 선생님이 제10조를 읽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도아는 그 문장을 공책에 받아 썼다. 왼손으로, 삐뚤게. 그러나 힘을 주어.
불가침. 그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불가침이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계단은 도아의 불가침한 권리를 침범하는 것이 아닌가. 그 좁은 화장실 문도. 그 놀리는 말도.
도아는 공책 여백에 썼다.
존엄은 말이 아니다. 계단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도아의 첫 번째 인권 선언이었다.
존엄을 요구하는 일
2008년 봄, 서울 광화문.
김도아는 스물세 살이었다. 전북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의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이 아직 많았다. 버스는 저상버스가 일부만 운행되었다. 도아는 매일 이동하면서 싸웠다. 갈 수 있는 길과 갈 수 없는 길 사이에서.
그 해 봄, 단체에서 지하철 리프트 추락 사고가 있었다. 장애인 활동가가 지하철역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중상을 입었다. 도아는 그 소식을 듣고 사무실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못 했다.
그것은 사고가 아니었다. 구조였다. 엘리베이터를 만들지 않고 리프트를 만들고, 리프트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구조. 그 구조가 사람을 다치게 했다.
단체에서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의무화 촉구 시위를 기획했다. 도아는 선두에 섰다. 광화문. 휠체어를 탄 수십 명의 활동가들이 거리에 나왔다.
경찰이 막았다.
"여기 불법 집회입니다. 해산하십시오."
도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발음이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또렷했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집니다. 저는 지하철을 타고 싶습니다. 그게 제 행복 추구권입니다. 국가는 그것을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거리가 잠시 조용해졌다.
어떤 시민이 박수를 쳤다. 처음에는 한 명, 다음에는 여러 명.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경찰이 물러났다. 시위는 계속되었다.
그 날 밤, 뉴스에 도아의 모습이 나왔다.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도아야, TV에 나왔더라."
"봤어요?"
"응. 무섭지 않았어?"
도아는 잠시 생각했다.
"엄마, 저 더 이상 무섭지 않아요. 어릴 때 무서웠던 게 뭔지 알아요? 내가 이상한 줄 알았을 때요. 근데 이제 알아요.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거. 계단이 이상한 거예요."
어머니가 울었다. 전화 너머로 소리 없이.
"도아야."
"엄마."
"잘 살고 있네."
그 말에 도아도 울었다. 전동 휠체어 위에서, 혼자, 조용히.
그 해 이후 도아는 싸움을 계속했다.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 노동권, 장애인 교육권. 하나하나가 헌법 제10조의 이야기였다.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했다. 장애가 있든 없든.
2013년, 장애인 차별금지법 개정 운동. 도아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하루가 아니었다.
100일이었다. 비가 오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전동 휠체어가 눈에 뒤덮인 날도.
어느 날 국회의원 보좌관이 나왔다.
"송 활동가, 안으로 들어오세요. 의원님이 이야기 들으신대요."
도아는 처음 이름을 불린 것 같았다. 활동가. 그 이름이 좋았다. 장애인이 아니라, 활동가.
국회의원 면담. 도아는 준비해온 자료를 펼쳤다. 통계. 사례. 법안. 발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내용은 완벽했다.
의원이 말했다.
"도아 씨, 법 개정이 쉽지 않아요."
"알아요. 쉬웠으면 100일 동안 거리에 있지 않았겠죠."
의원이 웃었다.
"설득력 있네요."
법이 개정되었다. 완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걸음이었다.
존엄이 무너지는 순간
2018년 겨울, 서울 강서구.
도아는 서른세 살이었다. 그 해 겨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 공청회가 열렸다. 장애아동들이 가까운 곳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학교를 짓겠다는 계획. 그런데 지역 주민들이 반대했다. 집값 하락을 우려한다는 이유였다.
공청회장.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다. 장애아동 부모들이 주민들 앞에서,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내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도아는 그 장면을 뉴스로 보았다. 전동 휠체어 위에서. 화면 속 어머니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눈물을 흘렸다. 손을 모았다.
도아는 화면을 끄지 못했다. 한참 바라보다 전동 휠체어 손잡이를 꽉 쥐었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지금 저 어머니들은 자신의 아이가 존엄한 존재임을 인정받기 위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것은 존엄이 아니었다. 존엄의 반대였다.
도아는 단체에 연락했다.
"강서구 공청회에 가야 해요."
현장에 갔다. 공청회장 밖에서 지지 시위를 했다. 도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뇌성마비 장애인입니다. 어릴 때 일반 학교에 다녔어요. 쉽지 않았어요. 계단도 많고, 화장실도 좁고, 놀리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그 학교에 다닐 권리가 있었습니다. 저 안에 있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이 왜 허락을 받아야 합니까. 그것은 권리입니다. 불가침의 권리입니다."
그 날 밤, 도아는 혼자 사무실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
존엄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헌법에 씌어 있는데. 불가침이라고 씌어 있는데. 그런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존엄을 침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반대하면서, 자신이 누군가의 존엄을 밟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도아는 공책을 꺼냈다. 어릴 때부터 써온 공책. 첫 장에 중학교 때 쓴 글씨가 있었다. 존엄은 말이 아니다. 계단이 없는 것이다.
그 아래 새로 썼다.
존엄은 인정이 아니다. 무릎 꿇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썼다.
존엄을 위해 싸우는 것 자체가 이미 존엄이다.
도아는 공책을 덮었다. 내일도 싸워야 했다. 모레도. 그 다음 날도. 존엄이 당연한 것이 될 때까지.
강서구 특수학교는 결국 설립되었다. 2019년 착공, 2022년 개교. 도아는 개교식에 가지 않았다. 갈 수 있었지만 가지 않았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어야 했기 때문에. 축하받아야 할 일이 아니라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할 일이었기 때문에.
대신 그 날 혼자 전동 휠체어를 타고 학교 근처를 한 바퀴 돌았다. 학교 건물이 보였다. 아이들이 뛰어다닐 공간. 장애아동들이 공부할 교실.
도아는 멈추어 그 건물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는 처음부터 있었어야 했어.
쓸쓸했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었다. 당연한 것을 위해 싸워야 하는 현실. 그리고 그 싸움이 의미 없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하나씩 당연해지고 있었다.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존엄은 원래부터 있었다
2024년 봄,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
김도아는 서른아홉 살이었다. 한국 장애인 인권 대표단의 일원으로 제네바에 왔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상황 심의. 대한민국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한 국제 심의.
회의장에 들어서며 도아는 전동 휠체어를 천천히 몰았다. 세계 각국의 대표단이 앉아 있었다. 다양한 피부색, 다양한 언어,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 도아는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여기서는 내 휠체어가 이상하지 않다.
회의장은 완전히 접근 가능했다. 바닥이 평평했다. 발언대에 경사로가 있었다. 수어 통역사가 있었다. 문자 통역 화면이 있었다. 이 공간은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었다.
도아는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이것이 정상이다. 이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 당연한 것이 세계 어디서나 당연하지 않은가.
심의가 시작되었다. 한국 정부 대표단이 장애인 정책 이행 현황을 발표했다. 유엔 위원들이 질문했다. 도아는 시민사회 대표로 발언 기회를 얻었다.
마이크 앞에 섰다. 발음이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의장에는 다양한 발음의 다양한 언어가 오가고 있었다. 완벽한 발음은 이곳에서도 기준이 아니었다.
도아가 말했다.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뇌성마비 장애인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말합니다.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그러나 문장과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습니다."
"저는 오늘 한국 정부를 비판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 지난 20년 동안 발전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회의장이 한국의 일상이 되길 원합니다. 접근 가능한 공간, 동등한 발언 기회, 존엄이 전제된 대화. 그것이 헌법이 말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존엄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존엄한 존재입니다. 국가는 그것을 확인하고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 순서를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회의장이 잠시 조용해졌다가 박수가 나왔다.
심의 후 휴식 시간에 도아는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제네바의 봄 하늘이 보였다. 유엔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어머니였다.
"도아야, 어때?"
"좋아요, 엄마."
"제네바가 어때?"
"여기는요, 엄마. 제 휠체어가 이상하지 않아요."
어머니가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원래 이상하지 않았어."
"알아요. 그런데 세상이 그걸 아는 데 오래 걸렸잖아요."
"그래. 그런데 도아야, 세상이 알아가고 있잖아."
도아는 제네바 하늘을 바라보았다. 봄빛이 가득했다.
"엄마, 저 어릴 때 엄마가 한 말 기억해요? 다름이 이상한 게 아니라고."
"그랬지."
"그 말이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어요."
전화를 끊고 도아는 다시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아직 할 말이 더 있었다. 싸울 것이 더 있었다.
그러나 오늘, 이 순간, 도아는 알았다.
존엄은 원래부터 있었다. 자신 안에. 그리고 모든 사람 안에. 국가가 확인하고 보장해야 하는 그것은, 이미 거기 있었다. 처음부터.
존엄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오는 것이다. 국가는 그것을 확인하고 지킬 의무가 있다. 그 의무가 완전히 이행되는 날까지, 도아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에필로그
2024년 가을, 전주.
도아는 제네바에서 돌아와 어머니를 만났다. 전주의 가을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단풍이 물들고, 하늘이 높았다.
어머니와 함께 오래된 한옥 거리를 걸었다. 도아의 전동 휠체어가 잘 닦인 돌길 위를 달렸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길이 없었다. 누군가 요구했고, 누군가 만들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도아야, 이 길 생긴 거 알아?"
"알아요. 우리가 만든 거잖아요."
어머니가 웃었다.
한옥 카페에 들어갔다. 입구에 경사로가 있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도아는 자리에 앉으며 메뉴를 펼쳤다. 점자 메뉴판도 있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아는 그것을 보며 미소 지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한 것도 있다.
그것이 존엄이었다. 자신의 존엄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존엄.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헌법 제10조가 말하는 것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머니와 이야기했다. 도아의 다음 계획.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 확대 운동.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체계 구축. 할 일이 많았다.
어머니가 말했다.
"도아야, 지치지 않아?"
"지칠 때 있어요. 그런데 엄마, 저 어릴 때 계단이 싫었잖아요."
"그랬지."
"근데 지금 이 카페 들어올 때 경사로 있었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계단이 사라지는 소리예요. 아주 작은 소리지만,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계속할 수 있어요."
어머니가 도아의 손을 잡았다. 도아의 손. 삐뚤게 글씨를 써왔던 손. 공책에 선언을 새겨왔던 손.
"도아야."
"엄마."
"너는 소중해."
도아는 웃었다. 눈물이 같이 나왔다.
"알아요, 엄마. 이제는 진짜로 알아요."
창밖으로 전주의 가을 하늘이 보였다. 높고 맑았다. 그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는 날이 오고 있었다.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