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야근

첫 번째 야근Chapter 1

by 이 범

첫 번째 야근Chapter 1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에 강민서는 눈을 떴다. 7시 정각. 그녀의 하루는 언제나 정확했다. 샤워, 아침식사, 출근 준비까지 모든 것이 계획된 대로 흘러갔다."오늘도 화이팅!"거울 속 자신에게 작은 미소를 보내며, 민서는 집을 나섰다.스카이라인 마케팅 32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익숙한 사무실 풍경이 펼쳐졌다. 탁 트인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 전망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민서 씨, 아침부터 에너지 넘치네요."동료 수진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당연하지. 오늘 중요한 프로젝트 공지가 있다던데?""맞아요. 뉴라이프 화장품 런칭 캠페인이래요. 엄청 큰 건데..."두 사람의 대화는 회의실로 향하는 발걸음과 함께 끊어졌다."여러분,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 회사에게 매우 중요한 기회입니다."박재혁 팀장의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민서는 무의식중에 그의 날카로운 눈매에 시선이 머물렀다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새로운 세대를 겨냥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각자 기획안을 준비해 주세요."회의가 끝나고, 민서는 자리로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머릿속에서 아이디어들이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진정성 있는 뷰티 스토리... 그래, 이거야!'다음 날 오후, 재발표 시간."강민서 대리의 '나다운 아름다움' 캠페인 컨셉을 채택하겠습니다."재혁의 말에 민서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곧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마감이 급합니다. 오늘 밤까지 세부 기획서를 완성해야 합니다. 야근 각오하세요."다른 팀원들이 하나둘 퇴근하는 가운데, 사무실엔 민서와 재혁만 남았다.밤 9시. 사무실은 고요했다."커피 한 잔 어때요?"재혁이 예상치 못하게 말을 걸어왔다. 평소와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였다."아... 네, 감사합니다."그가 건넨 따뜻한 커피 컵을 받으며, 민서는 그의 손이 자신의 손에 스치는 순간을 느꼈다. 작은 전기가 흘렀다."힘들지 않나요? 이렇게 늦게까지...""괜찮습니다. 일이 재미있어요.""그래도 몸은 돌봐야죠."창밖으로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이 보였다.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바라봤다."팀장님도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시는 거 힘드시죠?""...습관이 된 것 같아요. 집에 가도 할 일이 별로 없거든요."그의 목소리에 묻어난 외로움을 민서는 놓치지 않았다.밤 11시. 마침내 기획서가 완성됐다."정말 훌륭한 아이디어예요. 고생하셨습니다."재혁의 진심 어린 칭찬에 민서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그럼... 먼저 가시죠. 택시 잡아드릴게요.""함께 가면 안 될까요? 어차피 같은 방향이고..."택시 안,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도리어 편안했다."오늘 정말 고생하셨어요. 내일은 일찍 출근하지 마세요.""아니에요. 괜찮습니다."민서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재혁이 말했다."민서 씨.""네?""...좋은 꿈 꾸세요."집에 들어선 민서는 창가에 서서 사라져가는 택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오늘 밤은... 뭔가 달랐어.'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서 작지만 따뜻한 감정이 싹트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이건 그냥 상사의 배려일 뿐이야. 착각하지 마, 강민서.'하지만 잠들기 전까지, 그녀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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