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23)00

관료의길

by 이 범

1932년서영이 떠난 후, 산갑이는 아버지의 권유로 관료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의 현실에서 조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양반들의 최선의 선택이었다."산갑아, 이제 네가 이 고장의 미래를 위해 일해야 할 때다." 충헌이 아들에게 말했다.

"비록 일제의 통치 하에 있지만, 우리 백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산갑이는 일제강점기 관료로서 복잡한 심정을 안고 일했다. 한편으로는 백성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제에 협력하는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도련님께서 관청에서 일하신다니, 정말 출세하셨군요." 마을 사람들이 산갑이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산갑이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서영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그를 괴롭혔다.한편 정치는 점점 현실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일제강점 이후 전통적인 신분제는 표면적으로는 무너졌지만, 여전히 출신 성분에 따른 차별은 계속되었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계급이 생겨나기 시작했다."일본놈들이 와서 양반도 상놈도 다 일본인 밑에 있다고 하지만," 정치가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말했다.


"여전히 우리 같은 놈들은 밑바닥이야."정치는 이제 스물이 넘었지만 여전히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일제강점 후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졌고, 오히려 생활은 더욱 팍팍해졌다."도련님은 관청에서 일하고, 우리는 여전히 이런 일이나 하고..." 정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느 날, 정치는 우연히 산갑이가 일본인 관리들과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때 친구였던 산갑이가 이제는 일제의 관료가 되어 일본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에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역시... 양반은 양반이구나. 어떤 세상이 되어도..." 정치가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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