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27)0

산감이라는 한직

by 이 범

1915년 이런 상황에서 산갑이에게 일제에서 산감(山監)이라는 한직이 제안되었다. 산림을 관리하는 하급 관리직이었지만, 집안의 경제 사정을 생각하면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었다."산갑아, 그 자리는 받지 마라." 충헌이 단호하게 말했다. "일본 놈들의 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버지, 지금 우리 집안 형편으로는..." 순갑이가 고민에 빠졌다."형편이 어려우면 어떻고, 굶어 죽으면 어떠냐. 절개를 잃고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충헌이 격분했다. 지영은 이런 부자의 갈등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남편의 절개도 이해하지만, 아들의 현실적 고민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영감님, " 지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산갑이도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이 어려운 시절에...""부인까지 그런 말을 하시오?" 충헌이 실망스러워했다. 지영은 밤늦게 산갑이를 불러 이야기했다."산갑아, 너무 자책하지 마라.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어머니는 이해한다.""어머니...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이 혼란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단다. 네가 그 자리에 있으면서 우리 백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결국 산갑이는 산감직을 수락했다. 충헌은 며칠간 아들과 말을 하지 않았고, 집안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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