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으로 가는길
새벽 안개가 자욱한 시골길을 걸어가던 산돌이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멀리서 두 사람이 자신과 같은 속도로 걸어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산돌이가 걸음을 늦추자 그들도 똑같이 속도를 줄였다.'이상하다...'산돌이는 가슴에 품은 서찰을 만지며 긴장했다.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면서 그는 일부러 돌멩이를 발로 차며 큰 소리를 냈다.
뒤에서 따라오던 발소리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들렸다.'역시 미행이다.'산돌이는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좌우로는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고, 앞으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어? 저놈이!"뒤에서 급한 소리가 들렸다. 이제 확실해졌다.산돌이는 개울을 건너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나뭇가지들이 얼굴을 할퀴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뒤에서 두 명의 추격자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쫓아왔다."이쪽으로 갔다!""놓치면 안 된다!"산돌이는 어릴 때부터 이 산을 뛰어다니며 자란 덕분에 지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큰 바위 뒤로 몸을 숨기고 숨을 죽였다. 추격자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어디로 갔지?""분명 이쪽으로 왔는데..."두 사람이 바위 앞을 지나갔다. 산돌이는 조용히 반대편으로 돌아 나왔다. 그리고는 발소리를 죽이며 큰 소나무 뒤에 숨어있던 돌멩이를 집어 반대편 덤불 쪽으로 던졌다.바스락-"저기다!"추격자들이 소리 난 쪽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 산돌이는 반대 방향으로 조용히 움직여 산 아래로 내려갔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 그는 작은 암자 뒤편에 몸을 숨기고 뒤를 살폈다.추격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산돌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에 품은 서찰이 무사한지 확인했다.'누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일까?'그는 더욱 조심스럽게 고창으로 향하는 길을 재촉했다. 이제 정혁진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