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40)

명덕서당

by seungbum lee

미행을 따돌린 산돌이는 샛길로 돌아 고창 시내에 도착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고, 장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는 일부러 장터를 한 바퀴 돌며 혹시 또 다른 미행이 있는지 살폈다.이산갑이 말한 서당은 고창읍내 뒷골목에 있는 작은 한옥이었다.

'명덕서당'이라는 낡은 현판이 걸려 있었다. 산돌이는 서당 앞을 몇 번 지나다니며 주변을 관찰했다. 별다른 이상이 없자 조심스럽게 대문을 두드렸다."누구십니까?"안에서 나이 든 선생의 목소리가 들렸다."안녕하십니까. 이산갑 어르신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잠시 후 대문이 열렸다. 백발의 노인이 산돌이를 위아래로 살폈다."들어오게."서당 안은 조용했다. 몇 명의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었지만, 선생은 산돌이를 안쪽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정혁진 어른을 찾아왔습니다.""정 선생은 점심때쯤 오신다고 하셨네. 잠시 기다리게."한 시간쯤 지났을까. 대문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서른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단정한 양복 차림에 안경을 쓴 모습이 여느 지식인과 다름없었다."어르신, 손님이 오셨습니다.""아, 그렇습니까?"정혁진은 산돌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의 눈빛이 예리하게 산돌이를 살폈다."이산갑 어르신의 심부름으로 왔다고 하던데...""예, 그렇습니다."산돌이는 가슴에서 서찰을 꺼내려다 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걱정 마세요. 여기는 안전합니다."정혁진이 문을 닫고 돌아서자, 산돌이는 조심스럽게 서찰을 꺼내 내밀었다."이산갑 어르신께서 꼭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정혁진은 서찰을 받아들고 봉인을 자세히 살폈다. 이산갑의 것이 맞다는 걸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뜯어보았다.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이런... 벌써 이 정도까지 진행되었단 말인가..."그는 편지를 다 읽고 난 후 바로 태워버렸다.



"산돌이라고 했지?""예.""돌아가거든 이산갑 어르신께 이렇게 전해드려라. '계획대로 진행하되, 더욱 조심하라'고 말이다. 그리고..."정혁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일본 경찰들이 한도회를 의심하고 있다. 특히 전주 쪽 조직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라고 전해드려라.""알겠습니다.""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식의 연락은 위험하다. 다음에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 같다."정혁진은 산돌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오늘 오는 길에 미행당하지는 않았나?"산돌이가 놀란 표정을 짓자 정혁진이 작게 웃었다."역시 그랬군. 조심해서 돌아가게. 그리고 이 일은 절대 입 밖에 내지 말고.""걱정 마십시오."산돌이는 깊이 절을 올리고 서당을 나섰다. 정혁진은 창가에서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우려가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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