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41)

주변정리

by 이 범

산돌이가 돌아온 것은 해가 지고 난 후였다. 이산갑은 사랑방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다가 산돌이의 발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다."산돌아, 고생했다. 어서 들어와라.""어르신, 정혁진 어른의 말씀을 전해드리겠습니다."산돌이는 무릎을 꿇고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자세히 보고했다.


미행당한 일부터 정혁진과의 만남, 그리고 그가 전한 경고의 말까지 빠짐없이 전했다.이산갑은 말없이 듣고 있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구나... 벌써 우리를 의심하고 있다는 말이냐."촛불이 흔들리며 그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산갑은 잠시 침묵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르신,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산돌이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이산갑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흔들림 없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산돌아, 내가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했는지 아느냐?""잘 모르겠습니다.""을사늑약이 맺어진 그 해부터다. 벌써 십오 년이 넘었다."이산갑은 천천히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달빛이 마당을 하얗게 비추고 있었다."그동안 얼마나 많은 동지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감옥에 갇혔는지...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과 함께 불굴의 의지가 배어 있었다."왜놈들이 우리를 의심한다고? 좋다. 이미 각오한 일이다."이산갑은 돌아서서 산돌이를 바라보았다.

"산돌아, 내일부터 집안의 하인들을 모두 고향으로 돌려보내라. 그리고 중요한 서류들은 모두 태워버려라.""어르신...""걱정하지 마라. 나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이산갑은 책상 서랍에서 몇 장의 편지를 꺼냈다."이것들을 각각 전주와 익산의 동지들에게 전해라. 당분간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몸을 사리라고 전하거라.""그럼 한도회는...""한도회는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잡혀도, 우리가 죽어도 말이다."이산갑은 산돌이의 어깨를 잡았다."산돌아, 너는 아직 젊다. 혹시 일이 잘못되면 너만이라도 살아서 이 뜻을 이어가야 한다.""아닙니다, 어르신. 저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이산갑은 산돌이의 충정을 고맙게 여기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이었다."좋다. 그럼 내일부터 더욱 조심해야 한다. 언제 그놈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니까."밤은 깊어갔지만 이산갑의 마음은 오히려 평온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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