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의 취조
영광 경찰서 지하 취조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서영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며칠째 제대로 먹지 못해 핼쑥해진 얼굴에는 멍 자국들이 선명했다.
"서영 씨, 아직도 고집을 부리시겠소?"아유라 형사가 의자에 앉아 서영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냉소적인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학당 건립 자금을 횡령한 것은 이미 증거가 있소. 그리고 조선어를 가르친 것도 마찬가지고."서영은 고개를 들어 아유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횡령이라니... 우리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이 죄란 말입니까?""조선총독부의 교육 방침을 어긴 것이오. 일본어와 일본 정신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조선어를 가르쳤으니 명백한 반일 행위 아니오?"아유라가 손짓하자 순사 두 명이 다가왔다."마지막으로 묻겠소. 한도회와의 연관성을 실토하면 관대하게 처리해주겠소."서영은 입을 꾹 다물었다."좋소. 그럼 계속 해보시오."곤봉이 서영의 등과 옆구리를 내리쳤다. 하지만 그는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다만 이를 악물고 견딜 뿐이었다."조선의 글자를 가르치는 것이 무슨 죄입니까!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문자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반일이라는 겁니까!"서영이 마침내 입을 열자 아유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더 세게!"매질이 더욱 거세졌다. 서영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꺾이지 않았다."우리... 우리 말을... 우리 글자를..."서영이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기침을 하며 피를 토했다. 선홍빛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취조실 밖, 작은 창문 너머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백정치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이런... 이럴 줄 알았다면...'백정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밀고였지만, 동네에서 함께 자란 서영이 고문당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서영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유라가 약속한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린 시절 서영이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주던 모습이 떠올랐다.취조실에서는 서영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버티고 있었다.
"아직도... 우리 아이들은... 우리 글을 배워야 합니다..."서영의 떨리는 목소리가 백정치의 가슴을 후볐다. 그는 복도 끝으로 걸어가 벽에 머리를 박았다.'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백정치의 마음속에도 후회의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