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43)

서영의 석방

by 이 범

영광 경찰서 서장실. 아유라 형사가 긴장한 얼굴로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시오."정혁진이 서장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조선총독부 특파 수사관이라는 그의 지위는 지방 경찰서 형사인 아유라로서는 감히 거역할 수 없는 높은 벽이었다."아유라 형사, 앉으시오.""예, 정혁진 수사관님."아유라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학당 화재 사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소?""그것이... 현재 서영이라는 자를 용의자로 잡고 있습니다."정혁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용의자라고? 증거는 있소?""학당 건립 자금 횡령 의혹과 조선어 교육 등이...""그런 것은 화재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이오?"정혁진이 책상을 탁 치며 일어섰다.



아유라는 움츠러들었다."조선총독부에서는 이번 화재의 진범을 찾으라고 했소. 엉뚱한 사람을 잡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이오!""하지만 수사관님, 그자는 분명...""당장 석방하시오! 그리고 제대로 된 수사를 다시 시작하시오!"정혁진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권위가 담겨 있었다."알... 알겠습니다."아유라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조선총독부 특파 수사관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한 시간 후, 서영이 경찰서 정문을 통해 나왔다.


비틀거리는 걸음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굴복하지 않은 채 살아있었다.경찰서 맞은편 골목에 숨어 지켜보던 백정치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그는 서영이 사라진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어머니, 제가 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백정치는 어머니 앞에 앉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냐?""서영이 형이... 오늘 풀려났습니다.""그래?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느냐?"백정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어머니, 이산갑 어르신께 전해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경찰서에 조선총독부에서 특파 수사관이 와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서영이 형을 석방시켰다고 하더군요.""그런 중요한 일을... 알겠다. 내가 전해드리마."백정치의 어머니는 아들의 말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아차렸다. 이산갑에게는 반드시 전해져야 할 소식이었다.그날 밤, 이산갑은 백정치의 어머니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정혁진이 영광에 와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서영을 구해냈다는 소식에 이산갑의 얼굴에는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정 형... 고맙다. 하지만 이제 더욱 위험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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