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54)

상돌의 본색

by seungbum lee

김상돌은 편지를 다 읽은 백정치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의 눈에는 계산된 듯한 빛이 스쳤다.
"백정치, 한오의 편지가 자네 마음에 와 닿는 모양이군."
"예... 정말 감동적입니다."
백정치는 아직 눈물을 닦지 못한 채 대답했다.
"그런데 말이야..." 김상돌이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 "한오가 중국에서 하고 있는 일이 단순히 독립운동만이 아니라는 걸 아나?"
"무슨 말씀이신지..."
"한오는 편지에서 말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사상을 접했어. 모든 사람이 평등한 세상, 가난한 사람들이 억압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고 있지."
김상돌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일본놈들만 내쫓으면 끝나는 게 아니야. 진짜 문제는 계급이라는 거지. 양반과 상민, 부자와 가난뱅이... 이런 차별이 사라져야 진정한 해방이 오는 거야."
백정치는 김상돌의 말이 낯설면서도 어딘지 설득력 있게 들렸다.
"자네 같은 사람이야말로 이런 일에 앞장설 수 있어. 밑바닥 생활을 해봤으니까, 억울함이 뭔지 알잖아."
"하지만 저는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래서 더 좋은 거야. 후회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아닌가."
김상돌은 백정치의 손을 잡았다.
"서영이 선생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 진짜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해보지 않겠나?"
백정치는 혼란스러웠다. 김상돌의 말은 마치 자신의 죄책감을 구원해줄 길처럼 들렸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위험한 길로 이끄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일단은 마을 사람들 중에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거야. 조용히, 신중하게 말이야."
김상돌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야. 과거의 죄책감을 씻을 수 있는 기회가 말이지."


백정치는 김상돌의 말에 깊은 감동을 느끼는 듯했다.

특히 양반상놈 없이 모두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한오의 편지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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