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55)

정혁진의 수사

by 이 범

영광경찰서 뒤편의 작은 사무실에서 정혁진은 혼자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벽에는 학당 화재 사건의 관련 인물들 사진과 정보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아유라는 너무 성급하게 서영을 범인으로 몰았다.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


정혁진은 용의자 명단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첫 번째, 김상돌. 최근 마을에 나타나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 그의 아들들과 관련된 과거도 의심스러웠다.


두 번째, 백정치. 서영을 밀고한 후 극도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혹시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없애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시마다 겐죠와 그의 부하들. 일본인 폭력배들로, 조선인들을 괴롭히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학당이 일본인 아이들도 받아들인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을 수도 있다.


네 번째, 조병수. 친일파 앞잽이로 총독부의 정책에 반하는 모든 것을 없애려 한다. 학당의 한글 교육을 문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중에 누가 진짜 범인일까?'


정혁진은 각자의 알리바이와 동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한도회 회원으로서 동지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조선총독부 특파 수사관으로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의무감 사이에서 그는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서영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는 없다. 반드시 진범을 찾아내겠다.'


그는 내일부터 각 용의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심해야 했다.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어서는 안 되었으니까.


정혁진의 책상 위 촛불이 흔들리며 그림자를 드리웠다. 진실을 향한 그의 의지만은 그 어떤 바람에도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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