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294)

첮장의 온기

by 이 범

"첫 장의 온기"


“소연 님, 문집이 도착했어요.”
청년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내밀며 말했다.
“‘다시 걷는 마음’이
이제 책이 되었어요.
참가자들이 첫 장을 넘기고 싶어 하세요.”



소연은 상자를 열었다.
은은한 크림색 표지,
손으로 만졌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조용한 문장들.
책방은 그 순간
숨을 고르듯 고요해졌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소연아,
문장이 종이가 되었어.
책방이…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온기가 되었네.”

그날, 책방은 평소보다 더 따뜻했다.
참가자들은 조심스럽게 책을 펼치고
자신의 글을 다시 읽으며
그 감정을 되새겼고,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글에 조용히 손을 얹었다.

한 사람이 말했다.
“이 책을 손에 들고 나니
내 마음이 정말 기록된 것 같아요.
책방은 그런 실감을 만들어주는 곳이에요.”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 “첫 장의 온기는
> 마음이 종이 위에 피어나는 가장 조용한 완성이다.”

저녁이 되어 책방이 조용해진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책방이 이제는
사람들의 감정을 손끝으로 느끼게 하는 공간이 되었어요.
그게 참… 고마워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그 온기들이 이어져서
책방이 더 깊어지고 있어.
그리고 그 중심엔…
늘 너와 내가 있어.”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스치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클래식 기타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첫 장의 온기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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