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56)

정혁진의 수사

by 이 범

정혁진은 서류 하나를 집어 들었다. 화재 당일 밤의 목격자 진술서였다.



'화재 발생 시각, 밤 11시경. 서영은 그 시간 이산갑의 사랑채에 있었다는 증언이 여럿 있다.'

그는 붉은 펜으로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서영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혁진은 김상돌의 사진을 응시했다. 최근 그가 백정치에게 접근했다는 정보원의 보고가 있었다.

'김상돌... 겉으로는 평범한 장사꾼이지만, 아들 한오는 사회주의 사상에 물들어 중국으로 도주했다. 혹시 학당 화재가 일본 통치에 대한 반발의 표현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을까?'



다음으로 백정치의 기록을 펼쳤다.

'밀정으로 활동하다 갑자기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재 당일 그의 행적도 불분명하다. 자신이 밀고한 서영이 풀려나자 당황했을 것이다. 증거 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정혁진은 고개를 저었다. 백정치는 그럴 만한 배짱이 없어 보였다.



시마다 겐죠의 파일을 넘겼다. 여러 차례 폭행과 협박으로 조선인들을 괴롭힌 기록이 가득했다.

'시마다 일당은 학당 근처에서 자주 술을 마시며 행패를 부렸다. 서영이 일본인 아이들에게도 조선어를 가르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는 증언도 있다.'



마지막으로 조병수의 서류를 집어 들었다.



'학당 건립 당시부터 반대했던 인물. 총독부에 여러 차례 학당의 한글 교육을 문제 삼는 보고서를 올렸다. 화재 이후 가장 먼저 학당 부지를 매입하려 시도했다.'

정혁진은 네 명의 사진을 나란히 벽에 붙이고 물러서서 바라보았다.



'이들은 각자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다. 김상돌은 이념, 백정치는 죄책감, 시마다는 증오, 조병수는 이익...'

그는 턱을 쓸어내리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정혁진은 메모지에 다음 조사 계획을 적기 시작했다.

'1. 김상돌의 최근 행적 추적
2. 백정치 화재 당일 알리바이 재확인
3. 시마다 일당 은밀히 미행
4. 조병수 재산 및 거래 내역 조사'

그가 펜을 놓는 순간,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정혁진은 재빨리 서류들을 서랍에 집어넣고 평범한 보고서를 펼쳤다.

문이 열리며 아유라가 들어왔다.

"정혁진 수사관님, 아직도 일하고 계십니까?"

"아, 아유라 형사. 서류 정리가 좀 남아서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런데 학당 화재 건은 이미 마무리된 것 아닙니까? 서영이가 범인이었는데..."

정혁진은 차갑게 대답했다.

"죽은 사람을 범인으로 확정하는 것은 경솔합니다. 제대로 된 증거가 필요하죠."

아유라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상부보다 진실이 우선입니다, 아유라 형사."

정혁진의 단호한 말투에 아유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물러났다.

혼자 남은 정혁진은 다시 서랍을 열고 용의자들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반드시 찾아내겠다. 서영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진짜 범인을 밝혀내겠다.'

밤은 깊어가고 있었지만, 정혁진의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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