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57)

한도회수사

by 이 범

이산갑의 사랑채에서는 밤이 깊어도 조용한 모임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도회의 핵심 회원 몇 명이 은밀히 모여 앉았다.


"어르신, 서영이 누이의 죽음을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젊은 회원 중 하나인 최동규가 분개하며 말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성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돼. 지금은 일제의 감시가 더욱 심해진 때야."



이산갑은 침착하게 대답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어르신, 이미 며칠째 아무런 진전이 없지 않습니까?"

"아니야. 우리도 나름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네."

이산갑은 책상 서랍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거기에는 화재 당일의 정황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산 돌아, 자네가 알아본 것을 말해보게."

산돌이 가 앞으로 나섰다.

"예, 어르신. 화재 당일 밤, 학당 근처에서 술 냄새가 심하게 났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시마다 일당이 그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합니다."

"시마다 겐죠..."

이산갑이 그 이름을 되뇌었다.



"또한 화재 직전 조병수가 학당 부지를 사겠다며 서영이 누이께 여러 차례 접근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조병수도 의심스럽군."

또 다른 회원인 박재홍이 말을 보탰다.

"어르신, 제가 장터에서 들은 바로는 김상 돌이라는 자가 최근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백정치를 자주 만나고 있다더군요."

"김상 돌... 그의 아들이 중국으로 도주한 그 사람 아닌가?"

"맞습니다. 사회주의 사상에 물든 아들을 둔 자입니다. 혹시 학당 화재도 그런 이념과 관련이 있을지..."

이산갑은 턱을 쓸어내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여러 용의자가 있구먼. 하지만 증거가 부족해. 우리가 성급하게 움직이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네."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중동이야. 겉으로는 조용히 지내되, 속으로는 철저히 조사를 계속하는 거지."

이산갑은 회원들을 둘러보았다.

"최동규, 자네는 시마다 일당의 움직임을 계속 감시하게. 단, 절대 들키지 말고."

"알겠습니다."

"박재홍, 자네는 조병수의 재산 거래 내역을 알아보게. 누구와 접촉하는지도 조심스럽게 살피고."

"예, 어르신."

"산돌이, 자네는 김상 돌과 백정치의 관계를 계속 주시하게.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아야 해."

"명심하겠습니다, 어르신."

이산갑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마당을 비추고 있었다.

"서영이... 자네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주겠네. 그리고 이 나라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우리 글을 배울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야."

회원들이 모두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하지만 명심하게. 우리의 진짜 목적은 복수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것이네. 그리고 서영이가 꿈꾸던 세상을 만드는 것이고."

"알겠습니다, 어르신."

모임이 끝나고 회원들이 하나둘 사랑채를 빠져나갔다. 이산갑은 혼자 남아 서영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기다려주게, 서영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네."

한도회의 은밀한 조사망이 영광 전역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진실을 향한 치열한 추적이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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