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병실
박종진: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아무 걱정 마시고 병만 나을 생각만 하십시오."
그는 박재창의 손을 꼭 잡았다.
자신도 모르게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박종진은 아버지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재창은 아들의 손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숨소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있었다.
병실 안은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박재창의 아내 양귀자가 남편의 다른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지만,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다. 다만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침대 발치에는 둘째 아들 박구용이 서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고 있었다.
창가에는 딸 박수영이 손수건을 입에 대고 흐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다시 창밖을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차마 아버지의 모습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네 사람은 박재창의 침대를 둘러싸고, 각자의 방식으로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양귀자: (떨리는 목소리로) "여보... 제발... 저 좀 남겨두고 가지 마세요..."
박재창: (힘없이 눈을 뜨며) "귀자... 미안하오... 약속을... 못 지켜서..."
양귀자: (고개를 저으며) "무슨 말씀을... 당신은 평생... 저를 잘 대해주셨어요..."
박재창: (박구용을 보며) "구용아..."
박구용: (다가서며) "네, 아버지."
박재창: "형을... 잘 도와라... 네가... 형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박구용: (목이 메어) "네... 네, 아버지... 약속드립니다..."
박재창: (박수영을 보며) "수영아... 우리 딸..."
박수영은 아버지 곁으로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박수영: (흐느끼며) "아버지... 가지 마세요... 제발..."
박재창: (손을 들어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아라..."
박수영: (울음을 터뜨리며) "아버지!"
박재창은 다시 박종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무언가 당부하고 싶은 것이 가득했다.
박재창: "종진아... 너는... 내 자랑이다... 늘... 자랑스러웠다..."
박종진: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 저는... 아버지께 효도도 못 했는데..."
박재창: "아니다... 너는... 충분히... 잘했다..." (숨을 헐떡이며) "다만... 한 가지..."
박종진: "네, 아버지. 말씀하세요."
박재창: "강지윤... 그 아가씨...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박종진은 숨을 죽이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박재창: "억지로... 하지 마라... 사랑 없는... 혼인은... 불행이다..."
박종진: (놀라며) "아버지... 무슨..."
박재창: "나는... 안다... 그 아가씨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너도...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박종진: "아버지..."
박재창: (미소 지으며) "행복해라... 그것이... 내 마지막... 부탁이다..."
박종진은 아버지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박종진: "네... 네, 아버지... 명심하겠습니다..."
박재창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얼굴에는 평온한 미소가 떠올랐다.
병실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창밖으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병실 안을 물들였다.
양귀자, 박구용, 박수영, 박종진... 네 사람은 박재창을 둘러싸고 조용히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