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94)

당골래집

by 이 범

당골래집, 다음 날 오후

강점순은 광주리를 들고 양군자의 집 대문 앞에 섰다. '부안댁'이라 불리는 양군자는 마을에서 소문이 제일 빠른 아낙네였다.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퍼져 나가는 속도가 마을에서 제일 빨랐다.

강점순: (대문을 두드리며) "부안댁, 계시우?"

양군자: (안에서) "누구유? 아이고, 점순이 아녀유?"

대문이 열리고 양군자가 나왔다. 그녀는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고 있었다.

양군자: "이게 얼마 만이우? 들어오시우. 마침 막걸리도 있구만."

강점순: "고맙수. 사실은... 부안댁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어유."

양군자: (눈이 반짝이며) "이야기? 무신 이야기여유?"

두 여인은 마루에 앉았다. 양군자가 막걸리 사발을 내왔다.

강점순: (주변을 살피며) "이 이야기는... 조심스런 이야긴디..."

양군자: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뭔디유? 말해바유."

강점순: (목소리를 낮추며) "이산갑 도련님 학당 이야기 들었제유?"

양군자: "그럼 들었제유. 다시 짓는다면서유? 마을 사람들이 다 나가서 도와줬다던디..."

강점순: (고개를 저으며) "아이고, 그게... 큰일 날 일이여유."

양군자: (놀라며) "큰일? 무신 큰일?"

강점순: "우리 정치가 면사무소에서 듣고 왔는디... 일본 경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본다는 거여유."

양군자: (숨을 죽이며) "일본 경찰이?"

강점순: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유. 윤서영이라는 여자 선생... 기억하제유? 그 양반이 학당에서 가르치다가 어떻게 됐제유?"

양군자: (떨리는 목소리로) "고문당해서... 돌아가셨제유..."

강점순: "맞제유! 그런디 또 학당을 세운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디유?"

강점순은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시고, 목소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강점순: "그것도 모자라서... 경성에서 신여성을 데리고 왔다면서유? 그 강지윤이라는 여자 말이여유."

양군자: "아, 그 일본 유학 갔다 왔다는 여자?"

강점순: (음흉하게) "일본 유학이라고 하지만... 우리 정치 말로는 그 여자가 경성에서 불온한 사상 공부를 했다는 거여유. 식품영양학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독립운동하는 것들하고 어울린다는 소문이..."

양군자: (눈이 커지며) "헐! 정말이여유?"

강점순: "우리 정치가 면서기님한테 직접 들었다는디유. 그 여자가 동경에서 조선인 유학생들 모임에 나갔었다는 거여유. 그것들이 다 독립운동하는 것들 아니겠제유?"

양군자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양군자: "아이고... 그럼 그 여자가 우리 마을에서 애들을 가르친다고유? 위험하제유!"

강점순: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이여유! 그래서 내가 부안댁한테 먼저 말하는 거여유. 우리 마을 애들을 그런 학당에 보내면... 나중에 일본 경찰이 들이닥칠 수도 있제유."

양군자: (손을 휘저으며) "아이고, 큰일이제유! 우리 마을이 독립운동하는 마을로 찍히면 어쩌제유?"

강점순: "맞제유. 윤서영 때도 그랬제유. 학당에 불 지르고, 사람들 잡아가고... 우리 정치 말로는 이번에는 더 심할 거라고 하던디유."

양군자: (불안해하며) "그럼... 우째야 되제유?"

강점순: (한숨을 쉬며) "글쎄유... 나는 우리 마을 사람들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디... 애들을 학당에 보내지 말아야 할 것 같제유."

양군자: "맞제유! 자식들 생각해서라도 조심해야제유!"

강점순: "그리고 말이여유..." (더욱 목소리를 낮추며) "이산갑 도련님도 좀 이상하다는 소문이 있제유."

양군자: "이상하다니유?"

강점순: "윤서영하고 무신 관계였는지 모르겠는디... 그 여자가 죽고 나서 미쳐 날뛰었다는 거여유. 산에만 올라가고, 기도만 하고... 이제 또 새로운 여자를 데리고 왔제유. 강지윤이라는 그 신여성 말이여유."

양군자: (수군거리며) "아이고... 그럼 혹시... 그 두 사람이..."

강점순: (손을 흔들며) "나는 그런 말까지는 안 했제유. 그런디 마을 사람들이 수상쩍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제유. 혼인도 안 한 남녀가 같이 학당 일을 한다는 것이..."

양군자: "요즘 신여성들이 다 그렇제유. 예의도 모르고..."

강점순: "그래서 내가 걱정되는 거여유. 우리 마을 애들이 그런 여자한테 배우면... 버릇이 나빠질 수도 있제유."

양군자는 완전히 설득된 표정이었다.

양군자: "점순이 말이 맞제유. 이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한테 알려야겠제유."

강점순: (만족스럽게) "그래유. 그런디 부안댁... 나한테서 들었다는 소리는 하지 말고유. 그냥... 부안댁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 것처럼..."

양군자: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제유, 알았어유. 내가 알아서 할 거여유."

강점순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막걸리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