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109)

신방 첫날밤

by 이 범

신방 (안채 깊숙한 방), 첫날밤
해가 지고 피로연이 끝났다.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가고, 집안이 조용해졌다.
신방에는 붉은 비단으로 장식된 이불이 깔려 있었고, 촛불이 은은하게 방을 밝히고 있었다.
이산갑이 먼저 방에 들어와 앉아 있었다. 그는 사모관대를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긴장한 표정이었다.



문이 열리고 강지윤이 들어왔다. 그녀도 활옷을 벗고 소복한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머리의 족두리도 벗었다.
두 사람은 잠시 어색하게 서 있었다.
이산갑: (자리를 권하며) "...앉으시지요."
강지윤: (조심스럽게 앉으며) "...네."
침묵이 흘렀다. 촛불만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산갑: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강지윤: "아니에요. 저도... 긴장했어요."
이산갑: (미소 지으며) "저도 긴장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강지윤: (웃으며) "학동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선생님 보고 멋있다고..."
이산갑: "강 선생님이 아름답다고 다들 감탄했습니다."
강지윤은 얼굴이 붉어졌다.
강지윤: "...감사합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색한 침묵이 아니라... 편안한 침묵이었다.



이산갑: (천천히) "강 선생님... 아니, 이제는..."
강지윤: "지윤이라고 불러주세요."
이산갑: "...지윤 씨."
강지윤: (미소 지으며) "네."
이산갑: "저는... 약속했습니다. 평생 존경하고, 함께 걸어가겠다고."
강지윤: (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약속했어요. 함께 걸어가겠다고."
이산갑은 조심스럽게 강지윤의 손을 잡았다.
이산갑: "고맙습니다. 제 곁에 와주셔서."
강지윤: (손을 꽉 잡으며) "저도 고마워요. 저를 받아주셔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촛불이 그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비췄다.
강지윤: "...서영 언니 이야기, 해주실 수 있어요?"
이산갑은 잠시 놀랐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산갑: "...언젠가 말씀드릴게요. 아직은... 조금 힘들어서."
강지윤: "괜찮아요. 천천히... 준비되실 때."
이산갑: "...감사합니다."
강지윤은 이산갑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강지윤: "우리... 잘할 수 있을까요?"
이산갑: (그녀를 부드럽게 안으며) "...네.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촛불이 천천히 타들어갔다. 밤은 깊어갔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안은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사랑이 아니라 존경으로 시작한 부부.
하지만 그 존경이... 언젠가 사랑으로 변할 것이라는 것을 두 사람은 느끼고 있었다.
창밖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봄바람이 방문을 살며시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