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117)0

야마모토 켄지

by 이 범

법성포 조창 사무실, 1934년 겨울
야마모토 켄지는 박성표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사무실은 매우 호화로웠다. 고급 목재로 만든 책상과 의자, 벽에 걸린 일본도, 그리고 구석에 쌓인 쌀가마니들. 조선 농민들로부터 수탈한 양곡이 넘쳐났다.
**야마모토 켄지(山本健二)**는 사십 대 중반의 일본인이었다. 개기름이 질질 흐르는 얼굴에 구레나룻을 기르고, 매부리코를 한 그의 외모는 탐욕스러워 보였다. 배가 불룩 나온 그는 조선인들의 피땀으로 살이 찐 전형적인 수달 자였다.



박성표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야마모토는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실눈을 떴다.
야마모토: (어색한 조선어로) "어이쿠, 박 상! 오셨나요?"
그는 박성표를 '박 상(朴さん)'이라 불렀다. 겉으로는 친근하게 대하는 척했지만, 그 눈빛에는 조선인을 깔보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성표는 쓰고 있던 도리구찌 모자를 벗고, 야마모토 켄지에게 머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박성표: (공손하게) "야마모토 님, 부르셨습니까?"
야마모토: (손짓하며) "앉으시오, 앉으시오. 차라도 한잔 하시지."
그는 탁자 위의 차를 따랐다. 고급 일본 녹차였다. 조선인들은 보리차도 제대로 못 마시는 시절에, 그는 일본에서 공수한 녹차를 마시고 있었다.
박성표는 조심스럽게 앉아 차를 받았다.



박성표: "감사합니다."
야마모토: (배를 두드리며) "하하하! 박 상은 정말 제국에 협조적 이시오. 조선인 중에 박 상 같은 분이 더 많으면 좋을 텐데..."
박성표: (겸손하게) "과찬이십니다. 저는 다만... 현실을 직시할 뿐입니다. 내선일체가 조선의 유일한 살길이니까요."
야마모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소, 그렇소! 역시 박 상은 똑똑하시오. 조선인들이 다 박 상처럼 생각하면... 우리 제국도 편할 텐데 말이오."
그는 차를 마시며 박성표를 흘끗 보았다.
야마모토: "오늘 부른 이유는 말이오..."
박성표: "네, 말씀하십시오."
야마모토: (목소리를 낮추며) "영광 쪽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소."
박성표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박성표: "... 이상한 움직임이라면?"
야마모토: "이산갑이라는 자... 들어보셨소?"
박성표: (고개를 끄덕이며) "네, 알고 있습니다. 계몽학당을 운영하는 자입니다."
야마모토: (눈을 가늘게 뜨며) "그 학당이 문제요. 경성에서 총독부 보고가 올라왔는데... 그곳에서 불온한 사상을 가르친다는 정보가 있소."
박성표: "... 그렇습니까?"
야마모토: "그리고 최근에 경성에서 여자 하나를 데려왔다지요? 강지윤이라는... 경성대학 교수였다는데."
박성표: (조심스럽게) "네, 이산갑과 혼인했다고 들었습니다."
야마모토: (코웃음을 치며) "쯧쯧... 신여성이라는 것들이 다 그렇소. 일본 제국의 은혜를 모르고 불온한 짓만 하지."
그는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야마모토: "박 상, 나는 박 상을 믿소. 그래서 이 일을 맡기는 거요."
박성표: "무슨 일 말씀이십니까?"
야마모토: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이산갑의 학당을 감시하시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가 드나드는지, 무엇을 가르치는지... 모두 보고하시오."
박성표: "... 알겠습니다."
야마모토: "그리고..." (위협적으로) "만약 불온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시 나에게 알려주시오. 윤서영 때처럼... 확실하게 처리할 테니까."
박성표는 차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성표: "명심하겠습니다."
야마모토: (만족스럽게) "좋소, 좋아! 역시 박 상은 믿을 만하오."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며) "이건 사례금이오. 받으시오."
박성표: (봉투를 받으며) "감사합니다."
야마모토: "앞으로도 계속 협조해 주시오. 박 상 같은 분이 있어야... 조선이 평화로워지는 거요."
박성표: (일어서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야마모토는 박성표가 나가는 것을 보며 비웃듯 웃었다.
야마모토: (혼잣말로, 일본어로) "조선인들은 정말 쉽군. 돈 몇 푼이면 동족도 팔아넘기니... 하하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