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130)

찻집

by seungbum lee

영광 시장 뒷골목 찻집 '명월루(明月樓)', 1934년 겨울
명월루는 겉으로는 평범한 찻집이었다.

영광 시장 뒷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장날이면 상인들로 붐볐고, 평소에도 마을 유지들이 드나들었다. 하지만 이곳은 정혁제의 정보원 **변성자(卞成子)**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친일파들과 일본인들이 자주 드나들었고, 그들의 대화는 모두 변성자의 귀를 거쳐 정혁제에게 전달되었다.


2층 구석 방. 창문이 작아 어두컴컴한 이곳에 세 사람이 모여 있었다.
박성표, 백정치, 그리고 조병수(趙炳秀).
조병수는 사십대 후반의 사내였다. 영광과 법성포를 오가며 곡물 중개상을 하며 일본인들과 거래하는 친일 상인이었다. 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고, 양심 따위는 오래전에 팔아넘긴 사람이었다.
조병수: (차를 마시며) "그래서 박 서기, 나를 왜 부른 건가?"
박성표: (주변을 살피며) "조 씨, 자네는 영광에서 정보가 빠르지 않나. 그래서 부른 거네."
백정치: (비굴하게) "조 선생님, 저희가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조병수는 담배를 피우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조병수: "부탁? 하하, 세상에 공짜는 없네. 얼마를 줄 건가?"
박성표: (눈살을 찌푸리며) "이것은 돈 문제가 아니네. 민족을 위한..."
조병수: (손을 흔들며) "그런 소리 집어치우게. 나한테 '민족' 운운하지 말게. 난 돈만 믿는 사람이네."
백정치는 박성표를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박성표: (한숨을 쉬며) "...좋네. 보수는 주겠네."
조병수: "그래야지. 그래서 무슨 일인가?"
박성표: "이산갑이라는 자를 아나?"
조병수: (고개를 끄덕이며) "계몽학당 운영하는 그 도련님? 물론 알지. 영광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나."
박성표: "그자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주게. 누구를 만나는지, 어디를 드나드는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조병수: (눈을 가늘게 뜨며) "감시하라는 소리로군. 왜? 일본놈들한테 밀고할 건가?"
박성표: (목소리를 낮추며) "내선일체에 역행하는 자는 제거되어야 하네."
조병수: (코웃음 치며) "역시... 밀고꾼이로군." (담배 연기를 뿜으며) "좋아. 하지만 보수는 두둑하게 줘야 하네."
백정치: "얼마나 드리면 되겠습니까?"
조병수: "한 달에 50원."
박성표: (놀라며) "50원? 그건 너무..."
조병수: "싫으면 말고. 나 아니어도 정보꾼은 많으니까. 영광에서 법성포까지 내 발이 안 닿는 데가 없네."
박성표는 이를 악물었다.
박성표: "...좋네. 50원 주겠네."
조병수: (만족스럽게) "역시 협상은 빨라야 해. 좋아, 거래 성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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